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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림조차 사치스러운 팽목항의 100일, 그러나...


입력 2014.07.24 09:48 수정 2014.07.24 10:01        진도 = 데일리안 김수정 기자

<현장>'기다림의 버스'참여자들 "세월호 특별법 마련해라"

지친 진도 군민들 "이제 좀 그만, 우리도 살고 싶다" 울상도

세월호 참사 100일을 2시간여 앞둔 23일 저녁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100일의 기다림'에서 참석자들이 실종자들의 귀환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을 들고 있다. ⓒ진도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100일을 2시간여 앞둔 23일 저녁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100일의 기다림'에서 참석자들이 실종자들의 귀환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을 들고 있다. ⓒ진도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행사 참여자들 ⓒ진도 = 데일리안 방항구 기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행사 참여자들 ⓒ진도 = 데일리안 방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새벽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100일의 기다림'에서 참석자들이 실종자들의 귀환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풍등을 띄워 보내고 있다. ⓒ진도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새벽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100일의 기다림'에서 참석자들이 실종자들의 귀환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풍등을 띄워 보내고 있다. ⓒ진도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냥 한번은 꼭 와보고 싶었습니다. 1년 뒤에는 나아질까요?”
“세월호 특별법 방관하는 국회의원들 다 이 진도바다에 빠져죽어야 합니다.”
“저 사람들이야 한번 와서 행사하고 가면 되지만 매번 겪어야 하는 우리들은 괴로워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을 2시간여 앞둔 23일 오후 9시 40분. 칠흑같이 어둡고 고요한 진도 팽목항 바다에 대형버스 2대가 등장한데 이어 10분 후 또 다시 2대가 등장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각기 달랐지만 비장하기 보단 담담했고, 일부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 아이들도 피곤한 기색 없이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바로 서울, 목포, 경기, 인천,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진도로 달려온 ‘기다림의 버스’ 참여자들이다.

이날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는 세월호 참사 100일을 기념해, 여전히 팽목항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들과 기다림을 함께 하자는 다짐이 담아 진도로 ‘기다림의 버스’에 시동을 걸었다.

1박2일 일정으로 이뤄진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오후 7시30분부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대면해 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밤 10시부터 ‘100일의 기다림, 100일의 약속’ 전야제 행사에 참여했다. 스산하리만큼 고요했던 팽목항 밤바다에 모처럼 타지에서 온 약 250여명의 울림이 적잖이 퍼져나갔다.

이들 중에는 기다림의 버스를 타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온 시민들도 더러 있었고, 친구와 함께 온 앳된 10대 학생들도 보였으며 온 가족이 함께 온 참여자들도 눈에 띄었다. 출발지도, 사연도, 참여이유도 다 달랐지만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국회에서 아직도 계류 중인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목포에서 버스를 타고 온 한 남성 참가자는 “100일을 기념해서 왔다기보다는 정말 안 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며 “어린 생명 300여명이 차디찬 바다 속에서 눈 감은 지 100일 다 되도록 책임자 처벌은 물론 진상규명까지 뒷전인 정부와 국회에 분노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2시간여 앞둔 23일 저녁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100일의 기다림' 문화제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진도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100일을 2시간여 앞둔 23일 저녁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100일의 기다림' 문화제에서 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진도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는 이어 “더욱이 언제부턴가 언론에서도 그렇고 점점 이번 사건을 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기자분도 100일이라고 오신 거 아니냐. 정말 이래선 안 된다. 우리 모두가 떠나간 이들과 그 가족들의 상처를 끝까지 보듬어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제발하지 않도록 진실규명 해야 한다. 그 시작점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에서 온 설계사 여성도 “원래 진도 오길 좋아했는데 이 사고 나선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한 번도 오질 못했다”며 “100일이라고 무슨 대단한 의지를 갖고 온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가족들 마음에 위안이 될 수 있다면...”이라며 끝내 말끝을 흐렸다.

안타까운 사연은 곳곳에서 들려왔다. 100일 전 이곳에서 조카를 잃었다는 한 남성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답답하다”며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10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는 그는 “조카 수학여행비도 내가 줬는데...”라며 “애 부모들은 거의 죽은 사람들처럼 살아갈 뿐”이라고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그는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이 나보고 이제 좀 (단식) 그만하라고도 말리는데 나는 괜찮다”면서 “아직도 세월호 특별법조차 마련하지 않는 국회의원들 이 바다에 와서 다 빠져야 한다. 그거 보기 전까지는 언제라도 여기 올 것이고 내일부터 100리 행진도 이어갈 것”이라고 힘줘 말하는 등 이날 참가자들 대부분이 희생자 가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국회에서 하루 속히 처리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진도 주민들 “뜻은 좋지만 이젠 부담스럽기도”

팽목항에서 이날 밤 10시부터 시작된 ‘100일의 기다림’ 전야제는 촛불행사와 함께 각종 문화공연으로 구성됐으며 실종자들의 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풍등 날리기 행사로 24일 오전 1시경 마무리됐다. 다행히 이날 행사에서 별다른 사고는 없었으며 3시간 내내 진지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날 공연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시종일관 두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를 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새벽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100일의 기다림'에서 참석자들이 실종자들의 귀환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풍등을 띄워 보내고 있다. ⓒ진도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새벽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100일의 기다림'에서 참석자들이 실종자들의 귀환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풍등을 띄워 보내고 있다. ⓒ진도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하지만 정작 이날 행사에 진도 군민들의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팽목항 거주자 일부는 “이제는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팽목항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 씨는 “뭐, 저 사람들 오든 말든 나는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서 “의도가 나쁘다 좋다 이게 아니라 수시로 와서 저렇게들 밤늦게 마이크 들고 떠드니 여기 사는 사람들한테는 마냥 좋게만 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또 “이 주변에 여관도 있고, 엄연히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 사람들이야 한번 와서 저렇게 하고 가면 되지만 우리는 매번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진짜 진도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워낙에 큰 사안인데다 우리가 좀 감수하자며 참아오기만 했는데 이제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기도 하다. 벌써 100일째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원봉사자 B 씨도 “행사 취지야 좋지만 실제로 저 분들이 와서 되레 피로감만 늘었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의견도 더러 나온다”며 “일회성 보여주기 행사라는 지적도 하신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는 진도읍 주변에서 더욱 거셌다. 특히, 세월호 참사 여파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생활고를 호소하는 진도 군민들 상당수가 이제는 세월호 사태가 부디 수습되길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터미널 근처에서 건어물 및 각종 진도특산물을 판매하는 이모 씨(49·여)는 “24일 날 또 100일 행사한다고 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정말 관심이 없다”면서 “오히려 그렇게 한 번씩 왔다갈수록 심적인 부담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새벽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100일의 기다림'에서 참석자들이 실종자들의 귀환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글을 분필로 바닥에 적고 있다. ⓒ진도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새벽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100일의 기다림'에서 참석자들이 실종자들의 귀환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글을 분필로 바닥에 적고 있다. ⓒ진도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 씨는 “벌써 100일째 진도에 관광객들 발길이 뚝 끊겼다”며 “물론, 가족들 심정을 헤아리면 마음이야 찢어지지만 우리도 정말 죽을 맛이다. 이제는 슬픔만 계속 강조할 게 아니라 제발 좀 출구전략을 마련해 달라. 정부도 국회도 왜 가만히 있느냐. 우리는 정말로 세월호 출구전략이 절실하다”고 호소하는 등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은 진도의 모습은 희생자 가족들과 진도 군민들 간 미묘한 차이가 감지되는 양상이다.

한편, ‘기다림의 버스’ 행사 외에도 세월호 유족들은 참사 100일을 맞아 23일∼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1박2일 100리(里) 행진에 나섰다.

23일 세월호 가족대책위 등에 따르면 유족들은 행진 첫 날인 이날 오전 9시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단원고와 하늘공원을 거쳐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촛불문화제와 국민대토론회를 열었다. 이어 24일 오전 10시 광명시민체육관을 출발해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가족들과 만나고, 서울역을 거쳐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 도착해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에 참여할 방침이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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