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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물꼬' 바꿔 창조금융으로 흐르게 한다는데…


입력 2014.08.26 10:21 수정 2014.08.26 10:31        김재현 기자

금융위, 26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 계획' 보고

기술금융 현장확산, 모험자본 시장육성, 보수적 금융문화 혁신 3대 실천계획 제시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 국장은 지난 25일 기자브리핑을 갖고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 계획'을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 국장은 지난 25일 기자브리핑을 갖고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 계획'을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창조금융의 걸림돌은 금융권의 보신주의다"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의 계획과 달리 금융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 속도는 느리다고 진단했다. 금융권이 책임을 두려워한다는 점, 담보대출과 예대업무에 안주하는 행태, 금융권의 여신 심상능력 개발 소홀, 자본에 대한 은행의 지나친 의존 등이 원흉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당근과 채찍 두가지의 해법을 구상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개최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 계획'을 보고했다. 그간 은행권과 기술기업인 간담회, 국민경제자문회의 등을 통해 금융현장과 관련 전문가들의 머리를 맞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금융혁신 실천계획에는 △기술금융 현장확산 △모험자본 시장육성 △보수적 금융문화 혁신 등 3대 실천계획이 담겨졌다.

특히 보수적 금융문화 혁신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목한 금융권의 '보신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창조금융을 위해서는 금융권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보수적인 행태 속에 혁신 속도가 당국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금융권 혁신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일례로 과거 친지 보증에 의존했던 개인대출 관행을 개선키 위해 개인신용정보를 집중하고 2005년 개인신용정보회사를 설립하는 등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개인연대보증 관행은 3년 뒤인 2008년에서야 사라지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비중은 2009년 이후 감소 추세다. 2008년말 중소기업 대출비중은 83.1%(443조5000억원)에서 2010년 말 81.1%(441조원), 2011년 말 77.2%(454조8000억원), 2012년 말 74.1%(461조3000억원), 2013년 74.2%(488조9000억원), 2014년 6월 현재 73.3%(508조6000억원)이다.

2012년 중소기업 금융이용 실태조사에서도 시중자금은 양적으로 풍부한 상태이나 창업·벤처 등 담보가 없는 곳은 여전히 자금에 목말라하는 현상이 지속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이용 시 애로요인을 묻는 질문에 '과도한 담보요구'가 전체응답자의 44.7%를 차지했다. '불필요한 대출절차(26.8%)', '과도한 서류부담(25.6%)', '예적금가입 요구(22.4%)', '신용대출 곤란(21.6%)', '은행 자의적 대출기준(21.1%)', '신용보증서 위주 대출(19.1%)' 등이 뒤따랐다.

이같은 보수적 행태에는 자산건전성을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하소연이다. 그 내면에는 금융권의 책임에 대한 사후제재 불안감이 깔려있다.

금융당국도 이 점을 고려해 불합리한 감독관행과 은행 성과보상체계를 개선키로 하는 등 당근을 내놓았다.

우선, 감독당국의 과도한 제재관행을 개혁해 지나친 개인제재를 줄이기로 했다. 고의나 중과실 없이 절차에 따라 취급한 대출이나 시일이 오래 지난 과거의 잘못은 제재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제재시효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더불어 잘못이 있는 경우 감독당국이 금융회사 직원 개개인을 제재하던 관행을 폐지키로 했다. 이 개선안이 시행되면 금융회사 직원에 대한 제재는 현재 대비 9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 영업 일부정지, 시정명령, 과징금 등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직원 잘못은 금융회사가 자체 징계토록 위임할 방침이다.

선진국은 주로 기관을 제재하나 우리나라는 개인을 제재하고 있다. 여기에 경징계가 87%에 해당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대출이나 투자의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책임을 직원에게 묻는 게 없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했다"면서 "대출취급을 하는 금융기관이 많다 보니 금융권 전반에 우선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상 주의나 견책 등은 금융회사에 의뢰하는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며 "모든 잘못에 대해 징계하는 것이 아닌 금융질서나 소비자피해를 초래할 경우 당연히 직접 제재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자체 징계를 위임하되 부실대출 면책이 은행의 일선 지점에까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철저한 지도·점검해 나가기로 했다.

부실대출 발생하더라도 위규나 절차 상 하자가 없는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책을 지원키로 했다. 더욱 부실이 일부 나더라도 기술금융 등 창조금융에 적극적인 직원이 우대받도록 개선하고 감독을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생각과 달리 금융권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효성에 반문했다. 금융당국이 감독재량을 축소한다 하더라도 은행 내규에 따라 부실대출에 있어 개인평가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일례로 100억원의 부실이 발생했을 경우, 예대금리가 1%로 가정한다면 1조원 가량 메꿔야 하는데 회사에서 가만히 있겠냐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감독과 제재방식을 유연하게 한다하더라도 사측에서 개인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불안감은 여전하다"며 "이같은 개선안을 시행하려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대출행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 대한 당근 카드는 또 있다. 기술신용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은행이 기술신용평가를 기반으로 무담보 신용대출을 시행할 경우 최대 3%p 이차보전 지원액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37억5000만원에서 100억원 수준으로 상향된다. 신용등급이 BB인 기업이 기술신용평가 결과 A+로 3등급 상향 시 대출 3억원에 대한 금리가 6%에서 3%로 하락해 연간 이자비용이 900만원 절감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내달 1일부터 금융중개지원대출 지원 대상에 TCB평가기업을 추가해 0.5%의 저금리 자금을 은행에 공급한다. 온렌딩 대출 땐 정금공의 신용위험분담 등을 통해 민간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기술금융 부실위험을 줄이기로 했다.

다만, 은행이 창조금융을 잘 꾸려나가는지 은행별로 혁신성을 평가하고 혁신성적과 보수수준을 비교해 국민에게 평가등급을 공개키로 했다. 속도가 느린 금융권의 유도를 위해 채찍을 꺼내드린 셈이다.

금융권에서도 이번 금융혁신 실천계획에 수긍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방통행식 추진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직 기술신용대출 도입이 초기인 만큼 기술력 있는 기업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안정화돼야 부실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대출행태가 담보위주로 갈수 밖에 없었던 것은 기술의 우수성이 아니라 사업의 미래를 판단한 연속성 여부였다"면서 "아무리 기술이 좋다하더라도 그 사업이 지속적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도 부실 위험을 극복하는 이유 중 하나다"라고 꼬집었다.

더욱 기술평가에 있어 신청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책금융에 있어 심각성은 더하다.

정책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 즉 눈먼 나랏 돈을 쓰지 못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라며 "나보다 못한 기업은 보증을 해주면서 같은 조건의 나는 왜 보증을 서주지 않느냐라며 떼를 쓰는 경우가 있어 난감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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