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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잘 둔' 현대제철 향한 견제의 화살


입력 2014.08.18 15:22 수정 2014.11.25 16:09        박영국 기자

<기자의눈>현대차, 현대중 물량 싹쓸이 '원망의 눈초리'

특수강 분야 '반현대제철' 연합 결성까지


어떤 분야에서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업계 1위 업체는 견제와 원성의 대상이 되게 마련이다. 나눠먹을 밥그릇의 크기는 정해져 있는데 큰 숟가락으로 푹푹 퍼가니 좋은 소리를 들을 리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2위 업체에 견제와 원성이 집중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철강업계다.

국내 철강업계의 맹주가 포스코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철강업계의 시선은 현대제철에 집중돼 있다. 현대제철의 규모와 시장점유율은 포스코에 못 미치지만, 캡티브 마켓(전속시장)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지닌 탓이다.

포스코와 세아그룹은 지난 14일 포스코특수강 매각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특수강 1차공정 분야 1위인 세아베스틸을 계열사로 거느린 세아그룹이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해 규모를 더 키우겠다는 내용이다.

양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국내 특수강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수강 전문업체인 세아그룹에 힘을 모아주자’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특수강의 대형 수요업체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를 캡티브 마켓으로 거느린 현대제철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당진제철소 내에 특수강 공장을 착공하면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공장이 완공되는 2016년에는 봉강 60만t, 선재 40만t 등 연산 100만t 규모의 특수강 소재가 생산된다.

세아베스틸은 그동안 자동차용 특수강 중 70~80%가량을 현대차로 공급해 왔으며,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에 진출할 경우 최대 납품처를 빼앗길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

세아그룹은 나아가 특수강 2차공정업체인 동부특수강 인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존 세아베스틸(1차공정)과 세아특수강(2차공정)을 보유한 세아그룹이 포스코특수강(1차공정)에 이어 동부특수강까지 인수할 경우 현대제철의 특수강 공장 가동 전까지는 사실상 국내 특수강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포스코가 ‘세아그룹으로의 특수강 사업 집중’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이유도 현대제철 견제와 무관치 않다. 현재 포스코는 동부특수강에 원소재인 특수강 선재를 공급하고 있지만, 동부특수강이 현대제철로 넘어갈 경우 특수강 선재 공급선도 현대제철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캡티브 마켓은 비단 현대차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내에는 현대건설도 있고, 직접적인 지배구조상의 관계사는 아니지만, 오너의 혈연과 일부 지분 관계가 얽힌 회사로 현대중공업도 있다. 철강업계의 3대 수요축인 자동차, 건설, 조선에서 각각 1위 업체들과 형제, 혹은 사촌 간인 셈이다.

현대제철을 향한 원망의 눈초리는 조선 분야에서도 자주 포착된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국제강의 경우 실적 발표 때마다 ‘지난해 동국제강이 현대제철에 납품하던 후판 물량의 상당 부분이 현대제철로 전환되며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는 멘트가 단골로 따라붙는다.

물론,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동종업체들의 견제와 원성이 억울할 법도 하다. 특정 분야에 진출할 때마다 관련업계의 반응이 너무 앞서간다는 주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우리가 짓는 특수강 공장의 생산능력은 세아베스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현대제철 특수강 공장이 가동된다고 현대차가 세아베스틸로부터 공급받던 물량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현대차의 자동차 생산물량 확대에 따른 추가수요를 커버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과 수요위축에 따른 불황이 장기화 되는 철강 시장에서 점차 덩치를 키워가는 현대제철과 수요처인 범현대 패밀리와의 관계는 다른 철강업체들로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체 한 관계자는 “먹을 게 많으면 옆집 아이도 나눠 주겠지만, 먹을 게 없으면 자기 자식부터 챙기지 않겠느냐”며, “불황 속에서 덩치를 키우는 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캡티브 마켓을 기반으로 규모를 키워나가는 현대제철과 이를 견제하려는 경쟁사들의 움직임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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