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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동거’ 김동주·두산…아름다운 이별 가능할까


입력 2014.07.25 11:35 수정 2014.07.25 11:37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올 시즌 후 다시 거취 논의 ‘갈등 일시적 봉합’

프랜차이즈스타 자존심, 구단-본인 모두 큰 부담

두산 김동주가 고심 끝에 팀 잔류를 선택했다. ⓒ 데일리안 DB 두산 김동주가 고심 끝에 팀 잔류를 선택했다. ⓒ 데일리안 DB

두산 김동주(38)가 우여곡절 끝에 일단 팀 잔류를 확정지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거취를 유보한 것이다. 김동주는 올 시즌 이후 구단과 다시 거취 문제를 상의하기로 했다. 일단 은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주는 두산의 프랜차이즈스타다. 1998년 데뷔 이래 16년간 오직 두산 한 팀에서만 뛰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입지가 급격하게 줄어든 김동주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이 넘도록 2군에만 머물렀다.

올 시즌 새롭게 두산 지휘봉을 잡은 송일수 감독은 김동주를 철저히 외면했다. 김동주의 자리에 탄탄한 선수층을 구축하며 굳이 기량이 하락한 김동주를 부를 필요가 없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김동주는 최근 구단에 방출을 요구했다. 팀 내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면 자유롭게 풀어달라는 소망이었다. 두산은 뒤늦게 김동주 측과 면담에 나서 일단 마음을 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김동주가 잔류를 선택한 것도 두산에 미련이 남아서라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지금 웨이버 공시와 트레이드로도 당장 새 팀을 구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 지적이 많다.

두산 내에서 김동주의 입지가 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다. 송일수 감독은 김동주의 방출 요청이 처음 알려지고 난 뒤에도 “김동주의 기용문제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필요하면 부르겠지만, 당장 1군에 올릴 생각은 없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김동주의 거취 문제가 거론되는 자체가 감독의 고유권한에 대한 침해로 간주하는 듯한 태도였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은 일정 부분은 김동주의 책임도 있다. 지난 몇 년간 1군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데다 베테랑으로서도 팀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감독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측면이 크다. 김진욱 전 감독에 이어 송일수 감독도 김동주의 1군행을 꺼리는 건 기량 외의 다른 이유가 있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어쨌든 팀의 프랜차이즈스타이자 불혹을 바라보는 베테랑 선수를 1년 넘게 2군에만 방치하며 아무런 관리도 하지 않은 두산 구단의 태도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김동주와 사전에 팀 내 거취와 향후 진로에 대한 사전 교감이 있었다면 선수가 공개적으로 언론에 방출요청을 하는 등의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동주와 두산은 현재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동주는 아직 현역 생활을 좀 더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김동주 본인이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가 높은 데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지만 아직 퓨처스리그에서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과시한 것도 자신감의 근거다.

반면 두산 구단은 난처한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이미 두산 팀 내에서 김동주의 자리가 사실상 없어진지는 오래됐다. 그렇다고 팀의 마지막 남은 프랜차이스타를 말년에 이적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다소 부담스럽다.

드러내놓지는 않았지만 두산 구단은 김동주가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2군에 머물고 있는 김동주의 거취에 대한 논란이 길어질수록 팀 분위기나 이미지에도 크게 도움 될 것이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과연 두산과 김동주의 불편한 동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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