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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건국하지도 않은 나라에 살고 있다


입력 2014.08.21 10:50 수정 2014.08.21 10:53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신라 고려 조선은 건국했는데 대한민국은 '건국'이 아니다?

제69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시나눔봉사단, 해피러스 봉사단 등 자원봉사단체 회원들이 종로구청을 출발해 태극기를 흔들며 보신각까지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제69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시나눔봉사단, 해피러스 봉사단 등 자원봉사단체 회원들이 종로구청을 출발해 태극기를 흔들며 보신각까지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8월 15일은 광복절이면서 건국절이다.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제헌헌법에 따라 8월 15일 비로소 대한민국이 정부 수립을 선포하였고 그것은 곧 대한민국의 건국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에는 희한하게도 대한민국의 건국이라는 말을 찾아볼 수 없다.

올해 학교 일선에 배포된 새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교육부가 ‘건국’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도록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8종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수정 권고를 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건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도록 권고하였던 것이다.

당초 교학사 교과서는 “이로써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정으로부터 통치권을 인수하고 유엔으로부터 인정받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건국의 출발을 하게 되었다” 라고 기술하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한민국은 제헌 헌법에도 명시하고 있듯이 3.1운동 결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여 수립되었음. 따라서 건국이란 용어는 적절하지 않음. 집필기준에 의거하여 ‘건국’이 아닌 ‘정부 수립’ 등으로 수정 필요” 라고 제시하였다.

당시 교학사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었기 때문에 교육부의 권고에 ‘군말없이’ 따랐다. 저자 역시도 “너무 피곤하고 지쳐서 싸울 힘조차 없었다”고 토로하였다. 결국 교학사 교과서는 “건국의 출발을 하게 되었다”를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로 두리뭉술 고쳐서 냈다.

교학사 교과서를 제외한 다른 7종의 교과서는 애초부터 건국이라는 표현 자체를 쓰지 않았다. 더욱이 9종에 달하는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도 ‘건국’은 찾아 볼 수 없다.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어야 할 역사 교육 현장에서 대한민국의 건국은 삭제되고, 사라지고 만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 학계의 논쟁을 살펴보면 유독 이승만 정부의 탄생에 대해 인색하게 접근하는 경향이 강함을 볼 수 있다. 여운형의 좌우합작운동이나 김구의 남북협상 노력은 주목하면서 이승만에 대해서는 단독정부 수립을 통한 분단 책임을 지우기에만 숨 가빠 보인다.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서술의 교육부 지침에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의 출발을 4.19 혁명으로 삼게 하고 있다. 이승만 정부가 추구하고 현실화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수립의 의미,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출발은 아예 빠져 있다.

우리는 여운형이나 김구의 활동도 의미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승만의 정세 판단이 정확한 상황 인식이었음을 시간이 지난 후 더욱 확연히 알게 되었다. 역사의 한쪽 면에만 집착하면서 객관적인 역사를 볼 줄 모르는 것, 이승만의 노력과 분투는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집은 결국 대한민국의 건국을 삭제하게 만들었다. 역사의 과(過)에 치우쳐 공(功)을 송두리째 부정한다면 그것은 결코 후대에 바른 평가를 받지 못한다. 역사의 지속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8월 15일 광복절과 함께 건국 60주년 기념일을 경축한 바 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 의원 77명은 행사에 불참하고 김구 묘소를 참배하였다. 우리가 광복절과 건국절을 같이 기념하는 것이 정녕 불가능한 일인가? 1919년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해 1945년 광복과 함께 비로소 1948년 대한민국을 건국하였음을 기념하는 일이란 그리 어려운 일일까?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고조선에서부터 시작해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 등이 건국되었다고 표현되는 것처럼 대한민국 역시 건국되었다고 표기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일까?

광복절에 건국절이 함께 기념되고 경축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때 대한민국은 좀 더 반듯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이종철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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