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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비정규직을 모독하지 마라


입력 2014.08.16 09:08 수정 2014.08.16 09:11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세월호 침몰 원인이 비정규직 때문이었다고?

비정규직이 무책임하고 직업윤리도 없다는 편견을 버려야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8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 눈을 감은 채 구치감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8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 눈을 감은 채 구치감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비정규직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이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에 이번 세월호 참사의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이런 지적의 연장선상에서 국회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이른바 ‘선원 비정규직 사용 금지법’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선원들이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에 참사가 커졌다는 말은 비정규직은 사고가 나자 책임감도 없이 혼자 도망치기에만 급급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과연 그랬나? 고(故) 박지영 씨는 세월호의 비정규직 사무원이었지만, 끝까지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하다 정작 본인은 구조되지 못하고 끝내 희생됐다.

반면에 정규직 선원들과 철밥통 정규직 공무원들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했나.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이번 참사가 커졌다는 말은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모독하는 말이다.

안전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용 절감보다는 사람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만 선원을 채용해야 한다는 요구 자체가 이미 경제적인 요구다. 여객선사의 입장에서는 당장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과 인력 운용의 경직성 문제를 어떻게 감당하고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가 된다.

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비용의 문제를 가격을 통해 스스로는 어느 정도 부담할 것이냐의 문제로 돌아온다. 모두 다 경제문제다. 경제문제를 경제문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풀라고 하는 것, 또 그렇게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든다. 안전의 문제는 우선적으로 경제문제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맞다.

안전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거꾸로 ‘돈’이 해결책이라는 정반대의 주장을 펴기도 한다. 선원들과 달리 비행기 조종사의 경우 정규직인 데다가 연봉 수준도 상당히 높다면서 책임감이나 직업윤리를 요구하려면 그에 맞게 처우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 주장은 사명감과 책임감 같은 직업윤리가 처우 수준, 즉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야 혹은 연봉이 높은가 낮은가 하는 차이에서 나온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런데, 정년보장에다 연봉까지 최상급이라 많은 젊은이들이 몇 년 씩이나 취업 재수, 삼수를 하면서까지 되려고 하는 것이 공무원인데, 이번에도 보았듯이 공무원들에게 책임의식과 직업윤리가 충만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모든 공무원이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주장을 하려면 일관성 있게 하라는 말이다.

다른 부문보다도 해운업계에 비정규직이 많은 이유가 있다. 바로 해운업계의 구조적인 특징 때문이다. 연안여객선사 대부분이 자본금 10억 원 미만의 영세업체들이다. 게다가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여름 한철에만 수익이 나는 노선들이다. 또 외항선원 같은 경우는 보통 수개월에서 1년 이상 배를 탄 뒤 장기간의 휴가를 가진 후 다시 배를 타게 된다. 영세하거나 계절적 수요 혹은 장기간의 휴가 등 구조적인 요인들 때문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정규직으로만 채용해야 한다는 이른바 ‘선원 비정규직 사용 금지법’이 통과된다면 해운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몇몇 영세업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내몰릴 것이고, 일부 노선이 폐지되거나 운항횟수가 대폭 줄어들 수도 있다. 단순히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비정규직 때문이었다는 말은 그야말로 ‘홍두깨로 소를 모는 격’이다. 어이없게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책임감도 없고 직업윤리도 없는 사람들로 매도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전 국민적 애도의 물결을 이용해서 ‘비정규직 철폐’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평소 자신들이 내세웠던 집단적 이해(interest)를 관철시켜 보려는 무리수에서 비롯된 일이다. 무리수에는 반드시 응징이 뒤따른다. 시장의 보복을 가벼이 보지 말라.

글/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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