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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라는 이석기에 화해의 기회를 주자고?


입력 2014.07.29 08:07 수정 2014.07.29 08:20        하윤아 기자

4대 종단 성직자 탄원서 제출 '시대착오'

보수 시민단체 "판결에 영향 미칠 수 있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내란음모' 사건 피고인들이 지난 4월 29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항소심 공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내란음모' 사건 피고인들이 지난 4월 29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항소심 공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음모’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4대 종단 최고위 성직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보수 진영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물론 종교계 측은 ‘인도주의적 차원의 메시지’라고 설명했지만, 보수 종교·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크나큰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나라가 어디로 가도 좋다는 말”이라며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종교계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성직자들이 대단히 잘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회장은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의 존립에 관한 사안이다. 지금 북한에서 (우리나라를) 공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데, 이 같은 판국에 나라를 지켜야 할 성직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보냈다는 것은 나라를 말아먹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사법부에서 판단할 일을 두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재차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니 만큼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행동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천주교의 최고위직 성직자인 염 추기경이 탄원서를 전달한 것에 대해 “교황이 곧 방한하니까 북한과의 관계 등에서 묘한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행동을 보이면 국가 기강이 무너져 국가 존립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이재교 변호사(시대정신 대표) 역시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지 않느냐”며 “재판을 하는 와중에 있는 사건에 종교 최고 지도자들이 경솔하게 움직인 것에 대해서 굉장히 놀랍고 실망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이번 탄원서가) 양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우려가 있는 행위는 하면 안 된다. 재판이 끝나고서는 견해를 보일 수 있다고 보지만 재판 중에는 절대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완 사건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성직자로서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한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재야법조계 인사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선처를 바라는 탄원이란 피고가 죄를 인정했을때 할 수 있는 인도적 행위"라며 "이석기 피고인은 죄를 인정하기는커녕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차라리 종교지도자들이 그의 무죄를 주장하며 검찰을 비난한다면 말이 되지만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을 위해 탄원서를 올린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지키기천주교인모임, 기독사회책임, 선진화시민행동 등 여러 보수 성향 단체들은 ‘종교계의 ’이석기 탄원‘ 너무도 잘못되었다’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서를 내고 4대 종단 지도자들의 탄원서 제출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지금 이 재판은 우리사회가 종북좌파세력의 국가전복음모는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재판”이라며 “이석기에 대한 심판과 응징을 어리석은 갈등으로 간주하여 종북좌파 세력의 국자전복활동을 응징하지 말자는 이번 종교인들의 탄원은 우리나라 종교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분별력을 잃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가 이러한 탄원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을 간곡히 탄원한다”고 당부했다.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또한 성명서를 내고 “반국가 범죄에 대해 반성은커녕 철면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이석기를 선처하는 것은 화해와 사랑과는 거리가 먼 명백한 국론분열 행위”라며 “종교의 자유를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 종교 지도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철저한 자기모순”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종교인은 종교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5000만 국민의 자유민주공동체를 파괴하려는 세력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은 신앙을 실천하며 사회통합에 기여해야 하는 종교인 본연의 역할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염수정 추기경,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목사,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등 4대 종단의 최고위 성직자들은 서울고법에 이 의원 등 내란음모사건 피고인 7명에 대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전염이 두려워 나병 환자들에게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을 때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종교인의 사명이다. 누가 어떤 죄를 범했든 도움을 요청하면 그 죄를 묻지 않고 구원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 종교인의 마음과 자세다. 소위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된 7명의 피고인들에게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염 추기경은 구속자 가족들에게 받은 탄원서 문구 대신 “재판부가 법의 원칙에 따라 바르고 공정한 재판을 해주시기를 기도하며 동시에 그들이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 화해와 통합, 평화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청한다”는 내용을 담아 서울고법에 제출했다.

한편, 28일 서울고법 형사9부(이민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대한민국을 적으로 규정한 혁명조직 RO를 통해 내란범죄 실행을 구체적으로 준비한 점을 고려할 때 원심이 선고한 징역 12년은 지나치게 가볍다”며 이 의원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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