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물만난 강경파들 '무대책 무책임 무능력'에 국회 침몰


입력 2014.08.21 15:30 수정 2014.08.21 15:36        이슬기 기자

힘들게 협상한 비대위원장 세워놓고 대안 없는 반대만

의총 도중 새정연 일부 의원 "유가족편" 트윗 중계 꼴불견

여야가 재합의한 세월호특별법 추인여부를 놓고 국회에서 마라톤 의총을 벌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자정을 넘긴 20일 새벽 의총장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합은 합의안에 대한 추인여부를 미루고 유가족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세월호 가족대책위는국회 본청 앞에서 여야 합의안 거부의사를 밝히고 재협상을 요구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가 재합의한 세월호특별법 추인여부를 놓고 국회에서 마라톤 의총을 벌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자정을 넘긴 20일 새벽 의총장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합은 합의안에 대한 추인여부를 미루고 유가족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세월호 가족대책위는국회 본청 앞에서 여야 합의안 거부의사를 밝히고 재협상을 요구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특별법 첫 협상안에 이어 지난 20일 재협상으로 얻어낸 합의안 역시 파기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가족의 입장 대변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설득하고 정국을 운영해야할 제1야당의 책임은 외면한 채 대안 없는 ‘No’만 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19일 의원총회를 개최한 결과, 특별검사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국회가 추천하는 4명 중 여당 몫인 2명을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얻어 추천하는 등의 합의안에 대해 ‘추인 유보’를 결정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유족의 70%가 반대하는 합의안은 인정 못한다’는 강경론과 ‘또 파기하면 원내대표는 뭐가 되느냐’는 이견이 맞붙었다. 의총이 한창이던 중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조삼모사 합의”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사견을 전제로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못 박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강경파를 향해 “원내대표가 뭔가 해보려는데 이렇게 반대만 할 거면 도대체 왜 세워놨느냐”라며 “가족들도 이번에 또 안 된다고 하는 건 비대위원장 그만 두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라고 성토했다.

한 중진 의원도 ‘현실적으로 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내용으로 발언했지만, 곧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합의안을 깨고 다시 협상해야한다”고 몰아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정 의원은 의총 도중 페이스북에 “세월호 가족들의 동의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의총 발언을 했다”고 말했고, 은수미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유족 동의 없이 의원총회 추인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물론 1차 합의 당시 박 원내대표가 절차적 정당성을 얻지 못한 문제도 작지 않다. 당시 박 원내대표가 당내 충분한 의견 수렴 및 설명 없이 다소 급작스럽게 여야 합의안을 도출했고, 의총이 있던 19일에도 세월호특별법 TF 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이 유가족과 의견을 조율하던 중 2차 합의안이 발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 의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고성도 오갔다는 후문이다. 즉, 이 같은 절차적 잡음이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는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안의 부재다. 입법권을 가진 여야가 협상을 거치지 않고는 유가족이 원하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재협상 절대불가’를 선언한 새누리당을 다시 협상테이블로 부를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날 의총에서 박 원내대표의 협상을 강하게 지적했던 한 재선 의원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는지) 정리가 안됐다”는 말과 함께 한숨만 재차 내쉬었다.

그는 “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법 자체가 작동이 안 된다. 그런데 가족의 동의를 못 구했으니까 협상을 다시하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타개책을 묻는 질문에는 “그것은 정당이 판단할 문제다. 유가족들이 못 받겠다는데 세월호를 그냥 미뤄놓고 갈 수 있느냐. 여야가 협상을 해야지”라는 답변 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정말 이래서 당이 뭐가 될 것이며 원내대표도 어떻게 또 협상테이블에 앉겠느냐”라며 “전권을 준 건 아니라고 했지만 어쨌든 협상자로 세워놨는데 대안도 없이 목소리만 높여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총에서도 전반에는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우세했고 훨씬 많았지만 후반에는 또 강경론에 대한 반대 발언도 많이 했다”면서 “투쟁 일변도와 강경론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마음을 못 얻는다. 그래서 선거에서도 졌는데 이게 우리 당의 병”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동조단식, 대안없이 강경 목소리 부추김만

문재인 의원의 ‘동조 단식’도 마찬가지다. 문 의원은 지난 19일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39일째 단식 중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며 동조 단식에 나섰다.

그는 단식을 위해 김 씨를 만나러 가기 전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해주기는커녕 고통을 더한다면 그것은 국가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그들이 목숨을 걸고 이루고자 하는 특별법 제정으로 진상규명, 이제 우리가 나서야한다. 거기에 고통이 요구된다면 그 고통을 우리가 짊어져야한다”는 글을 남기고 다음 날 기자들에게 발송했다.

문 의원은 해당 글에서 “김영오님을 비롯한 유족들의 단식 중단을 간곡하게 호소한다”라며 “내가 대신하겠다. 김영오님을 살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광화문에서 김 씨와 만난 문 의원은 “내가 단식할 테니 제발 단식을 그만두시라”고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김 씨가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절대 단식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히자 문 의원은 이후부터 김 씨 옆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야권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인 문 의원의 단식은 곧바로 ‘문재인 의원까지도 여야 합의안에 반대한 것’이라는 메시지로 해석됐고, 이에 각종 언론이 이 같은 기조의 보도를 내놓으면서 당 안팎까지 술렁였다. 재재협상을 촉구하는 강경파들에 사실상 힘을 실어 준 셈이다.

참 편한 정의당 '새누리 욕하고 새정치 욕하고 가운데서 기름 부어'

한편 일각에서는 정의당을 향해서도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수 정당이지만, 엄연한 공당이자 얼어붙은 정국을 모를 리 없는 정의당이 유가족들과 국회의 가교 역할을 하지는 못할망정 단식에 동참하며 분노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여당에서 아무리 걸러진 추천위원이라 해도 여당 입장을 일정하게 대변할 것”이라며 “이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할 만한 잘 벼려진 검이 아니고, 권력기관 앞에서 휘어지는 여리고 무딘 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추천위원 구성 과정에서 ‘여당은 아예 빠지라’는 유가족의 주장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무책임도 정도가 있지, 새누리 욕하고 새정치 욕하고 가운데서 기름 붓는 꼴 아니냐. 이거야말로 유족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세월호특별법이 통과돼야 하고 그에 앞서 여야의 이견 조율과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협상 당사자들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그는 그러면서 “유가족 옆에 붙어서 단식 같이 한답시고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싸잡아 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기들도 새누리당 못 믿겠다고 맞장구 치는 게 정말 가족을 위한 거냐. 협상하라면서 여야 다 싫다고 맞장구 쳐주면 정의당 혼자 뭐라도 할 건가”라고 비난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