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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라치가 카드모집인 생계 위협?"…속으로 웃는 카드사


입력 2014.08.19 19:27 수정 2014.08.20 00:25        데일리안 =윤정선 기자

카드모집인 "카파라치 제도로 모집인 생계 위협받아"

금감원 "우리는 감독기관,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어달라는 것은 잘못"

신용카드 모집인이 '카파라치' 제도 폐지, 여신전문금융업 개정, 모집인 표적수사 철퇴 등을 이유로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를 했다. ⓒ데일리안 신용카드 모집인이 '카파라치' 제도 폐지, 여신전문금융업 개정, 모집인 표적수사 철퇴 등을 이유로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를 했다. ⓒ데일리안

전국에서 모인 신용카드 모집인이 '카파라치'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금융감독원 앞에서 제도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 자리에 카드사는 없었다.

이들 카드모집인은 신용카드 발급 규정을 현실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집인이 속해 있는 카드사는 이들을 위해 어떤 목소리도 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에선 카드사가 모집인을 내세워 합법적인 규제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카드모집인은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갖고 "카파라치 제도로 카드 모집인 3만5000여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촉구했다.

아울러 카드모집인은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금감원이 계좌를 추적하는 등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카파라치 제도는 지난 2012년 불법 카드모집인을 시장 감시를 통해 잡아내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포상금 규모가 건당 20만원 수준으로 높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이런 이유로 지난 6월 관련 제도를 개선해 포상금 규모를 5배 늘렸다. 이후 카파라치 제도는 크게 활성화됐고 적발된 모집인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적발 건수 대다수 연회비보다 과도한 경품을 제공하는 경우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보면 카드모집인은 신용카드 발급과정에서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일선에서 카드모집인은 연회비를 대신 내주는 것은 물론 현금까지 주는 경우가 허다했다. 과도한 영업경쟁으로 불법의 온상이 됐던 셈이다.

카드모집인은 이날 "현행규정대로라면 대다수 모집활동이 불법"이라며 "현실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주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선 카드사가 아닌 카드모집인이 제도개선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모집인은 한 카드사에 전속돼 활동한다"며 "어떻게 보면 자사 직원들이 나와서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하는데 카드사는 아무런 입장도 내비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드사는 모집인이 법 테두리 안에서 영업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지 오히려 방관하고 있다"며 "그 이유가 의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카드모집인은 19일 금감원 앞에서 "현행 여전법을 적용했을 때 대다수 신용카드 모집활동은 불법"이라며 "현실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데일리안 카드모집인은 19일 금감원 앞에서 "현행 여전법을 적용했을 때 대다수 신용카드 모집활동은 불법"이라며 "현실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데일리안

또한, 금감원은 카드모집인 표적수사라는 주장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많게는 한 카드모집인이 카드사로부터 연봉 4억원을 받아간다"며 "하지만 이들의 영업행태를 들여다보면 등록도 안 된 모집인을 거느리며 불법영업하는 게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감원이 조사하는 카드모집인은 극히 일부"라며 "오히려 카드사가 자정적으로 이들을 걸러낸다면 금감원이 들여다볼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드사들이 금액이나 모집규모만 봐도 불법인 줄 알면서도 단지 영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카드모집인이 오히려 카드사에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초 카드사 정보유출 이후 모집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카드사와 모집인이 풀어야 할 숙제이지 무작정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은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카파라치 포상금은 결국 카드사로부터 나간다"며 "카파라치 규모가 커지면서 금전적 부담이 되고, 영업채널이 마땅치 않은 기업계 카드사는 카파라치를 없애달라는 모집인이 기특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기관이 법과 규정을 잘 지키는지 봐야 하는 게 당연"이라며 "이들이 금감원에 시위를 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을 감독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불건전한 신용카드 모집행위는 가계부채로 이어지고, 소비자 피해를 낳을 수 있다"며 "규제 완화 여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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