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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수비농구’ 유재학호 색깔 드러낸 뉴질랜드전


입력 2014.07.30 14:46 수정 2014.07.30 14:49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가상의 중동팀’ 뉴질랜드 상대 64-58 승리

공격력 만족스럽지 않지만, 수비조직력 합격점

유재학표 수비 농구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재학표 수비 농구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비의 승리였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29일 잠실학생체육관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64-58로 승리했다.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1승 2패로 열세를 보였던 한국은 홈에서 첫 경기를 설욕하며 팽팽한 균형을 이어갔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19위의 뉴질랜드는 31위의 한국보다 무려 12계단이 높은 팀이다. 기술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탄탄한 체격과 저돌적인 몸싸움을 앞세워 한국이나 아시아권과는 다른 유형의 플레이를 추구하는 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무나 대학팀을 상대로 삼는데 만족해야 했던 한국으로서는 모처럼 가상의 중동팀을 가정해 제대로 된 스파링파트너를 만난 셈이다.

전체적으로 뉴질랜드가 이날 외곽슛에서 난조를 보이며 원정에 대한 적응이 덜 된 부분도 있었지만, 58점에 그쳤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수비가 잘 이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이날 초반부터 전매특허인 전면 강압수비로 뉴질랜드를 거칠게 몰아붙이며 체력전에서 우위를 점했다.

한국은 주포 문태종이 부진했고 선수들의 외곽 성공률이 대체적으로 좋지 못했다. 후반에야 조성민의 슛이 터지며 활로를 찾았지만 공격은 답답한 순간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던 것은 온전히 기복 없는 수비의 힘이었다. 양동근-김태술 등 가드들이 앞선에서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움직임이 좋았다.

유재학 감독이 늘 강조했던 수비 로테이션 시 빅맨들이 외곽까지 커버하는 수비도 상당히 잘 이뤄졌다. 경험이 부족한 이종현과 김종규가 몇 차례씩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도 보였으나 베테랑 김주성과 부상에서 돌아온 오세근 등이 중심을 잘 잡아줬다.

유재학 감독은 수비가 흔들릴 조짐을 보일 때마다 적절한 타이밍에 작전타임을 신청하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재정비하고 뉴질랜드의 흐름을 끊었다.

유재학 감독은 첫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강력한 수비농구 색채를 대표팀에 이식했다.

신체조건과 개인기술이 모두 뒤지는 한국농구가 국제대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선수전원이 체력과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한발 더 뛰는 수비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에 이어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3위로 농구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는 성과를 올리며 유재학호의 수비농구는 진화를 거듭했다.

뉴질랜드전은 다가오는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유재학호가 보여줄 색깔을 드러낸 경기였다. 선수들의 조직력이 많이 살아났고 압박은 더욱 끈끈해졌다. 높이와 체격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세계무대에서도 유재학표 수비농구가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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