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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세월호 특별법 정치권에도 출구를 줘야...


입력 2014.08.20 18:26 수정 2014.08.20 21:01        이슬기 기자/하윤아 기자

2차협상안 거부에 "미진하더라도 받아야" 목소리

"피해자가 수사관여하면 객관성 의심받아" 우려도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과 유가족들이 19일 저녁 농성중인 국회 본청 앞에서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과 유가족들이 19일 저녁 농성중인 국회 본청 앞에서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가족들이 정부에 대한 오해로 국회를 계속 못 믿겠다고만 하는 건 진상규명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해가 된다는 걸 왜 모르나.”

새누리당의 볼멘소리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바라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유족들이 만족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변호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여야는 지난 19일 핵심 쟁점인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해 국회 몫 위원 4명 가운데 여당 몫 위원 2명을 세월호 사고 유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받아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유족에게 특검추천권을 부여한 것으로 그들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전달한 ‘여당 몫의 특검추천권을 야당 몫으로 돌린다’는 가이드라인이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반영된 셈이다.

새누리당도 “사실상 유족들에게 결제를 맡으라는 것과 같다”고 최대한 양보했음을 강조했지만 유족들은 이마저도 거부하면서 재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당 추천 인사를 유가족들이 거부할 경우 ‘진상규명을 유가족들이 오히려 막고 있다’는 식의 여론몰이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게 유족들의 논리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2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주변에서는 ‘유가족들이 너무한다’고 말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유가족들이 마치 국회와 정부가 책임을 덮으려고만 한다는 식으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러면 본인들에게 해가 될 뿐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수사 주체 구성에는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도 참여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가족들 심정은 이해되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위해 직접 관여하려는 욕심은 버려야한다”면서 “피해자의 입김이 들어간 조사라는 빌미가 주어지면 객관성을 의심받게 될 텐데, 그럼 누가 그 결과에 승복하겠나. 그건 유족들도 원치 않을 것 아니냐”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어제 재협상은 사실 여당이 상당 부분 양보 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이것 아니면 안 된다’고만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유가족의 아픔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진상조사를 위해 무엇이 합리적인지를 알아야한다”며 “국민들이 이제는 아주 피로감을 느낀다. 세월호 아니고 더한 희생이 와도 설득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에 걸친 여야 원내대표 합의가 전날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반대로 또 다시 위기에 처한 가운데, “진정으로 진상규명을 원한다면 이제 국회를 믿고 힘을 실어 줘야한다”며 유가족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 협상 마음에 안 드는 유가족 "우리가 직접 새누리당과 대화하고 싶다"

어렵게 도출한 여야 재합의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유가족들은 이제는 새정치연합을 배제한 채 새누리당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더 이상은 정치적 협상 주체인 야당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유가족 모임인 가족대책위가 국회에 끊임없이 요구해온 단 한 가지는 ‘철저한 진상 조사’였다. 이는 △가족이 희생된 경위를 정확히 알고 △관련자와 책임자를 처벌함으로써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들자는 목적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는 여야는 이를 위해 세월호 특별법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양당 간사 협의, 원내대표 회동 등 세달 이상 나름대로의 정치력을 동원하며 접점을 찾고자 협상에 임해왔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 간 1차 협상에 대해 유가족과 새정치연합 강경파가 ‘절대 불가’ 입장을 선언하면서 결렬됐다. 이에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재협상을 통해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국회가 추천하는 4명 중 여당 몫인 2명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들의 사전 동의를 받아 선정하는 등의 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안 추인을 위해 양당이 의원총회 중이던 이날 저녁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묘히 유가족 끌어들여서 모양새만 그럴듯하게 갖춘 합의다. 더 이상 그럴듯한 말놀음에 안 속는다”라며 “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전이라 개인의견이지만 나는 반대한다. 받을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유가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받기로 했다지만, 새누리당이 부적절한 인물을 추천하면서 유가족과 야당의 반발을 계속 거부하다보면 아무것도 진행이 안 되고 또 다시 시간만 끌게 된다는 게 유 대변인의 논리다. 즉, 특검추천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아예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유 대변인은 20일 오전 YTN과 S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서로에 대한 신뢰가 확보가 되어야만 무슨 이야기든 진심을 가지고 받아들일지 말지를 얘기할 수 있는데 지금은 여당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서 “우리가 직접 새누리당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즉, 법안 통과의 맥을 쥐고 있는 거대여당은 지금까지 진실성을 보이지 않아 유가족의 신뢰를 얻지 못했으며, 정치적 협상 주체인 야당 또한 믿을 수 없으니 이제 여당과의 협상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이에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조차 “엄연히 국회가 협상을 하는 중인데 가족들이 이렇게 야당을 무력하게 만들면 도대체 무슨 동력으로 협상을 하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어제 의총에서 가족들이 또 반대하면 정말 당이 뭐가 될 것이며 박영선 비대위원장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저러는데 무슨 힘으로 협상테이블에 또 앉겠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면서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도 아예 (협상의) 문을 닫아 버리고 가족들께도 전혀 득 될 게 없는데...”라고 말 꼬리를 흐렸다.

실제 전날 새정치연합 의총에서 초반 분위기는 ‘재협상안 추인’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의총 도중 이뤄진 유가족대책위의 반대 기자회견 이후 기류가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신경민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유족들의 정확한 회견 내용을 확인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은 재협상안을 추인하지 못했고, 입법까지 최소 25일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세월호 특별법의 8월 임시국회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불어 본회의 자체가 무산되면서 이날 처리 예정이었던 시급한 민생법안 90여개도 다뤄지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뿌리 뽑을 대책 '논의테이블'에 올라오지도 못해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유가족들이 진상규명의 목적으로 강조하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안전한 나라 만들기’를 위해서는, 국가 안전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조와 함께 제도적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국가 대혁신’의 일환으로 해경 해체 등의 정부조직 개편, 관피아 척결 등 갖가지 약속을 제시했고, 야당은 즉시 “졸속 개편이 아닌지 검토해야한다”며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여는 등 활발히 대처했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으로 국회가 ‘올스톱’ 되면서 이 같은 제도 개선안들은 협상 테이블에조차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유가족이 ‘여당도, 야당도 믿을 수 없다’며 여야간 협상을 계속 반대할 경우, 유가족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경의 경우, 해체설이 나온 후부터 중국 불법어선 단속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위상은 물론 대부분의 권한을 잃은 상황이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조직 개편안이 발목 잡히면서 어민들이 받는 피해까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여야 재협상은 여당이 굉장히 파격적으로 양보 한 것”이라며 “유가족의 반발로 협상을 계속 파기하는 것은 야당의 힘을 빼는 건 물론 진상규명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는 지적도 조심스레 나온다.

한편 전날 재협상 타결이 유보되자 인터넷 상에서는 “유족들도 마음을 열고 현실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우려와 함께 “다른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국회가 가동되도록 유족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음 닉네임 ‘강**’은 “여야가 어렵게 합의해서 이뤄진 건데 양보할 건 양보하셔야죠. 세월호 이후 국가경제가 말이 아닌데 국회 표류중인 안건이 빨리 진행돼야 다른 국민들도 살 것 아닙니까”라고 다그쳤고, 트위터리안 ‘biak***’은 “국가의 입법권은 엄연히 국회에 있는데 양당 원내대표가 두 번에 걸쳐 합의한 내용을 무시, 국회의 지명권을 유족이 요구한다는 건 위법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네이버 사용자 ‘whgh***’는 “유가족들의 아픔은 당연히 이해한다”면서도 “여당 추천 인원이 있으면 안 된다니, 유족들이 다 할 거면 국회가 왜 필요한가. 어쨌든 가장 많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여당을 배제할거면 야당도 배제하던가. 이러니 정치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이라고 쓴 소리를 뱉었다.

아울러 일부 네티즌들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트위터리안 ‘bluec***’은 "유가족들과 야당 강경파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달라는 것인가. 그래서 특별법인가”라고 반문했고, 네이버 사용자 ‘bebe***’은 “국회 협상도 다 무시하고 무조건 반대만 하면 도대체 어쩌라는 겁니까”라고 꼬집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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