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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에서 참패한 새정연, 진심으로 축하한다


입력 2014.07.31 10:08 수정 2014.08.01 08:17        이종근 편집국장

<칼럼>구시대 구닥다리 정당 국민들이 환골탈태할 기회를 준 것

권은희 공천 파동으로 시작한 새정연의 전략 실패로 7.30 재보선 결과는 11대4의 야당 참패로 끝났다.(자료사진)ⓒ데일리안 권은희 공천 파동으로 시작한 새정연의 전략 실패로 7.30 재보선 결과는 11대4의 야당 참패로 끝났다.(자료사진)ⓒ데일리안

축하한다. 그것도 진심으로 축하한다. 7.30 재보궐 선거에서 11 대 4로 압승을 거둔 새누리당에 하는 소리가 아니라 4 대 11로 참패를 한 새정치연합에 하는 축하다.

아무리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져도 그렇지, 아무리 미워해도 그렇지 초상난 상가에다 대고 축하한다니 잔인하다고? 이건 조롱도 아니고 독설도 더욱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소리다.

한 개의 정당이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국가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우리는 일당독재라 부른다. 어떤 형태든 복수의 정당이 서로를 견제하며 정책 대결을 벌이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대한민국의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7.30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다. 전체 15곳의 지역구중에 7석은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에 11곳을 내주고 고작 4곳을 건지는데 그쳤다.

새정연이 받은 충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손학규 김두관 등 한때 대권주자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거물급 정치인들이 상대당의 무명 신인들에게 어이없이 허물어졌다. 세월호 참사 등으로 민심이 현 정부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깨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패했다.

‘국정원 댓글 폭로’의 주역인 권은희의 전략공천으로 시작한 새정연의 ‘헛발질’은 수십년돼 시어꼬부라진 묵은지 맛인 ‘정권심판론’을 기치로 삼아 유권자들을 식상하게 만들더니 급기야 이미 약발이 다 떨어진 ‘야권연대’를 또다시 선택하는 우를 범했다.

온갖 욕을 얻어먹으면서까지 새정연 지도부는 권은희의 공천을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권은희는 자신을 공천해준 김한길과 안철수 공동대표, 그리고 손학규 김두관 등 새정연의 차기 대권주자들을 포함 이번 재보선에서 낙선한 11명의 후보들, 더 나아가 새정연이라는 정당을 죽이고 자신은 국회의원으로 탄생한 ‘살모사’(殺母蛇)가 됐다.

새정연은 지금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새정연을 향한, 새정연을 이렇게 만신창이로 만든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를 향한 조롱과 비판과 한숨은 당사 안팎에서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새정연에 축하의 인사를 하는 것은 재보선 참패가 새정연에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십수년동안 새정연은 한번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야당은 무조건 정권의 잘못을 확대재생산만 하면 된다는 듯 모든 것을 정권 탓으로만 돌리고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그들은 걸핏하면 “야당은 야당다워야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의 이면에는 정부의 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자는 결기가 담겨있다. 그 이면에는 상대당은 무조건 악이요 그러므로 자신들은 선이라는 오만이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했음에도 아무도 "내 책임이었다"고 반성하는 사람이 없었다. 당사자인 문재인 의원도 단 몇 개월만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의도로 돌아왔다. 당내에서는 네 책임 공방만 벌이더니 어느 새인가 없던 일로 치부해버렸다. 지지난 총선에서 종북정당인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주도한 책임 역시 아무도 지지 않았다. 지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포함 주요 지역에서의 패배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선거이전과 별 다를 바 없이 당은 ‘굴러갔다’.

한때 여당을 위협하는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다고 해서 이념도 비전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안철수 측과 50 대 50의 합당을 했다. 당원에게 뜻을 묻거나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도 아니고 갑자기 마른하늘에 번개치듯 전격적으로 감행하더니 당명도 정강도 전혀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바꿔 버렸다.

이 수많은 오류와 오만이 쌓이고 쌓여 이번 재보선의 결과로 드러났다. 만약 안철수가 얘기했듯 5석을 유지했거나 당내 선대위에서 예상한 7석 정도를 차지했다면 새정연은 “불리한 가운데서도 선전했다”고 자평하며 또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모양 그 꼴로 차기 총선과 차기 대선에 임했을 것이다.

그래서 축하를 하는 것이다. 영원한 불임정당으로 몰락할 뻔했는데 국민들이 환골탈태할 기회를 준 것이다. 식상한 비유지만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꿀' 기회를 준 것이다. 당내 친노니 486 586이니 하는 앙시앙레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세력이 나서야한다고 힘을 실어준 것이다. 뭐 차려준 밥상도 못알아차리고 국민들 탓하고 휴가철이어서 투표율이 떨어졌다는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더 할말은 없지만...

똑같은 이유로 새누리당은 위험한 처지에 놓였다.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양대 기업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2분기 실적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으며 내수 경기는 세월호와 함께 맹골수도 깊은 바닷속으로 침몰해있고 국민적 트라우마는 잠복해있는 시한폭탄인데 압승이라고 샴페인을 터뜨릴 것 같아서 하는 소리다.

이종근 기자 (myjocke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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