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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예능, 이러다 3시에 시작?


입력 2014.07.28 09:04 수정 2014.08.01 09:00        민교동 객원 기자

지상파 프로그램 4시부터 '235분 방송'

변칙 편성보다 수준높은 코너 만들어야

MBC '일밤', KBS '슈퍼선데이', SBS '일요일이 좋다' 등 지상파 일요 예능프로그램이 변칙 편성을 시작함에 따라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 MBC·KBS MBC '일밤', KBS '슈퍼선데이', SBS '일요일이 좋다' 등 지상파 일요 예능프로그램이 변칙 편성을 시작함에 따라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 MBC·KBS

방송사의 시청률 경쟁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은 방송사의 수익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주겠지만 시청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얘긴 그만큼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 입장에선 다양한 기획 의도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최대한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 외에도 시청률 경쟁에는 다양한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혹자는 편법이라 얘기하는 방법들이다. 가장 흔한 사례가 편성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첫 방송 시점, 방송 시간, 방송 요일 등을 변경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연속성이 중요한 드라마에서 이런 방식이 많아 활용된다. 두 회를 연속 방영하는 편성이 나오기도 하고, 경쟁 드라마보다 한주라도 빨리 시작하기 위해 기존 드라마를 조기 종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일요 예능에서 타사 경쟁 프로그램보다 10분 빨리 시작하는 편법 편성이 화제가 되고 있다.

시작은 KBS였다. KBS가 일요 예능 ‘해피선데이’를 4시 20분에서 4시 10분으로 10분 빨리 시작하는 방식으로 편성을 바꾼 것.

지상파 방송 3사의 일요 예능 프로그램은 현재 치열한 시청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물론 시청률에선 조금의 차이가 있어 순위가 갈리지만 절대적인 우위를 달리고 있는 프로그램은 없다. 따라서 10분 빨리 시작할 경우 시청자는 먼저 시작한 프로그램을 끝까지 계속 볼 가능성이 크다. KBS의 시간 변경 이후 MBC ‘일밤’도 시간을 변경했다. 기존 4시 10분에서 4시로 10분을 앞당긴 것.

SBS만 종전의 4시 20분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쟁 관계인 지상파 방송 3사의 일요 예능 프로그램은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의 MBC ‘일밤’이 오후 4시, ‘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2일’의 KBS ‘해피선데이’가 4시 10분, 그리고 ‘룸메이트’ ‘러닝맨’의 SBS ‘일요일이 좋다’가 4시 20분에 시작된다.

방송가에서 소위 ‘4시 예능 전쟁’으로 불리는 이번 대란에 앞서 지상파 방송 3사의 편성팀장이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그렇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됐고 이처럼 일요 예능 프로그램의 편성 시간을 두고 편법이 오가는 극단적인 시청률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현재 SBS와 MBC는 KBS가 협의를 거부하며 악순환을 야기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일요 예능방송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든 것이 ‘4시 예능 전쟁’의 시발점이 됐다고 설명한다.

“일요 예능 프로그램 시장에는 늘 절대 강자가 존재해왔다. ‘1박2일’의 KBS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던 시절이 있고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와 ‘진짜사나이’ 등이 큰 인기를 끌며 MBC가 1위 자리를 지켰던 때도 있다. SBS 역시 ‘러닝맨’ 전성시대를 경험했다”라며 “그렇지만 지금은 특출난 1위 코너 없이 지상파 방송 3사의 예능 프로그램이 치열한 시청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편성 시간을 조금씩 바꾸는 방법까지 동원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 3사의 예능 프로그램은 일요 예능이 그 중심에 있다. 과거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던 주중 밤 11시대 예능 프로그램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TV의 동일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이 급성장하면서 지상파 주중 밤 11시대 예능 프로그램의 독점 구조가 깨졌기 때문이다.

이제 주중 10시대 드라마 시장까지 조금씩 독점 구조가 깨져가는 상황에서 일요 예능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4시 예능 전쟁’의 시발점이 됐다.

MBC '일밤', KBS '슈퍼선데이', SBS '일요일이 좋다' 등 지상파 일요 예능프로그램이 변칙 편성을 시작함에 따라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 SBS MBC '일밤', KBS '슈퍼선데이', SBS '일요일이 좋다' 등 지상파 일요 예능프로그램이 변칙 편성을 시작함에 따라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 SBS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 끝나는 시간대는 동일한데 10분씩 시작 시간이 늘어나면 결국 일요 예능 프로그램의 총 방송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제작진 입장에선 방송 시간 10분을 늘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정해진 촬영 시간과 제작비 등을 감안할 때 방송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은 곧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밀도를 떨어 트려 방송의 질이 저하되는 것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또한 계속된 경쟁으로 인해 4시대가 무너지고 3시대에 일요 예능 프로그램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딘가 한 군데가 3시 50분 시작으로 방송 시간대를 앞당길 경우 일요 예능이 아예 3시에 시작될 수도 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이긴 하지만 요즘 분위기라면 현실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두 개의 코너를 세 개로 늘리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열 경쟁을 위해 지상파 방송 3사는 편성팀장 모임 등을 가지며 조절하고 있다. 10시대에 미니시리즈 등 드라마를 방송하고 11시대에 예능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편성이 일정한 규칙을 갖고 이뤄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4시 예능 전쟁’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전례가 생기면서 앞으로 방송 편성이 어떤 방식으로 달라질 지 알 수 없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10시대 드라마 역시 10분씩 시간이 앞당겨져 언젠가는 9시 30분 정도에 시작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일요 예능 프로그램 시장 역시 독점적 구조가 깨질 위험성도 크다. 이미 종편과 케이블 방송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유능한 PD와 작가 등 제작진을 데려가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우수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지상파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동안 케이블 TV과 종편은 서서히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1박2일’ 등으로 예능 대박을 일군 KBS 예능국 멤버들이 대거 자리를 옮긴 tvN은 ‘꽃보다할배’ ‘응답하라 시리즈’ 등을 통해 지상파를 넘어서는 인기와 영향력을 과시한 바 있다.

주말 밤 11시대 예능 프로그램 시장은 이미 종편 방송사의 몇몇 인기 프로그램과 tvN 등 몇몇 인기 케이블 방송사의 프로그램들과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다.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지만 케이블 TV와 종편의 몇몇 초대박 프로그램에게 밀려 휘청거리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는 머지않아 일요 예능 프로그램 시장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상파 방송 3사의 진정한 시청률 대결은 편성 시간대를 바꾸는 방식이 아닌 보다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이다. 또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생 코너 하나가 시청률 경쟁 구도를 단 번에 허물어 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수년 째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가장 낮은 시청률을 보였던 MBC ‘일밤’은 ‘나는 가수다’로 변화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난 해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두 인기 코너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시청자의 사랑을 받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경쟁 프로그램보다 10분 먼저 시작하는 편법 정도로는 너무 모자람이 크다.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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