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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물 뒤집어쓰기' 왜 불길처럼 번지나


입력 2014.08.21 09:44 수정 2014.08.21 09:50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김헌식의 문화 꼬기>대중스타와 SNS를 활용한 그 함의점들

아이스 버킷 챌린저에 동참하고 있는 유재석. 사진 = 이광수 페이스북 화면 캡처 아이스 버킷 챌린저에 동참하고 있는 유재석. 사진 = 이광수 페이스북 화면 캡처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빨리 확산되고 있는 캠페인은 매우 드물다. 대단히 성공적인 사례이자 모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확산수준이 아니라 열광 나아가 신드롬에 가깝다. 다른 사회문화캠페인에도 귀감이 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의미와 가치 그리고 흥미의 대중적 방식을 취한 것이 유효적절했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놀이성을 가미하고 있는 릴레이 기부 캠페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단 얼음물을 뒤집어 써야 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차별성이다. 또한 이 컨셉이 재미와 유희성을 갖고 있다. 재미가 있으면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얻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려면 아린아이도 흥미로울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것은 유아적인 놀이성이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과 참여를 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성인들에게는 키덜트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캠페인의 대상은 기부를 할 수 있는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장난처럼 보이는 얼음물 뒤집어 쓰기는 본인들에게도 재미있고 이를 보는 이들에게도 재미가 있으면서 인간적인 친근감을 더하게 만든다. 권위주의적으로 보였던 사람조차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만든다.

무엇보다 디지털영상시대의 SNS코드와 잘 부합한다. 참여자들은 동영상을 촬영하고 그것을 유튜브와 같은 SNS에 올린다. 당연히 이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개영상을 사람들이 많이 보는 이유는 이 방식이 그렇게 밋밋한 액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가학적 관음증의 즐거움이 약간 개입되기도 한다. 특히 남성들은 웃옷을 벗고 몸을 드러낸다.

대개 캠페인의 경우에는 그 메시지만 전달하기 때문에 딱딱하여 새삼 적극적으로 살펴보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영상을 통해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 하나의 이벤트이면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담고 있다. 누구나 영상을 촬영하고 이것을 업로드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 특히 SNS 문화에 정확하게 부합하고 있다. 캠페인 주최 측면에서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소셜마케팅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공개적으로 지명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다. 로버티 케네디의 미망인 에델 사카켈 케네디는 물을 뒤집어 쓰기 전에 오바마 대통령을 지명하기도했다. 지명을 받은 사람은 얼음물을 뒤집어 써야 한다. 클린턴, 조지 부시, 톰 크루즈, 레이디 가가, 테일러 스위프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저스틴 팀버에리크, 데이비드 베컴,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저스틴 비버 등도 이렇게 해서 얼음물을 뒤집어 썼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재석, 최민식, 앙동근, 조인성, 박한별, 최시원, 정은지 등이 참여했다. 앞으로 누가 누구를 지정할 지 알 수 없는 인물들과 그 결말은 흥미를 갖게 한다. 더구나 무려 세 명이나 지명을 해야하기 때문에 미션 수행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흥미롭게도 유명인이 유명인을 지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평소에 좋아하는 대중스타나 사회지도층 인사를 지명할 수도 있다.

이 캠페인이 확실하게 부각한 것은 벌금이다. 24시간 이내에 이를 제대로 못한 사람들은 루게릭병 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자선행사에 $100을 기부해야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10만원 남짓이다. 다만, 잘 수행을 해도 돈을 기부하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들이다. 특히 잘 알려진 사람들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공개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행 성공여부에 관계없이 기부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부터 지명이 되는 순간 그들은 기부를 해야할 운명(?)이 된다.

일정하게 게임의 요소를 담고 있고, 그 게임이 도전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도 성공요인이었다. 도전의 형식을 취하지만 너무 어렵거나 힘든 것은 확산에 장애가 된다. 버킷에 담긴 것이 보통 물이었다면 관심도 확산도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냥 물도 아니고 따뜻한 물은 더욱 아니다. 차가운 물 수준이 아니라 더 차가운 얼음물이다. 사람에 따라 얼음물도 얼마든지 양이나 횟수를 늘릴 수 있다. 젊은 남자는 더 얼음물의 양이 많아진다. 호기로운 사람일수록 더 많은 얼음을 넣을 것이다. 그럴수럴 흥미는 높아진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극심한 고통을 지속적으로 주지는 않고 순간적이다.

단지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것이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웬만해서는 모두 참여를 할 수 밖에 없다. 또 유명인이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트리클다운 이펙트인 것이다. 유명인사나 스타들이 얼음 물을 뒤집어 쓸 때 괴로워하는 모습은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어 대중과의 거리를 가깝게 해주는가 하면, 대중들에게는 그들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질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모금 행사이다. 환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이 잘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지 화제가 많이 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그런데 화제만큼이나 결과도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같은 기간 100배 증가한 모금 액수를 보였다고 한다.

이제 아이스버킷챌리지처럼 사회문화캠페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딱딱한 메시지 중심이 아니라 흥미와 재미를 주어야 한다. 이 흥미와 재미를 이끌어내는 데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퍼퍼먼스와 이벤트 컨셉에 남녀 노소 직업과 사회계층을 불문하고 공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부에 참여하는 이들이 일정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에게 권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고통스럽고 예의에 벗어나는 것은 확산될 수 없다. 생체 심리학적으로 약간의 고통이나 어려움이 수반돼야 한다. 하기전에는 약간 긴장이 되어도 하고나면 뿌듯함이 약간은 존재해야 한다. 이런 점을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일정하게 충족시켜주었고 이 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생각해야 하는 것은 왜 아이스버킷챌린지인가 하는 점이다. 아이스버킷을 통해 자기몸을 움직일 수도 감각을 느낄 수 없는 루게릭병 환자들을 생각하기 위해서이다. 비록 얼음물이 차갑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것은 누군가를 고통에 거꾸로 동참하면서 인간적인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애초에 어떤 의도인지보다 너무 유희적인 면만 부각하거나 인기 유명인들의 참여만을 조명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자칫 일반인들의 참여는 묻혀 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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