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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폭로하라! 공천이 그대를 기다릴것이니...


입력 2014.07.14 11:33 수정 2014.07.14 11:36        이상휘 선임기자

<칼럼>새정연의 권은희 공천 꼼수 얻은건 댓글 폭로 잃은건 국민

지난 2월 17일 당시 권은희 서울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경찰서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무죄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2월 17일 당시 권은희 서울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경찰서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무죄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권은희 씨가 공천됐다. 광주지역이다. 새정치연합의 전략공천이었다. 광주는 새정치연합의 노른자위다. 핵심지역인 것이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당선이 보장되어 있다. 떼놓은 당상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싶다. 곱게 보는 사람이 드물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부터 정국을 소용돌이치게 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이다. 대선불복까지도 거론된 사안이다. 박근혜정부의 정통성까지 위협받았다.

그 핵심에 권씨가 선 것이다.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다. 그는 김용판 경찰청장이 수사를 축소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결정적 계기였다. 사건에 직접적인 정부개입이 있었음을 밝힌 것이다.

이후 권씨는 주목받았다. 사회정의적 차원에서였다. 용기있는 사람, 소신있는 공직자로 말이다. 야당에서는 ‘광주의 딸’, ‘대한민국의 딸’ 등으로 추켜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 달랐다. 재판을 했다. 1심과 2심에서 권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용판 전 총장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추가적인 증거가 없는 한 무죄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황당한 일이다. 법을 믿을 수 있느냐? 그렇게 반문한다면 지나친 편견이다. 법은 공정하다. 대한민국 전체를 정쟁으로 몰아넣은 사안이다. 10만 경찰의 신뢰를 무너뜨린 일이다. 그렇게 해놓고 권씨는 ‘정치의 그늘’로 숨은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실행했다. 권씨를 공천하기 위해서다.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동작을로 돌려세웠다. 온갖 멱살잡이 그림을 그리면서 말이다.

천정배 전 의원도 배제했다. 그리고 광주 서구를 전략공천지역으로 정했다. 권씨에게 공천을 주기위한 주도면밀이었다.

전형적인 이율배반이다. ‘반 정의적 공천’이다. 권씨의 폭로는 정치적 거래임을 자인한 것이다. 사회정의를 위해 감행한 폭로로 대가를 받은 것이다. 진실을 가장한 목적이었다. 새정치와 권씨가 공모한 야합에 불과하다. 이게 이율배반이며, 반 정의적 공천이라는 것이다.

권씨는 공천수락의 변에서 “사회정의 실현”을 운운했다. 과연 권씨가 정의를 말할 수 있을까.

정의의 실현은 투쟁과 희생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치적 거래와 배경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이익이며 정파적 승리에 불과하다. 본인은 부인해도 결과는 그렇다. 더구나 당선이 보장된 광주를 받았기 때문이다.

권씨만 탓할 수도 없다. 공천은 안철수 대표가 주도했다. 새정치를 외쳐온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많은 의심을 받았다. 새정치의 진정성 때문이었다. 그동안 보여준 실망감은 새삼 거론할 필요 없다.

새정치가 뭔가. 개혁이며, 변혁이다. 기득권과는 다른 새로운 수혈이다. 메마른 땅에 내리는 빗줄기와도 같은 것이다. 그것으로 국가는 발전한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를 정면으로 역행했다. ‘한건 폭로하고 그 대가로 공천을 주는 것’ 이런 게 그가 주장하는 새정치의 정의인가 싶다.

새로운 정치거래 패턴을 보여준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해서 대권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공직자들이 한건 폭로주의로 정치거래를 도모하고, 그것 때문에 국정이 표류한다면, 안 대표는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그때마다 새정치연합의 공천을 줄 것인가. 그토록 광주를 장악하고 싶었던 것인가.

단지, 정치적 세력 확장을 위해 국민적 정서를 외면했다면, 권씨의 공천은 앞으로 야당의 무거운 짐이 될 것이다.

이른바 ‘권은희 공천’은, 야당이 주장하는 사회적 정의를 훼손시키며, 야당의 선명성을 흐리게 하는 본보기로 회자될 것이다. 양심세력의 진정한 목소리도 ‘권은희 공천’이라는 브랜드로 초라해질지 모른다. 비아냥되고 희화화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번 재보선 또한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은 패배할 수 있는 좋은 프레임을 제공했다. 스스로 함정을 팠다. 실수한 것이다.

안 대표는 명심해야 한다. 권씨와 광주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은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정치는 꼼수가 아니다. 정의로운 희생이다. 그것이 새정치를 말하는 기본이다.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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