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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건수제인가" 차보험료의 허와 실


입력 2014.08.22 09:25 수정 2014.08.22 11:09        윤정선 기자

금감원 "손해율 반영되고, 차사고 예방효과 있을 것"

손보업계 "초안보다 후퇴, 제도개선 취지 퇴색"

소비자단체 "사실상 보험료 인상, 자비처리 늘어날 것"

금감원은 지난 20일 오는 2018년 자동차 보험료 할증체계를 현행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금감원은 지난 20일 오는 2018년 자동차 보험료 할증체계를 현행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오는 2018년부터 자동차 보험료 할증체계가 현행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바뀌는 것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손보업계, 소비자단체 각자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금감원은 건수제 도입으로 무사고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장기적으로 차사고 예방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감독당국이 마련한 건수제가 초안에서 후퇴했다며 미지근한 반응이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보험회사만 배불리는 정책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22일 서울YMCA는 '자동차보험 할인할증제도 건수제 개편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자동차보험의 기본 목적은 '사고에 대한 위험부담'이지 '무사고자 우대와 사고자 징벌'이 아니다"며 "사고결과에 대한 징벌로 여겨질 개편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수제는 보험원리와 소비자 후생 어느 쪽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최근 급증한 경미사고 보험지출을 줄이기 위한 외눈박이 개편"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건수제가 자동차사고 건수를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금감원 주장에 대해선 "이는 통계의 왜곡"이라며 "건수제로 50만원 이하의 경미한 사고까지 할증대상이 돼 소비자가 자비로 사고를 처리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 명약관화"라고 반박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일 자동차보험 건수제 전환계획을 발표하면서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인적사고가 줄고 물적사고는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는 2018년 건수제 도입을 못 박았다.

자동차보험 점수제, 건수제 차이(금감원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자동차보험 점수제, 건수제 차이(금감원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현행 점수제에선 사고 크기에 따라 보험료 할증 여부를 결정한다. 간단한 접촉사고의 경우 0.5점,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1점부터 4점까지 할증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소액사고의 경우 0.5점만 받아 보험료에는 변동이 없다.

반면 새롭게 도입되는 건수제는 1회 사고만으로도 보험료를 2등급 할증한다. 대신 50만원 이하 소액 물적사고에 대해선 1등급만 올린다. 2회 이상부터는 보험료 인상폭이 3등급 뛴다. 예컨대 50만원 이상 대물피해를 일으킨 사고 발생 이후 같은 해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면 5등급(2+3등급)만큼 보험료가 인상된다. 할증의 절대적 기준은 건수이지 얼마만큼 피해를 냈느냐가 아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단체는 보험료 인상을 우려해 가벼운 교통사고는 소비자 주머니에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소비자가 보험처리를 하지 않아 보험사만 배불리는 제도라고 몰아세웠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같은 주장에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완했다고 맞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50만원 미만 사고에 대해 자비처리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면서 "첫 50만원 미만 사고는 보험료를 1등급만 할증되고 다음해 무사고로 바로 할인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실제 점수제에선 한 번 할증되면 3년간 무사고여도 오른 보험료가 유지된다. 반면 건수제가 도입되면 무사고 기록이 1년 단위로 반영돼 바로 할인받을 수 있다. 금감원의 입장은 보험료 인상이 우려돼 소비자가 자비로 수리한다는 주장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는 것이다.

입장은 정반대지만 손보사도 감독당국이 내놓은 건수제가 성에 안 차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 중심으로 치우쳐 본래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것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기준이 미래 손해율과 전혀 무관했던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변경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아무리 사고를 많이 내더라도 할증상한을 9등급으로 둬 본래 체계개편 취지를 흐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초 얘기가 나왔던 대로 상한을 12등급 정도는 했어야 했다"며 "사고를 많이 낸 사람에 대한 할증을 높이겠다는 목적이 흐지부지될까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할증상한을 9등급으로 묶어, 결과적으로 무사고자에 대한 할인 폭도 낮춘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건수제가 도입되면 사고자에 대한 보험료는 지금보다 더 할증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무사고자의 보험료가 인하돼 보험회사 보험료 수입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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