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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에서 백정 하정우가 머리를 민 이유는


입력 2014.07.22 09:17 수정 2014.07.22 09:23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김헌식의 문화 꼬기>넷스케이프 창업자 아마존닷컴의 CEO 모두 삭발

영화 '군도' 스틸컷.ⓒ쇼박스 (주)미디어플렉스 영화 '군도' 스틸컷.ⓒ쇼박스 (주)미디어플렉스

율 브리너가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대머리였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는 남들이 숨길만한 대머리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아 입지를 구축했다. 이런 대머리는 액션 배우 캐릭터에 자주 등장한다. ‘다이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 ‘황비홍 시리즈’의 무협 액션스타 이연걸,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트리플 엑스'의 빈 디젤, ‘헬보이’, ‘트랜스포터’의 제이슨 스타뎀 등이 이에 속한다. 여기에 최근 한국 영화 ‘군도’의 주인공 하정우도 대머리 캐릭터로 등장했다. 물론 군도도 액션영화다.

그렇다면 액션 배우에 이런 대머리 캐릭터가 각광을 받는 것일까? 대머리는 정력이 강하다는 속설이 연상되면서 강한 남성 이미지의 캐릭터가 투영이 되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강력한 느낌을 주는 스타일은 단순히 머리카락이 없는 헤어스타일이 아니라 삭발형 캐릭터이다. 삭발형 캐릭터는 리더십의 역량 발휘에 유리한 이미지를 갖는다.

이같은 사실은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의 알베르트 만스 박사가 ‘사회심리학과 인성 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몇 가지 실험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그의 실험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삭발형 대머리가 사람들에게 지배력, 강인성, 남성성, 리더십 잠재력이 뛰어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예컨대 13% 정도 더 강인하게 여겨졌다. 또한 권력, 영향력, 권위를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자신감이 더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머리카락이 없는 이들은 머리카락이 많은 사람에 비해 키가 2.5㎝ 커보였다. 무엇보다 애써 머리숱이 없는 상태나 애써 머리가 없는 것을 숨기는 이들은 자신이 없어 보인다. 차라리 과감하게 머리카락을 삭발하는 것이 더 자신감 있고 강인해 보이며 능동적인 인상을 주는 것이다. 심지어 젊어 보였다. 따라서 젊어보이려면 아예 삭발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루이빌대학교의 마이클 커닝햄 교수는 경쟁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임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의 가치질서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대체적으로 머리를 미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흔하지 않는 행위이다. 머리를 미는 행위에는 상당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액션 배우에 이런 삭발형 캐릭터는 잘 어울린다. 이런 삭발형 캐릭터는 영화배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넷스케이프 창업자 투자가 마크 앤드리센,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대표 제프리 카젠버그, 아마존닷컴의 CEO 제프리 베조스의 공통점은 머리카락이 없는 헤어스타일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들은 삭발형 머리 스타일을 통해 자신감과 능력이 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경영컨설턴트이자 ‘보랏빛 소가 온다’의 저자 세스 고딘은 자신이 능동적인 사람을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도 삭발형 헤어스타일의 소유자이다. 차라리 삭발형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솔직한 인상을 주기 쉽다고 한다. 자기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을 수용하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내놓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삭발을 하게 되면 사람의 행태 자체가 바뀐다. 말과 행동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 조직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삭발형 헤어스타일을 결심하기에는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왜냐하면 액션 배우도 아니고 사업가나 투자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강하고 경쟁적이고 도전적인 이미지를 갖는다면, 조직 관리하는 이들의 눈에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일지 모른다.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한 점이 있을 듯싶다. 그렇기 때문에 ‘군도’와 같이 사회 저항적인 캐릭터를 통해 대리만족을 해야 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오늘도 머리숱이 없는 사람들은 그 머리숯이 없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고군 분투해야 한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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