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선처 부탁…문화강국 이루게 해달라"
24일 이관훈 전 CJ대표이사 증인으로 나서 선처 요청
이 회장 측, 횡령 거듭 부인…국내외 '문화산업 업적' 강조
피고인 신동기 "깊이 뉘우쳐" 배형찬 "사실 그대로 인정"
[기사추가 : 2014.07.24. 20:37]
횡령·배임·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측이 24일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를 향해 이 회장의 국내외 문화산업 업적을 강조하며 선처를 요청했다.
이날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5차 공판에서 이 회장 측은 부외자금 조성을 통한 횡령 혐의 등에 대해 부인하는 한편 이관훈 전 CJ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내세워 이 회장이 문화산업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왔는지 강조했다.
"앞으로 2~3년이 문화강국 만드는 시기"
이 회장의 최측근인 이 전 대표는 이날 공판에서 이 회장의 문화산업 노력과 관련, 이름 뒤에 직함이 아닌 '님'자를 붙여 수평적 관계를 강조한 이 회장의 '님 호칭제' 실시와 '드림웍스'와의 사업 파트너 성사 등에 대해 소개했다.
이 전 대표는 1983년 제일제당 공채로 입사해 마케팅팀, 총무팀, CJ헬로비전 대표, CJ제일제당 경영지원실, CJ대표 등을 두루 거쳤으며 지난해부터 CJ고문이 됐다.
이 전 대표는 "'님 호칭제' 실시 때 질서가 제대로 서지 않는다는 등 임원들 반발이 많았다"며 "그러나 이 회장은 자신이 먼저 임원들에게 '이재현 님'이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아모레퍼시픽, SK그룹, 롯데백화점 등에서도 직급 대신 '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드림웍스와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서도 "이 회장의 자연스럽고 소탈한 모습이 어필됐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과거 이 회장은 드림웍스 설립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프리 카젠버그 등이 아시아 지역 파트너를 찾는다고 하자 '청바지 차림'으로 스필버그 등을 찾아 함께 피자를 먹으며 사업 파트너로서 손을 잡자고 설득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이 회장의 철학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이 회장의 철학은 '문화 없이 나라 없다. 경제강국의 전제조건은 문화강국', '문화의 산업화를 통해 일의 먹거리를 만들어 국가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CGV 등 영화산업을 할 당시에도 임원들이 반대했으나 이 회장은 이를 설득해 사업을 추진했고 영화 '아바타'가 나왔을 때는 '2020년에는 한국판 아바타를 만들자'고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변호인 측이 "마지막으로 이 회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하자 재판부를 향해 이 회장의 선처를 당부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이 전 대표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얘기를 들은 듯하다"고 말을 끊기도 했다.
그는 "이 회장을 좋지 못한 모습으로 보니 가슴이 메어진다"며 "이 회장이 문화강국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 앞으로 2~3년이 문화강국을 만드는 시기로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동기 부사장 "이런 일을 한 내가 원망스러워"
뒤이어 이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피고인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이 이 회장이 부외자금을 통해 일부 임직원에게 격려금을 지급한 것과 관련, 이 회장이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려는 등 개인적 용도로 활용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부외자금 조성 자체에 대해서는 "깊이 뉘우친다"고 말했다.
신 부사장은 "이 회장의 격려금이 '개인적 충성심'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평소 이 회장은 CJ가 삼성보다 봉급이나 복리후생이 많이 떨어진다고 하면서 업무에 탁월한 성과를 낸 직원들에 대해서는 격려를 해야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 측이 부외자금 조성 건과 관련 "이 사건을 깊이 뉘우치고 있느냐"고 하자 "그렇다. 내 일생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이런 일을 한 내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 부동산 관련 현지 법인 담보 제공 및 연대보증에 따른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또 다른 피고인 배형찬 전 CJ재팬 대표는 원심과 달리 이날 공소사실 대부분을 인정해 검찰 측의 의구심을 샀다.
배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원심 판결 후 변호인과 논의한 결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얘길 들었다"며 "사실 그대로를 인정하고 용서 받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로 증인신문을 마치고 다음달 14일 오후 2시부터 이 회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앞서 원심은 이 회장을 향해 징역 4년, 벌금 260억원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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