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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만 믿던 고령층이 운다…저금리의 두얼굴


입력 2014.08.18 14:32 수정 2014.08.18 14:36        김재현 기자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예금금리 기반 연금 수익률 하락, 노후생활 자금 마련 걱정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전세가격 급등 및 가계부채 증가 소비여력 둔화 부작용 가능성 제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하 결정을 내린 14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하 결정을 내린 14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요새 직장인 A씨(46, 남)는 울상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노후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은 보험과 퇴직연금이 전부다. 저금리 시대에 지출은 늘어나는데 상대적으로 소득은 줄어 사적연금은 꿈도 못꾼다. A씨는 저금리가 야속하리만큼 밉다. 두달 전만해도 3%대 수익률도 성에 안찼는데 이제는 2%대의 수익률도 기대하기 어렵다. A씨가 가입한 퇴직연금(DC형)의 성격상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접 운용하는 것도 여건 상 쉽지 않기 때문에 원금만 받아도 다행이라 위안할 뿐이다.

기준금리가 딜레마에 빠졌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 기준금리는 역행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금리 인상으로 유턴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국가 중심으로 금리가 하락기조에서 상승쪽으로 모멘텀을 가다듬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우리는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현행 기준금리를 2.50%에서 2.25%로 내렸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5월 0.25%p 인하된 이후 1년 5개월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 조치가 정부의 정책과 상승 작용을 해서 위축된 경제심리를 개선시키면 경제 회복세의 모멘텀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가 가장 많이 거론한 단어가 "심리 개선"이었다.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 정책과 맞물려 내수시장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한은의 결정으로 최경환 경제팀의 '41조원 거시경제패키지'의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정부도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도 기대심리를 끌어올려 내수를 키우겠다는 생각이었다. 실제 올 상반기 예상치 못했던 세월호사태 여파로 불가항력의 이슈가 발생하면서 4월 이후 내수경기가 바닥을 쳤다. 수출지표가 호조인 반면 내수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희박했다. 결국 세월호 이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락으로 되돌린 것도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정부와 경제 연구소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우선,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9%에서 3.7%로 하향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4%에서 1.8%로 0.5%p 낮췄다. 금융업계의 싱크탱크인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3.9%로 0.2%포인트 낮췄다. 한국은행은 3.8%, 현대경제연구원(3.6%), 한국경제연구원(3.4%)도 기존 전망치를 내렸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세월호 사고 여파로 상반기 경제 성장이 부진했다"며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디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전망치를 3.9%로 제시했지만 하방 위험이 크다"면서 "경제심리 위축도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추가 완화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역시 경제심리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초저금리 시대가 실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중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내리거나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지난 2008년 연 5.87%에 달하던 시중은행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며 지난달 2.68%까지 무너져 내렸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하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최근 두달 새 시중은행이 예금 금리를 잇달아 내려 체감금리는 연 2.2~2.3%까지 떨어졌다.

여기서 다시 수신 상품에 대한 시중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 1%대 금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 이미 장기채권금리의 영향으로 여수신의 금리가 하향조정되고 있는 까닭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신의 고정금리가 내려가고 있는데 이는 채권금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권도 자금조달할 수 있는 금리가 이미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변동금리는 코픽스와 코리보인데 빠르면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늦어도 이달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어 저금리 기조 속에서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상품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주문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픽스보다 채권금리가 시장에 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변동금리보다 1.5~2%정도 차이가 난다고 판단되면 고정금리로 갈아타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저금리 기조가 얼마나 오래갈지가 문제다. 자칫 부채함정(Detb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미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 경제의 화약고로 지목되고 있다. 저금리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저금리가 고착화되면 전세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민간의 소비여력이 둔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주택 임대인은 전세금을 은행에 맡겨 이에 따른 이자 수익이 감소될 수 있다. 이에 감소된 만큼 채우기 위해 전세가격을 높이게 마련이다. 전세가격 상승에 따라 주택 임차인의 소비여력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이같이 저금리가 지속됨에 따라 시장 기대감이 하락할 때 가계부채 증가와 전세가격 급등이 민간소비 여력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는 다시 내수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노무라증권은 "과잉 부채는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의 실효성과 부동산시장 회복세에 따른 부의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고령층의 노후가 걱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자신의 노후연금을 만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표적인 재테크로 퇴직연금이나 사적연금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는 은행예금에서 바탕으로 한다.

퇴직연금의 경우 70~80%가 예금을 바탕으로 한다. 보통 확정기여(DC)형에 가입하고 있다. 자신이 손실을 부담하거나 이익을 반영하지 않고 안전하게 연금을 보장해야 하는 안전자산 심리 때문이다. 투자처가 줄고 금리가 내려가게 되면 수익률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들이 믿고 맡기는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도 노후가 됐을 때 나중에 연금받는 시점보다 훨씬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저금리 자체가 일종의 출구전략이자 경기부양인데 지속적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금리는 경기가 안정화되는 시점에서 올려주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결국 선진국의 출구전략에 따라 우리 경기가 회복되는 기조가 확인된다면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 시대를 맞닥드린 입장에서 금리 인상이 조만간 실현돼야 하는 현실에 부딪히고만 실정이다.

다만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이나 한은의 통화정책의 경우,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훈 외환은행 연구위원은 "이번 금리인하가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을 될 수 있지 몰라도 실질적인 효과에는 의문"이라며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없음을 아쉬워하고 있으며 선제적으로 50bp정도 내리길 기대했는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통화정책이라는 것은 오늘 내린다고 시장에 대출금리 예금금리 즉각 반영될 수 있지만 우리 경제에 파고 드는 정책의 효과는 최소 3~6개월 지켜봐야 한다"며 "이자소득자들이 금리 인하 영향으로 예금금리가 떨어져 소득이 줄 수 있기 때문에 내수가 더 침체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내수 침체의 주요 요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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