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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꾼 넌 모르지" 너의 모든 것을 보고 있다


입력 2014.07.25 10:52 수정 2014.07.30 17:07        이미경 기자

<조작꾼 잡는 파수꾼-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①>

과거 사례 및 통계적 알고리즘 기반 자동적출 시스템 갖춰

시감위 업무, 경찰업무와 비슷…모니터링후 이상거래 적출

국내 주식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되는 거래계좌는 수십만개에 이르고 접수되는 주문도 이에 버금간다. 한달 오가는 평균 거래대금만 해도 5조3600억원. 주식시장의 거래 참여자인 개인투자자들과 투신, 금융투자, 연기금, 국가·지자체 등의 기관투자자, 외국인 등은 지난해 기준으로 총 500만명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불특정다수가 주식을 사고 팔다보니 부당 이익을 목적으로 주식시장 내에서 시장 규칙을 어기거나 주가조작과 같은 범죄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특히 조직적 주가조작 수법은 나날히 지능화되고 정교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조직적인 시세조종은 물론 미공개 정보를 악용하거나 사기적 부정거래 등이 주식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이들로 인해 선량한 피해투자자가 늘어나고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질 수 때문에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이같은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예방하는 시장감시 조직의 기능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를 찾아 불공정거래 감시와 분쟁조정, 예방활동·사이버감시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불공정거래의 모순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주가조작꾼 넌 모르지" 너의 모든 것을 보고 있다
②분쟁조정의 시작은 투자자 피해 최소화로부터
③작전세력 꼼짝마, 사이버감시의 눈은 24시간 떠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전문적으로 하는 미 소재 A사 소속의 트레이더인 B씨를 포함한 4명은 자신들의 매매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지난 2012년 1월부터 12월 기간 중 개인투자자 중심의 코스피200 야간선물시장에 진입했다. 자신들의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코스피200 야간선물 4종목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높은 시장지배력을 지속적으로 보유해가며 일중 수십에서 수백차례 본인의 포지션을 유리하게 구축하고 청산하면서 가장매매, 물량소진 등의 수법으로 시세조종해 약 141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득했다. 금융당국은 이들과 A사를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최근 불공정거래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활약상이 두드러지면서 첨병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다. ⓒ데일리안 최근 불공정거래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활약상이 두드러지면서 첨병 역할을 톡톡히하고 있다. ⓒ데일리안

"작전세력 발견"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시장감시시스템 모니터에 갑자기 이상거래 적출 표시창이 떴다.

모니터를 유심히 보던 직원은 최근 속출하는 새로운 시세조종 유형인 '상한가 따라잡기'와 비슷하다는 점을 의심하고 이 내용을 곧바로 팀장에게 보고했다.

팀장은 보고를 받자마자 팀원들을 한 곳으로 소집해 최근 기승을 부리는 상한가 따라잡기 유형과 비슷한지에 대해 확인·분석 작업에 나섰다.

'상한가 따라잡기'는 최근 기승하고 있는 초단기 불공정거래의 한 형태다. A종목이 대형 호재성 이슈로 인해 주가가 급등한다는 점을 노려 대량 허수성 호가를 제출해 주가를 띄운 후 다른 투자자들의 매수를 유인한다. 이 주식을 매수하는 일반투자자들이 늘어났을때 작전세력은 곧바로 보유물량 전량을 털고 빠져나가는 이른바 '먹튀'로 주가를 끌어내린다.

이는 기업의 호재성 재료가 공개되기 전에 주가나 거래량이 먼저 반응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투자자의 학습효과를 작전세력이 역이용한 사례다.

최근 기승하기 시작한 이러한 신종 시세조종은 작전세력이 주가를 띄운후 다시 끌어내리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눈깜짝할 사이에 진행된다.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최근 종종 발생하고 있는 시세조종 유형과 비슷하다고 해서 시장감시부가 단독으로 불공정거래라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혐의 의심 계좌에 대한 과거 이력 등 철두철미한 분석작업을 거쳐 단서를 포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팀장의 지시에 따라 시장감시부의 현미경 조사가 시작된다. 시스템을 통해 걸러낸 이상거래에 대해 과거사례 분석결과와 불공정거래 적발기법 등을 토대로 적출계좌에서 의심계좌를 선별했다. 시장감시부는 선별된 의심계좌들을 과거 주문내역까지 훑어가며 불공정거래의 단서분석에 집중했다.

특히 의심계좌뿐만 아니라 연계된 다른 계좌들도 예외는 아니다. 공모가 의심되기 때문이다. 시장감시부는 이 작업에서 도출된 데이터를 곧바로 심리부로 보냈다.

보고를 받은 심리부는 문제 계좌를 적출한 증권사들로부터 계좌주의 인적정보를 받았다. 이후 작전세력이 개입됐는지 여부를 판단한 후 금융감독당국에 불공정거래 의심종목과 계좌를 통보했다.

최근 불공정거래 유형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주식시장의 암행어사로 불리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활약상도 두드러지고 있어 불공정거래 근절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신규접수한 불공정거래 사건은 60건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8건이 감소했다.

거래소의 통보사건은 33건, 금감원 자체인지 사건은 27건이다. 지난해 거래소가 적발한 불공정거래 혐의통보건수는 256건에 이른다.

2012년(282건) 대비 다소 줄었지만 불공정거래 행위는 기존 정형화되고 단순하던 방식에서 점점 비정형화와 복합적인 형태를 띄며 지능화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메신저 등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 후에 보유물량을 매도하는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메신저 등 IT기술을 활용한 사기적 부정거래행위 등이 비정형화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사설투자모임 등을 결성하거나 다수의 차명계좌를 통한 주가조작 사례, 변종 CB(전환사채) 발행, ELS(주가연계증권), ELW(주식워런트증권) 관련 불공정거래도 끊임없이 적발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세조종과 미공개 정보이용, 사기적 부정거래가 융합된 신종 불공정거래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 시장감시본부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이승범 시장감시본부 팀장은 "일일히 이상거래를 적출하지 않고 시장감시 시스템을 미리 설정해 자동적으로 시세조종 등의 투기거래를 걸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 감시의 핵심은 이상거래 계좌뿐 아니라 연계 계좌에 대해서 집중 감시를 함으로써 작전세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시감위는 행위 적발에서부터 분쟁조정, 사전 예방조치 등의 시장감시시스템을 강화함으로써 갈수록 지능적이고 다양해지고 있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시장감시 업무 프로세스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시장감시 업무 프로세스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때문에 시감위의 업무 성격은 경찰업무와 형태가 유사하다.

우선 새로운 방식의 불공정거래 유형이 발견되면 시장감시부의 감시역들은 함께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갖는다. 이상거래로 지목된 형태가 불공정거래인지 아닌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법적 검토나 자동 적발 시스템 구축방법 등 논의를 거쳐 해당 종목이나 계좌가 불공정거래로 의심되면 심층 분석을 위해 관련 내용을 심리부에 통보한다.

이때 시장감시부에서는 거래내용 자체만을 분석하지만 심리부는 법상 심리권한을 활용해 계좌명의인의 정보를 분석하게 된다. 계좌주의 인적정보를 통해 거래정보에서 보이지 않는 거래이유나 의도, 상장법인 내부자나 증권업계 직원 여부 등 신분이 확인되면 거래분석은 좀더 정밀하게 이뤄지게 된다.

이후에 나온 결과를 토대로 시장감시위원회 소속 변호사들과 심리역들이 불공정거래의 법률적 구성요건 등을 재심사하고 최종적으로 금융감독당국에 보고된다.

거래소 시감위 관계자는 "현재 시감위는 기존 사례와 통계적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주가·거래량의 움직임이 이상한 종목이나 부정한 수단으로 거래되는 계좌를 자동으로 뽑아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주가조작 수법도 계속 진화하는 형태를 띄기 때문에 시장감시시스템 역시 이러한 수법을 따라잡기 위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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