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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입·수능 꼴찌할것” 이재정 거짓말 결과가...


입력 2014.08.25 11:20 수정 2014.08.25 11:31        조진래 편집인

<칼럼>“학생들 100% 찬성” 큰소리 불구 의정부여중도 70% 그쳐

교사들이 더 원하는 9시 등교...학생 학부모 “그래서 더 불안”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여자중학교에서 학생들이 9시에 맞춰 등교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2학기부터 9시 등교 정책 시행계획을 각급학교에 통보한 이후 첫 사례다. ⓒ연합뉴스 25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여자중학교에서 학생들이 9시에 맞춰 등교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2학기부터 9시 등교 정책 시행계획을 각급학교에 통보한 이후 첫 사례다. ⓒ연합뉴스

의정부여중이 25일 경기도 내 학교 가운데 처음으로 9시 등교를 시작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의 선거공약에서 출발해 여전히 첨예한 찬반 논란이 대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정부여중이 이른바 ‘총대’를 멘 것이다. 의정부여중은 지난 6월 이 교육감에게 3학년 학생들이 먼저 9시 등교를 제안했던 학교다.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몇몇 교육청도 뒤따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확산 여부가 큰 관심거리다.

의정부여중 학생들은 자신들이 제안한 9시 등교가 전격 채택된 것에 대해 신기해 하며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9시 등교’는 첫날부터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재정 교육감의 거짓말에서 시작된 설익은 정책이 자칫 교육현장의 왜곡과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 100% 찬성’은 거짓말 ... 고학년일수록 찬성율 더 낮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9일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9시 등교의 취지를 얘기하면서 “100% 학생들이 9시 등교를 희망했다”고 강조했다. ‘100%’의 근거로 그는 “경기도 내 각 학교마다 100명의 대표학생을 모아 의견을 수렴했을 때 모두 9시 등교를 희망했으며 학생들의 초청을 받은 토론회에서도 100%가 이를 요구했다. 일반적인 학생들과의 모임에서도 9시 등교가 희망하는 1순위였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25일 경기도 관내에서 9시 등교를 처음 시작한 의정부여중의 실데 의견 수렴결과는 사실과 많이 달랐다. 학생들이 먼저 희망했다는 이 학교에서도 618명의 조사 참여학생들 가운데 70.9%만이 찬성했다. 100%와는 너무 차이가 컸다. 학년별로도 편차가 컸다. 1학년은 72.1%, 2학년은 74.6%가 찬성했지만 고교 진학을 코 앞에 둔 ‘입시지옥’ 대기생 3학년 학생들은 66.0%로 찬성율이 많이 떨어졌다. 제대로 의견수렴도 않고 “학생 100%가 원한다”며 초반 여론몰이를 한 이 교육감의 거짓말이 거듭 확인된 것이다.

불안한 학생들 “고교, 대학입시에서 경기도가 꼴찌할거예요”

고학년일수록 등교시간 늦춰지는 것을 불안해 하는 것 처럼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558명 조사 참가자 학부모들 가운데 66.7%가 찬성했는데 역시 1학년(67.5%), 2학년(66.8%)에 비해 3학년 학부모의 찬성율이 65.9%로 다소 낮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59명의 이 학교 교사들은 74.5%로 학생들보다 더 높은 찬성율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러니 “9시 등교는 교사들 편하자고 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 하다.

사정이 이러니 경기도 내 학생들은 걱정이 많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앞으로 대학 입시는 물론 고교 입시에서도 경기도가 전국 시도 가운데 꼴찌를 못 면할 것”이라는 자조적인 얘기들이 퍼져가고 있다. 다른 시도 학생들은 1분이라도 더 가르치려고 하는데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느니 그런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아직 관내 고등학교에서는 9시 등교 학교가 없으나 시간문제라는 게 학생들의 걱정이다.

이재정 교육감은 공부 오래 한다고 좋은 게 아니라 얼마나 집중해 하느냐고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 보다 교사들이 더 9시 등교를 환영하는 교육 현실에서 그런 집중도 높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의심한다.

조기 등교학생들, 집에서 못잔 아침잠을 여전히 학교에서?

이 교육감은 아이들 보다 먼저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반대 의견에 대해 “학교에서 도서관을 연다든가, 독서나 음악 감상을 한다든가, 다양한 아침운동을 준비하고 스포츠 강사가 활동한다든가 등 다 준비가 되어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준비 소홀과 현실적인 관련법 및 규정 등에 의해 원활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 규정 상 조기 등교생들에게는 교사가 직접 교육지도를 할 수 없다. 그래서 경기도교육청이 생각한 게 독서 음악감상 체육활동 등이다. 그런데 일찍 등교한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충분히 향유하기엔 준비가 너무 안돼 있다. 학생들을 임시방편으로 일단 독서실로 몰아넣어 “일단 너희들이 알아서 해”하겠다는 식은 아닌지 걱정이다.

구체적인 수업 전 사전 프로그램은 언제 구체화될 지 모를 일이다. 의정부여중 역시 일단 도서관에서 '책친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진로상담실도 개방한다고 한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그러나 잠 덜 자고 나온 자기 아이들이 집에서 자지 못한 잠을 학교 도서관에서 자는 애처로운 장면이 연출될 까 우려하고 있다.

학부모 교장들이 반대 목소리 못내는 이유 있다

학부모들이 내심 9시 등교를 불안해 하면서도 단합된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자칫 그런 의견을 냈다가 아이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불안한 것이다. 고3 학생을 둔 경기도 안산의 한 학부모는 “교장도 뭐라 반대 않고 눈치보며 뒤만 따라가는 형국인데, 자칫 내가 나섰다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해 속으로 끙끙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내 교장들 가운데 상당수도 경기도 교육감의 파워를 알기에 겉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등교 시간 결정은 전적으로 교장의 고유권한인 것을 알지만 “NO”라고 반기를 들었다가는 인사 상 어떤 불이익을 받을 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내 교장들은 지금 뒤늦게 학생들을 통해 학교통지문을 보내 학생들과 학부모 의견을 듣고 있다. 사전 프로그램의 컨텐츠도 마련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따르는 비용 등의 조달 방법 등에 관해서도 고민이 많다. 의정부여중에서 보여준 70% 정도의 찬성만 나와도 강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이상, 이제 경기도 내 9시 등교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9시 등교는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행 학교가 생긴 이상, 이 학교의 진행 상황을 지켜 보면서 확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차선책일 듯 싶다. 무조건 늘리려는 무리수 보다는 과연 취지대로 잘 이행이 되고 있는지, 학생들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어떤지, 미비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파악해 시행 지속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학생과 학교를 그룻된 이념의 ‘테스트 베드’로 여겨선 안된다.

조진래 기자 (jjr201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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