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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휩쓸고간 수원병 "먹고살기 힘든데 선거는..."


입력 2014.07.22 08:25 수정 2014.07.23 16:08        수원 = 데일리안 김지영 기자

<7.30 재보선 현장을 가다-수원병>'토박이 대 인지도'

남씨 부자 7선 철옹성 거물급이 도전 민심 향배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역사내에서 7.30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수원 병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벽보를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역사내에서 7.30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수원 병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벽보를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7.30재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로데오거리 인근에서 수원 병 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7.30재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로데오거리 인근에서 수원 병 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7.30재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광장에서 수원 지역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수원 병), 백혜련(수원 을), 박광온(수원 정)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7.30재보궐선거를 열흘 앞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광장에서 수원 지역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수원 병), 백혜련(수원 을), 박광온(수원 정)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7.30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기간 개시일이었던 지난 17일 수원시 팔달구 소재 경기도청에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검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경기도청과 수원시청 등 도내 합동분향소 7곳 중 두 곳이 수원에 마련된 탓에 수원의 분위기는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만큼이나 무거웠다.

추모 분위기와 맞물려 어린이날 행사 등 도청과 시청에서 주관하는 봄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수원 경기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라앉았다. 관광객 장사가 물 건너간 자영업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이 같은 상황에 선거가 무슨 소용이고, 재보선이 눈에 들어오겠느냐고 주민들은 말한다.

수원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50대 배모 씨(남)는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그나마 선거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나 같이 자영업이나 노가다 뛰고 이런 사람들은 지금 선거에 신경 못 쓴다”면서 “세월호 때문에 5~6월 행사 같은 게 많이 취소됐다. 그런 게 취소되면 우리한테 직접적으로 타격이 온다”고 말했다.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와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맞붙은 팔달(수원병)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영통)을 중심으로 수도권 전선을 구축했다면, 새정치연합은 손 후보를 필두로 수원 3개 선거구 통합선대위를 꾸렸다. 새정치연합의 입장에서 팔달은 이번 선거의 핵심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부자가 내리 7선을 지냈을 만큼 여세(與勢)가 강한 팔달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손 후보의 인지도와 투표율 정도인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상황에서도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재보선에 관심 자체가 없었다.

인계동 뉴코아아울렛 인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50대 초반의 남성은 선거 분위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선거에 별로 관심이 없다. 너무 힘들어서...”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법인택시를 모는 50대 남성은 재보선이 열리는 선거구와 자신의 선거구에 나서는 후보의 이름도 제대로 몰라 기자에게 되물어봤다.

지동 못골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선거에 관심 없다. 전혀 관심 없다”면서 “투표도 안 한다. 진짜로 안 한다”고 못 박았다. 노점상에서 멸치를 파는 상인(56·남)도 “아이고~ 먹고 살기도 바쁜데 투표를 하겠느냐”며 “장사하는 사람들 다 죽게 생겼는데...”라고 토로했다.

김용남, 탄탄한 정당 지지기반에도 인지도 부족으로 고전

이런 가운데, 팔달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각 후보들은 선거기간 개시일인 17일 일제히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김 후보는 영동시장에서 김무성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당 지도부와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출정식을 가졌고, 손 후보는 시장 골목골목 인사를 다니며 밑바닥 민심 훑기에 주력했다.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까지는 발표된 여론조사상으로는 두 후보가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CBS와 포커스컴퍼니가 지난 19~20일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92%p)에서는 김 후보(39.4%)가 손 후보(27.6%)를 11.8%p 차로 앞섰으나, 10~11일 경인일보 여론조사(오차범위 ±4.4%p)와 12~13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오차범위 ±3.5%p)에서 두 후보는 각각 4.5%p, 1.4%p 차 접전을 벌였다.

먼저 김 후보의 최대 강점은 당의 지지도다. 팔달은 남경필 지사가 내리 5선을 지냈던 지역으로, 이전에는 남 지사의 부친인 고 남평우 전 의원(14~15대)의 지역구였다. 16대 총선에서 영통이, 19대 총선에서 권선과 장안이 야당에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22년 동안 흔들리지 않았던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이다.

여기에 김 후보는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지역 토박이다. 이 점을 활용해 김 후보는 ‘지역일꾼대 정치철새’라는 프레임을 내걸고 있다.

못골시장 맞은편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여성(64)은 “김용남 씨가 팔달구에선 나름대로 이름이 있고, 이미지도 좋은 편이다”라고 평했다. 영동시장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김 후보는) 똑똑하고 수원 사람이다. 수원 국회의원은 수원사람을 시켜야지 아무나 나가서 돼는 건 우리나라가 고쳐야 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부족한 인지도다. 김 후보의 유세현장에서도 김 후보의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주민들이 많았다.

새누리당 유세차량 앞에 모여 있던 50대 여성 세 명은 “김용남 파이팅”을 외치다가 막상 김 후보가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다가가니 “김용남 씨가 누구야?”라고 물었다. 영동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42세 남성은 “근처에 김 후보가 유세 중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누군지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김 후보는 선거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허리춤에 매단 마이크로폰을 보여주며 “그래서 이걸 했지 않느냐”면서 “(앞으로) 13일 동안 내내 (이름을 알리고) 그래야지. 어찌 됐든 상대 후보는 인지도는 더 높을 수 없는 상태니까“라고 말했다.

손학규, 높은 인지도 불구 '철새' 이미지 걸림돌

반면, 손 후보에게 인지도가 가장 강력한 무기다.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지사, 민주당 대표 등을 역임한 손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 거주했던 팔달 주민들로부터 아직까지도 ‘지사님’이라고 불리고 있다.

높은 인지도만큼 인물평도 후했다. 영동에 거주하는 김명옥 씨(40대 후반·여)는 “손 후보가 도지사 때 잘해서 좋다고들 많이 말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매장에서 일하는 김준호 씨(33·남)도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부드럽고 패기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나도 같은 이유로 손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여당 강세 지역으로 평가받던 수원의 정치색도 조금씩 변하는 추세다. 개인택시를 모는 50대 진모 씨(남)는 “김진표 전 의원이 들어오면서 많이 바뀌었다. 그 전까진 한나라당이 싹쓸이했는데, 지난번엔 권선 쪽에서도 민주당이 되고, 보면 남 지사 쪽 빼고 다 민주당이 가져가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실제 수원에서는 16대 총선 때까지 보수정당이 모든 지역구를 독식했으나, 17대 총선 때 김 전 의원이 영통에서 당선된 데 이어 19대 총선에서는 수원 4개 선거구 중 3곳에서 야당이 승리를 거뒀다. 지동 거리에서 만난 김성준 씨(71·여)는 “야당이 좀 많이 돼서 올바른 정치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수차례 지역구를 옮긴 경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이 많았다. 광명·시흥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손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2011년에는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팔달이 손 후보에게는 네 번째 지역구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손 후보를 ‘철새’라고 비판했다.

못골시장 인근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손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입을 다물다가 “철새 이미지 때문이냐”고 되묻자 “그런 게 있다”고 답했다. 영동시장에서 만난 50세 남성은 “수원이 철새 도래지냐”면서 “손학규는 1년 반만 있으면 간다. 여기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대에 머무는 정당 지지도도 골칫거리다. 일부 주민들은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의 실명을 거론하며 권은희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 후보에 대한 전략공천 결정을 거칠게 비판했다.

대권주자 내세운 김용남, 나홀로 선거운동 손학규

두 후보에 대한 주민들의 엇갈린 평가 속에 캠프별 전거전략도 제각기다. 먼저 인지도가 부족한 김 후보는 김 대표와 김 전 지사 등 당내 대권주자들을 전면에 앞세우고 있다. 특히 지역 토박이인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에 주력하면서도 타 지역 출신인 손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손 후보는 본인이 다른 후보들을 지원하며 ‘나홀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손 후보 측 김유정 대변인은 “분위기는 지금만 같으면 당선이다. 좋아하는 분들이 손 후보를 좋아한다”면서 “다만 도지사 하던 사람이 뭣 하러 여기까지 나오느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들도 분전하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심상정 원내대표가 나서 이정미 후보를 지원하고 있고, 통합진보당에서는 임미숙 후보가 부족한 지원 속에 고군분투 중이다. 이밖에 무소속 강방원 후보와 이계종 후보도 17일부터 현수막 등을 내걸고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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