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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면 윤일병 터지면 임병장' 냉정해야 군 바꾼다

  • [데일리안] 입력 2014.08.07 08:15
  • 수정 2017.10.16 10:48
  •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처벌부터 하고보자" 관행 사건 은폐 부추겨

설익은 대책 남발 근본대책은 군 병력 질 높이는것

<@IMG1>
한국군은 얼마 전 22사단 임병장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더니 이번에는 그보다 더욱 잔혹할 수 있는 사건을 숨기고 있다가 들켰다. 군의 입장에서 이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심층깊은 분석을 하지 않았다면 더욱 문제이고, 큰 문제인데 드러나면 처벌을 받을까 축소하고자 했다고 해도 심각한 문제이다. 윤일병이 각자의 자식이라고 생각해보라. 치가 떨리지 않겠는가?

이번 윤일병 사망 사건은 살펴볼수록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올 2월 말 전입이래 윤일병이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군기를 잡는다면서 물을 부어 고문하고, 치약 한 통을 통째로 먹이기도 했으며, 바닥의 가래침을 핥아 먹게도 했다고 한다. 이게 우리 ‘국민의 군대’에서 정녕 일어난 일인가?

더욱 심각한 것은 윤일병 정도의 가혹행위가 다른 부대에도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참으면 윤일병, 터지면 임병장”이라는 말이 나돈다. 윤일병은 사망하였고, 민간단체에 의하여 그 정황이 자세하게 밝혀져 국민적 주목을 받고 있지만, 괴로움의 상처를 마음으로만 울부짖으면서 참았던 우리의 젊은 장병들은 얼마나 많을까? 얼마나 억울했으면 어떤 병사는 전역하는 날 자살을 했을까?

윤일병 사건이 끔찍하지만 한탄만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는 정말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지하에 있는 윤일병이 가장 바라는 것도 이것일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된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인정해야만 하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지금까지 적용해온 방식대로는 재발방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동안 병영 내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군은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면서 잘못을 빌었고, 책임자들을 처벌하였으며, 재발방지대책을 약속하였고, 어떤 위원회나 팀을 만들어 근본원인을 분석한다고 법석을 떨었다. 2005년 6월 연천의 육군부대에서 한 병사가 수류탄과 총기를 난사하여 소대장을 비롯한 전우 8명을 사망케한 이후에도, 2011년 7월 해병대 병사가 총기를 난사하여 4명을 사망시킨 이후에도 이러하였다.

1개월 반 전인 6월 21일에 있었던 22사단에서의 총기난사 사건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도 군은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고, 사단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았으며,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였고, 국방부와 합참을 비롯한 모든 기관에서 조사팀을 보내어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동일한 22사단에서 며칠 전인 7월 27일 이등병이 목메어 자살하였고, 다수의 부대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혹행위가 계속하여 폭로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번 윤일병 사건에 관해서도 과거와 같은 동일한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하여 군수뇌부들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되뇌었고, 사단장도 모자라서 육군참모총장까지 사임하였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약속이 반복되고 있고, 국방부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육군은 “병영문화혁신추진단”을 구성했다고 한다.

과거보다 다소 강화된 점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전의 사고와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아마 결과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육군참모총장의 사임으로 책임질 일은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고, 위원회나 추진단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현실의 각종 암초에 걸쳐 대부분 시행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군대는 여전히 고참병의 변덕에 사고여부가 좌우되는 상황으로 환원되어 있을 것이다.

우선 처벌하고 보는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사회에서도 그러하지만 이전이나 이번의 사고에서 공통적인 사항은 해당 지휘관들에 대한 무차별 처벌이다. 우선 관련자들을 줄줄이 기소하고, 지휘관들은 보직을 해임했다. 이 사건이 공개되어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자 28사단장을 보직해임했고, 그래도 미흡하자 육군참모총장까지 사퇴시켰다. 국민들의 분노는 어느 정도 풀릴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처벌을 해버리면 진상규명부터가 어려워진다. 당사자들이 처벌을 받은 상태이거나 처벌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에 처벌을 가볍게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만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처벌이 이루어진터라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소홀해질 것이다.

이러한 처벌 위주 관행은 사건의 은폐를 부추긴다. 처벌을 받을 것이 뻔한 것을 누가 솔직하게 보고하겠는가? 평소에 최선을 다해서 근무한 사람도 무차별 처벌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 누군들 은폐에 가담하지 않겠는가?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관련자들은 처벌을 최소화하고자 사건을 왜곡 및 은폐시켰다.

더욱 황당한 것은 최초에는 대규모로 처벌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처벌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육군에서는 16명을 징계했다고 밝혔으나 그 중 8명에게는 가장 낮은 수준의 ‘견책’ 처분이 내려졌고, 나머지도 정직, 감봉, 근신 정도에 그쳤다. 결국 강력한 처벌이라는 엄포는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한 통과의례이고, 진상규명만 어렵게 만드는 셈이다.

처벌이 조금 늦다고 하여 사람들이 도망가는 것이 아니다. 정확한 진상규명 후 죄상에 따라 선별적으로 합당한 벌을 내려야 한다. 선진국치고 한국처럼 미리 처벌해버리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 중 정말 죄를 지었다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말하는 모양이다.

근본적 문제는 초급간부다

군의 고급간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동의할 현 사건 및 이전 사건들에 관한 근본적 문제점은 초급간부의 역량 미흡이다. 소대장과 부소대장이 내무반을 장악하지 못하여 대신 고참병사가 장악하는 것이다. 중대장 이상은 말로는 병사관리를 외치지만 상급부대 지시이행, 전투준비 및 교육훈련, 기타 부여된 과업에 허덕이느라 병사들을 세세하게 살필 여력이 없다.

초급간부 역량 미흡의 근본적 원인은 우수한 젊은이들이 장교직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육군사관학교의 경우 그 질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그 인원은 250명 정도에 불과하며, 한해 임관하는 5000명 육군 소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군장교의 경우 유수대학에서는 정원이 상당히 감소된 상태임에도 지원자 확보가 어렵고, 대부분의 대학들은 정원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다. 병사들은 21개월 복무하지만 학군단 장교는 28개월이나 근무해야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소대원보다 소대장의 학력수준이 떨어지는 셈이니, 이들이 소대를 어떻게 장악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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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간부들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은 상급자 및 상급부대의 지나치게 세부적인 간섭(micro-management)이다. 대대장과 연대장들은 사고예방을 명분으로 병사관리를 직접 담당함으로써 초급간부들의 설자리를 없도록 만들고, 온갖 요구사항을 하달한다. 초급간부들은 부여된 지시 이행에 허덕이느라 병사관리는커녕 자기 몸도 가누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군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한번도 낮은 경계태세를 유지한 적이 없다. 연말연시는 물론이고, 북한이 미사일, 포, 무인기 등으로 도발할 때마다 경계태세를 높여왔다. 경계태세를 낮춘 적은 없고, 높이기만 하였다. 전 국방장관은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적은 반드시 도발한다”면서 철저한 경계태세를 요구하였다. 그러니 초급간부들이 어떻게 병사관리를 위한 여유를 가질 수 있었겠는가?

우수한 젊은이들이 군 장교를 희망하도록 양성제도, 복무연한, 인사관리제도를 종합적으로, 시급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학군장교의 경우 현재의 28개월을 최소한 24개월로 단축함으로써 우수한 대학생들을 장교로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지휘관들은 초급간부들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자신이 직접 담당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전투준비는 물론이고 병사관리에도 능숙하도록 끊임없이 교육 및 훈련시켜야 한다.

병사의 자율권을 확대하자

앞으로 군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근본적 내용은 선임병의 행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일 것이다. 병사들 간에는 일체 지시나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고, 병사들이 어떤 행동을 하려면 간부들에게 보고하여 허락을 맡아야할 것이다. 내무반에 CCTV를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조치로도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병사들의 행동을 통제할 수는 없다. 이 사건이 잊혀질 때쯤이면 병영은 여전히 선임병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과거와 다르게, 선진국처럼 접근해보자. 병사들에게 충분한 자율권을 보장해줘보자. 그 대신 책임을 물으면 된다. 모든 선진국 군대는 이렇게 하고 있다. 이스라엘 병사들을 휴가를 가도 총을 메고 있으면서 정당방위의 사격을 할 수 있다. 그들은 군율에는 철저히 따르고, 책임진다. 간부들의 감독이 아니라 군법이 병사들을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군 병사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지적 수준이 높고 성실할 것이다. 최근의 장병들은 대부분이 대학교육을 받고 있다. 미군과 비교해보자. 미군 수뇌부들이 걱정하고 있듯이 그들 군대의 지원병 수준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그들의 지적 수준이나 성실도는 우리의 병사들과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그렇지만 미군이 세계 최강의 군대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병사들에게 충분한 자율권을 부여하되 엄중한 군법에 근거하여 명확한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우리도 지금부터 병사들을 믿고 존중해보자. 병사들을 책임성있는 개체로 인식하고, 그들에게 임무를 맡겨보자. 두 명의 병사가 보초서는 위병소에 간부가 추가로 있을 필요가 없다. 병사 혼자 운전하는 것이 못미더워 간부를 하루 종일 조수석에 앉혀서 감독시킬 필요가 없다. 권한과 책임만 명확하게 부여하면 누구보다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우리 한국군 병사들이다.

선임병의 경우 고참 자격이 아니라 분대장 자격으로 군법에 근거하여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자. 우수한 요원을 분대장으로 선발하고, 1주일 정도로 그칠 것이 아니라 최소한 1개월 정도는 교육을 시키자. 그들에게 지휘자는 어떠해야하고, 그 사명이 얼마나 중요하며, 잘못했을 경우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주자. 그렇게 되면 병영에는 군법에 근거한 공식적 권한에 의한 질서가 정립될 것이고, 단결과 전우애가 보장될 것이다.

병사들에 대한 과감한 권한위임은 병영문화 개선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군의 전투력을 급격하게 팽창시키게 될 것이다. ‘전군의 간부화’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간부들은 병사관리라는 짐에서 벗어나 오로지 싸워 이길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훈련 및 준비를 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병사들을 진정 똑똑하게 만들려면 똑똑하게 대우해야 한다.

모든 대책은 부작용도 고려해야

앞으로 우려되는 점은 윤일병 사건의 재발방지 명분으로 검증되지 않은 채 도입되는 새로운 제도들이다. 선임병의 횡포를 막기 위한 ‘동기생 내무반’ 제도가 군대의 기강만 해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이러한 사례이다.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하였기 때문에 설익은 대책이 남발될 가능성은 무척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은 병영생활 개선 노력이 전투준비태세를 저해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군대는 병사들을 관리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적의 침략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존재한다. 병사들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하여 대책없이 경계근무를 줄이거나, 훈련강도를 낮춰버리거나, 군 지휘계통을 붕괴시키지 않아야할 것이다. 이미 설치된 ‘병영생활상담관’의 효용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볼 필요가 있고, ‘옴부즈맨’ 등도 지휘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병사들에게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제기된 상태이다.

특히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정치권과 국가 수뇌부는 군대와 군 지휘관들의 이야기도 경청해줄 필요가 있다.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할 말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의견도 충분히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군의 입장도 반영하고, 향후 시행하는 대책들이 실효성을 가질 것이다.

우리 모두도 잘못이 있다

이 순간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스스로에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정말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군의 책임이기만 한 것일까? 정말 입대하기 전에 아무런 문제없던 병사들이 군에 가서 문제병사가 된 것일까? 그들을 길렀던 부모, 학교, 사회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이미 언론에서는 고등학교에서의 ‘왕따’ 경험이 군대로 이전되었을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가 학교교육을 통하여 리더의 중요성과 사명, 올바른 리더십의 행사 방법, 권한과 책임 문제 등을 충분히 교육시켰던가? 공동생활을 할 때 어떤 사항을 주의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가르쳤던가? 최소한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인본사상이라도 제대로 가르쳤던가?

우리의 가정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가정생활을 통하여 자녀와 충분히 소통하거나 건전한 사회생활을 위한 덕목을 가르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떼를 쓰거나 폭력을 휘둘러도 ‘오냐’하면서 응석으로 받아주었던 것 아닌가?

나아가 군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도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 군을 존중하는 정도와 우리가 존중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 차이가 날까? 길에서 군 장교나 부사관을 보면 우리는 어떤 마음인가? 정치권에서는 안보와 국방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가?

그래도 군의 석고대죄, 환골탈태가 절실하다

군인들 중에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잘못된 병사 한 사람 때문에 지금까지 노력해온 모든 것이 부정되는 것이 못내 아쉬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군이 총체적으로 잘못된 강력한 증거로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군간부들은 지난 1주일, 지난 1개월, 지난 1년, 지난 10년 각자가 무엇을 했던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북한의 핵미사일과 같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얼마나 열성적으로 노력하였는가? 내가 그 동안에 읽은 군사서적은 몇 권이고, 교범은 몇 권인가? 내가 병사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보낸 시간은 얼마인가?

한국군은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대오각성(大悟覺醒)하여 반드시 달라진 군대, 새로운 병영문화를 창출해내야 한다. 유사한 사고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정말 군대가 설 자리는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해지는 걸까?

글/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예비역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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