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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박정희 부탁에 금융그룹 꿈 접고 중화학 선회"


입력 2014.08.26 20:28 수정 2014.08.26 20:59        박영국 기자

"정부가 벌여놓은 적자 투성이 중화학 산업 대우가 떠안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45회 대우특별포럼-김우중과의 대화’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45회 대우특별포럼-김우중과의 대화’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70년대 대우를 금융 중심의 기업집단으로 키우려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부탁으로 중화학 산업으로 선회한 비화가 공개됐다.

'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저자 신장섭 싱가포르대학 교수는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대우특별포럼에서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을 성장시킨 과정을 설명하며 김 전 회장과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했다.

신 교수는 “김우중 전 회장이 ‘금융의 귀재’로 불릴 정도로 금융에 대해 상당히 해박한 인물이었으며, 원래 대우그룹을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킬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70년대 당시 대우그룹은 증권(동양증권)과 종합금융(동양투자금융), 단자회사(한국투자) 등 금융 관련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었고, 제일은행에 대해서도 다수의결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신 교수는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이 김 회장에게 당시 부실에 빠진 한국기계를 맡아 중화학 분야를 발전시켜줄 것을 요청했고, 김 회장은 국가에서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나서서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간된 대화록을 보면 김우중 전 회장은 “정부가 삼성과 현대 등 다른 대기업들에게 먼저 한국기계의 인수를 타진했는데, 다 못한다고 했다더라. 결국 국내 기업들 중 은행예금을 제일 많이 갖고 있던 대우가 지목됐고, 청와대에 불려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결국 대우는 12년 내리 적자였던 한국기계를 75년 인수한 데 이어 78년에는 새한자동차를 인수하고, 같은 해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까지 인수하며 정부의 중공업 사업들을 대거 떠맡았다.

대화록에는 이 외에도 김우중 전 회장과 박정희 대통령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많이 다루고 있다.

특히, 대우가 중화학업체들을 수의계약으로 인수한 것들에 대한 ‘특혜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많이 언급됐다.

김우중 전 회장은 대화록에서 “한국기계가 잘 되니까 정부에서 골치아픈 것들을 또 우리에게 떠맡긴 것”이라며, “우리가 정부와 가까웠던 것은 맞지만, 그건 정부가 골치아파 하는 일들을 해줬으니까 그런 거지 우리가 로비해서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중화학산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본 적이 없고, 정부에서 나한테 떠맡기다 보니 수의계약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아들처럼 아껴줬고, 자신을 ‘우중아’라고 불렀다고도 했다. 자신 역시 박 전 대통령을 부친과 같이 생각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과 배석자 없는 ‘독대’ 자리가 빈번하자 정치자금 제공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김 전 회장은 “박 대통령께 돈 십 원 갖다 준 게 없고, 만나러 갈 때 선물 하나 갖고 간 적도 없다. 박 대통령이 나를 아껴줬던 건 내가 수출 많이 하고, 중화학산업 부실 처리하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드리니까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회장 역시 박 전 대통령에게 (특혜 등을) 부탁하는 일은 없었다고도 했다.

신 교수는 “김우중 전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까지 역대 모든 대통령들과 관계가 좋았던 유일한 기업가”라고 평가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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