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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도 카드결제요"…카드사 전월실적의 함정


입력 2014.08.21 13:30 수정 2014.10.02 17:57        윤정선 기자

전월실적, 소액도 카드결제 부추겨

무이자할부, 할인 받은 금액 모두 전월실적에서 제외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제공 기준인 '전월실적'이 소액도 카드결제를 부추겨 평균결제금액 하락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제공 기준인 '전월실적'이 소액도 카드결제를 부추겨 평균결제금액 하락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카드사에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준인 전월실적이 카드결제금액의 가파른 소액화를 부추기고 있다. 카드이용자가 전월실적을 채우기 위해서 1000원과 같은 소액도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카드사가 카드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가 오히려 카드사에 독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체크카드 평균결제금액은 4만553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8.3% 떨어졌다.

평균결제금액의 하락은 해마다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1월 신용카드 평균결제금액은 6만8204원, 체크카드는 3만7867원이었다. 해마다 큰 폭으로 하락해 지난달 신용카드 5만6383원, 체크카드 2만5388원까지 떨어졌다.

카드 평균결제금액이 하락했다는 것은 소액 결제 시도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결제금액의 소액화 배경에는 체크카드 사용 증가와 결제패턴의 변화가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비교했을 때 소액결제가 많다. 일례로 체크카드 결제가 많은 편의점 평균결제금액은 5234원(지난 7월 기준)으로 체크카드 평균(2만5388원)에 크게 못 미친다. 반대로 신용카드의 경우 국산신차판매(평균 1362만원)와 보험(13만5861원)과 같은 결제금액이 높은 업종에서 결제가 일어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평균결제금액이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용처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결제금액이 부담스러운 고액인 경우 신용카드를 주로 이용하고, 반대로 소액인 경우 체크카드를 꺼내 쓴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소득공제 혜택과 정부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체크결제가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카드 평균결제금액의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결제패턴의 변화도 평균결제금액의 하락을 이끌고 있다. 단돈 1000원도 현금 대신 카드를 꺼내 쓴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제패턴 변화의 배경에는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제공 기준인 전월실적이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충분한 현금이 있는데도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결제패턴의 변화는 전월실적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신용·체크카드 평균결제금액 추이(여신금융협회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신용·체크카드 평균결제금액 추이(여신금융협회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대개 카드사는 전월실적에 따라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달 1일부터 말일까지 카드사용액이 얼마 이상일 경우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포인트를 추가로 얹어주는 식이다.

하지만 카드로 결제했다고 해서 모두 전월실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무이자할부를 받거나 이미 할인받은 금액은 전월실적으로 잡히지 않는다.

예컨대 A카드로 부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전월실적 기준은 30만원이다. 지난달 A카드로 50만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중 40만원은 무이자할부로 결제한 금액이다. 또 나머지 10만원은 카드사로부터 20% 할인혜택을 받은 패밀리 레스토랑 이용금액이다. 해당 결제 모두 전월실적에서 빠지기 때문에 결국 지난달 A카드로 사용한 금액은 0원이다.

이런 이유로 카드이용자는 전월실적 조건을 채우기 위해 소액도 현금 대신 카드로 결제한다. 전월실적이 평균결제금액 소액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카드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무이자할부나 할인혜택을 받은 결제금액은 전월실적에 제외된다"면서 "할부나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결제금액은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전월실적을 채우기 위해서 카드이용자는 소액도 카드로 결제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카드이용을 유발하기 위한 전월실적이 오히려 평균결제금액 소액화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평균결제금액 소액화와 관련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챙기는 수수료는 퍼센트(%)로 나가지만 이중 밴(VAN)사에 주는 수수료는 정액"이라며 "만약 결제금액 소액화가 계속되면 카드사 수익도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월실적이 카드사용을 유도하는 동시에 결제금액 소액화를 부추기고 있다"며 "단순히 전월실적으로 부가혜택을 제공하기보다 건당 결제금액이 일정액을 넘었을 때 할인이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게 장기적으로 카드사 수익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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