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건설사 역대 최고 '과징금' 때리기전에 정부가 할일은


입력 2014.07.29 02:00 수정 2014.07.29 09:36        박민 기자

<기자의 눈>'입찰 환경' 개선 '징벌적 손해배상' 등 실효성 정책 도입해야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27개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 4355억원을 매기고 해당 법인과 주요 임원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자료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27개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 4355억원을 매기고 해당 법인과 주요 임원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자료사진)ⓒ연합뉴스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건설사들에게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7일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 4355억원을 부과했다. 건설사를 대상으로 처벌한 역대 과징금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건설사들은 이번 담합에 대해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도' 건설 공사의 경우 정부가 단일 사업을 여러개로 쪼개 동시다발적으로 발주하면서 '1사 1공구' 원칙을 적용해 담합에 내몰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우 이를 수행할 건설사가 몇 없는데다 입찰 탈락시 설계비 등의 손실 부담이 커 건설사별로 나눠서 입찰할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현행 '최저가 입찰제'도 수익률이 낮아 담합을 조장할 뿐 아니라 과거 공사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공사비를 산정하는 '실적공사비제도'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건설 불경기를 고려하면 건설사들의 항변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기술경쟁보다는 가격경쟁만을 앞세운 '최저입찰제'의 경우 능력이 비슷한 건설사들을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융통성 있는 담합으로 내몰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이번 대규모 담합 처벌을 두고 단순히 매질의 수위를 높인다고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바른 공정거래에 걸맞는 경기장과 규칙을 마련해주고 그 안에서 페어플레이를 기대해야 앞뒤가 맞다는 주장이다.

물론 사정이 이렇다고 범법행위를 용인하자는 말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담합'은 국민 혈세를 좀 먹는 부당행위며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나아가 부실 위험도 키울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적발된 담합 사례를 봐도 안 걸릴 경우 이윤이 막대하기 때문에 서로 짜고 치고, 행여 적발되더라도 과징금 처벌 수위가 낮아 걸려도 그만이라는 의식도 여전히 문제점이다.

공정위에 의하면 담합 적발시 과징금은 낙찰가의 최대 10%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공정거래를 선도해야 할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건설사들이 오히려 담합을 주도하면서 대규모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공정거래 확립을 위해서는 담합으로 얻은 이익보다 더 큰 금액을 물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거나 과징금 수위도 현행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정부와 정치권은 건설사 주장처럼 입찰 제도 자체가 건설사들의 담합을 조장하는 문제는 없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체벌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거래를 중시할 수 있는 온당한 법과 제도적 환경이기 때문이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박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