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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인듯 중징계 아닌 금융사 취업 '뒷구멍'


입력 2014.07.28 11:29 수정 2014.07.28 16:14        윤정선 기자

금융회사 3년 취업 제한하는 '문책경고' 내용 쏙 빠져 있어

금융위 뒤늦게 입법예고 했지만, 늦어도 내년 중 시행될 예정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보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아도 취업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사진은 여전법 관련 조항. ⓒ데일리안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보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아도 취업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사진은 여전법 관련 조항. ⓒ데일리안

금융회사 임직원이 중징계의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아도 카드사나 캐피탈사 취업에는 제한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징계가 사실상 금융권 퇴출이라는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제도상 허점을 발견해 법 개정에 들어갔지만, 이르면 내년에야 법이 시행될 것으로 보여 사실상 눈뜨고 코 베이는 식의 인사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임원의 결격사유에 문책경고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순으로 이뤄진다. 특히 문책경고(3년)부터는 중징계로 분류돼 금융권 재취업(최대 5년)이 제한된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중징계를 '금융권 퇴출'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여전법에서 정한 임원의 자격요건에선 '정직이나 업무집행정지' 이상의 제재를 받은 경우에만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문책경고를 받더라도 카드사나 캐피탈사에 취업이 가능한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른 금융회사 관련법에는 문책경고부터 취업이 제한되지만, 여전법에서 적용하고 있는 금융회사는 그렇지 않다"고 인정하면서 "하지만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법 개정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법 개정은 급하다고 빨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개정된 여전법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전법 제50조의 3을 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직·업무집행정지 이상의 제재조치를 받은 자'에 대해서만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대통령령 제재조치를 받은 자'로 개정해 문책경고를 받은 자도 규제권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현재 이 같은 허점을 노리고 카드사나 캐피탈사에 취업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사상최대 규모의 금융권 제재가 예고된 상황에서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재취업 '구멍'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부에선 문책경고 이상의 조치가 '금융권 퇴출'이라는 금융당국의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징계를 받은 자라도 남은 임기는 보장돼 금융권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면서 "중징계가 금융권 퇴출이라는 것은 당국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권 제재를 앞두고 있다"며 "제재를 받더라도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여신전문금융회사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금감원의 문책경고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현재 통합이 논의되고 있는 하나SK·외환카드 사장으로 가더라도 현행법상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정보유출 사태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카드 3사(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전 최고경영자(CE0)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심재오 국민카드 전 사장은 최근 GS파워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심 전 사장은 금감원으로부터 경징계를 통보받아 금융권 재취업이 가능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 아닌 다른 곳에 둥지를 마련한 셈이다.

박상훈 전 롯데카드 사장의 경우에도 전관예우 차원에서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받았으나 여론을 의식해 지난달 자리에서 물러났다. 손경익 전 농협카드 분사장도 현재 재취업보다는 어학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초 카드 3사 정보유출로 CEO에 대한 해임권고 수준의 중징계가 예고된 상황"이라며 "혹시나 이들이 상대적으로 징계 강도가 약한 문책경고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제도상 허점을 노리고 다시 재취업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카드업 자체가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카드사도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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