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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300만 돌파가 반가운 이유


입력 2014.07.21 09:54 수정 2014.07.21 14:43        부수정 기자

개봉 17일 만에 '쾌거'…할리우드 대작에 맞서 흥행

한국 영화 부진 살릴 구원투수…청불등급에도 선전

영화 '신의 한 수'가 개봉 17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몰이 중이다. ⓒ 영화 '신의 한 수' 포스터 영화 '신의 한 수'가 개봉 17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몰이 중이다. ⓒ 영화 '신의 한 수' 포스터

영화 '신의 한 수'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신의 한 수'는 전날 전국 625개 스크린에서 상영돼 관객 19만7932명을 동원했다. 누적 관객 수는 301만6432명으로 개봉 17일 만에 이뤄낸 값진 성과다.

앞서 이 영화는 지난 2일 전야 개봉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로는 최단 기간인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10일째에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또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수상한 그녀'(865만 명) '역린'(384만 명) '끝까지 간다'(340만 명)에 이어 네 번째로 3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됐다.

'신의 한 수'의 이러한 선전은 올해 다소 부진한 한국 영화계에 단비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8일 영화진흥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영화 관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2%(1403만 명) 감소한 4154만 명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은 43%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한국 영화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이다.

반면 외국 영화 관객은 1년 전보다 28%(1203만 명) 증가한 5497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을 비롯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엣지 오브 투모로우'등 할리우드 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는 톱스타들을 내세워 대반격에 나섰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2010년 '아저씨' 열풍을 일으켰던 이정범 감독의 신작이자 배우 장동건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우는 남자'는 60만 관객에 그쳤다.

장진 감독과 배우 차승원이 6년 만에 재회한 작품인 '하이힐'은 관객 수 34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두 영화는 국내 대표 배급사인 CJ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이 나섰는데도 실패해 '스타 마케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화 '신의 한 수'가 개봉 17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몰이 중이다. ⓒ 영화 '신의 한 수' 스틸컷 영화 '신의 한 수'가 개봉 17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몰이 중이다. ⓒ 영화 '신의 한 수' 스틸컷

이런 상황에서 '신의 한 수'는 한국 영화의 구원투수로 나섰고,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를 제친 데 이어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도 밀리지 않으며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액션·오락 영화의 틀을 골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영화는 내기 바둑을 하다 사기 바둑꾼들에게 모든 것을 잃은 프로 바둑기사 태석(정우성)의 복수를 그린 범죄 액션물이다.

'뚝방전설'(2006)과 '퀵'(2011)을 만든 조범구 감독이 연출했고 제작 기간에 5년을 투자했을 정도로 방대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정우성, 이범수, 최진혁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선보이는 강렬한 액션 연기가 인상적이다. 특히 뭘 해도 멋있는 배우 정우성이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해 펼치는 '맨몸 액션'이 볼 만하다. 안성기 김인권 안길강 이시영 등 조연진이 화려한 것도 강점이다.

'바둑'이라는 정적인 소재를 동적인 액션으로 버무린 것도 신선하다. 영화는 '패착'(지게 되는 나쁜 수), '착수'(바둑판에 돌을 놓다), '포석'(전투를 위해 진을 치다), '행마'(조화를 이뤄 세력을 펴다), '회도리치기'(연단수로 몰아치는 공격), '곤마'(적에게 쫓겨 위태로운 돌), '사활'(삶과 죽음의 갈림길) 등 바둑 용어를 이용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나 바둑을 모르고 봐도 될 정도로 바둑보다 액션 영화에 가깝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더운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시원한 액션 영화"라고 했고 "잔인한 장면이 많았다"는 의견도 보였다.

과도한 폭력성이나 잔혹성은 아쉽지만 결과적으로 "바둑, 액션, 캐릭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올여름 최고의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조 감독의 의도가 먹힌 셈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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