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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판도라 상자' 열어도 수그러들지 않는 의혹들


입력 2014.04.29 09:13 수정 2014.04.29 09:15        김수정 기자

해명할수록 초동대처 미흡 새로운 사실 꼬리 물어

법조계 "합동수사로는 한계 추후 특검 이뤄질듯"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3일째인 28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서망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최초 출동 및 구조를 실시한 목포해경 김경일 정장(왼쪽 첫번째)을 비롯한 해경들이 세월호 침몰시 구조 활동 당시 상황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13일째인 28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서망항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최초 출동 및 구조를 실시한 목포해경 김경일 정장(왼쪽 첫번째)을 비롯한 해경들이 세월호 침몰시 구조 활동 당시 상황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해양경찰청(이하 해경)이 28일 세월호 침몰 초기 구조장면이 담긴 9분45초짜리 동영상을 처음으로 공개, 해경을 둘러싼 각종 의혹제기에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여론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한 모양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 초동 대응과 관련, 도의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해경이 사태수습에 몰두하기보다는 책임회피 식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는 비난까지 빗발치는 실정이다.

인터넷 여론 상당수는 이날 해경이 동영상을 공개한 것을 두고 그 공개 시점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사고 발생 13일만에서야 공개한 것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동안 수 차례 언론에서 관련 동영상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했으나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다 한참 지난 뒤에 나온 점을 본다면 동영상 은폐 및 의혹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해경은 “해경 개인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유자체를 몰랐으며 합수부가 확보한 뒤에야 알았다”며 은폐 의혹을 반박했으나 해경을 향한 각종 의혹은 눈덩이처럼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세월호가 맹골수도 해역에 진입해 표류하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났는데도 해경이 관할하는 진도VTS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구조 시간이 지연됐다는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앞서 26일 방영된 세월호 편에서 진도 VTS간 교신 파일의 편집 가능성을 제기해 파장을 일으켰다. 방송에서 배명진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는 “교신하지 않았을 때 고유의 잡음이 들려야 하는데 이런 소리 없이 묵음”이라며 “묵음 상태가 계속되는 건 고의적이라면 편집 삭제구간이라고 부른다. 덮어 씌운다든가 혼합을 하면 잡음이 소리에 앞서 나올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해경 측은 이튿날인 27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진도 VTS 교신 녹음파일 조작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해경 측은 또 “지난 20일 범대본에서 원본파일을 이미 공개했고, 누구든지 비공개 상태에서 열람할 수 있음을 공지했다”며 “방송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 등을 포함한 가능한 법적수단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도 28일 오전 전남 진도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녹음 파일 안에는 세월호 이외 다른 선박(교신)도 포함돼 법적 문제로 이 부분을 편집했을 뿐 조작은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의혹은 종식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여론의 시선은 해경의 초동대처가 적합했느냐에 쏠려있다. 이는 해경이 지난 16일 오전 8시52분 사고사실을 119에 최초로 알린 단원고 학생과 3자 통화가 시작된 8시54분 경도와 위도를 묻는 등 부실한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해경이 28일 공개한 이 동영상에는 세월호 대타 선장 이준석 씨와 항해사, 선박직 선원들이 승객들은 뒷전인 채 오전 9시35분께부터 1차로 배를 빠져 나와 구조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선장 이 씨는 선원 복장이 아닌 사복에 그것도 속옷 바람으로 부랴부랴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고, 일부 선원들도 옷을 갈아 입고 유유히 배를 빠져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해당 동영상에는 선원들이 탈출을 감행하는 사이, 선체 위에는 탈출을 시도하는 승객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해경이 선체에 진입하기 보다는 선원들이 몰려 있는 조타실에서부터 구조작업을 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구조작업 당시 해경이 구조해머(망치) 등을 이용해 선체 내부에 진입하려는 시도를 충분히 했는지, 구조 전 해당 선장의 소재파악 및 초동대처 명령을 제대로 했는지 의혹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있다.

”해경 도외적 책임 피하기 어려울 듯”… “마녀사냥은 안돼”

해양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 대부분 해당 선장과 선원들의 과실이 가장 컸다고 분석하면서도 해경의 초동대처 역시 상당부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양구조전문가는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것은 돈에 눈이 멀어 무리한 증축을 한 선주와 승객을 두고 먼저 탈출한 선장의 잘못이 가장 크다”면서도 “그러나 해경의 대처도 참담하긴 매한가지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선, 이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면 가장 먼저 선장과의 교신을 통해 사고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가능한 모든 인력과 구조선을 사고 현장에 급파했어야 하는데 이것부터 잘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경의 초기 대응은 2012년 이탈리아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 당시 배를 버리고 탈출한 선장에게 재승선과 남은 승객 현황 파악을 지시한 해안경비대장의 단호한 대처와도 판이하게 달랐다. 당시 해안경비 대장은 무책임한 선장을 호되기 꾸짖으며 즉시 자신이 사태수습에 총책을 맡겠다며 신속히 구조명령을 이행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태에서는 선장의 출처를 묻는 해경의 동향이나 어느 누구 하나 총대를 매고 사태수습에 나선 모습은 찾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해경이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던 너무 급박한 상황이라 누가 선원이고, 누가 승객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100톤) 김경일 정장은 28일 오전 11시 진도 서망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침몰과 초기 구조활동 당시 상황에 대해 밝혔다.

김 정장은 “방송을 한 뒤 3~4분이 지나자 사람이 보였고, 단정이 최초로 가서 먼저 구했다”며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승객인지 선원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경은 당시 조타실에 있는 사람을 발견, 망치로 창문을 깨고 승무원 7명을 먼저 구했다. 사람이 30~40명씩 내려오기 때문에 누구인지 분간이 안 갔고, 우선적으로 구조 활동을 벌였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의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양전문가는 또 “더욱이 구조현장에 투입된 해경은 무엇보다 구조해머 등 가능한 모든 장치를 동원해서라도 선체 내부에 진입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도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물론, 해경이 처음 도착한 당시 선체상태나 기상요건이 최악의 상황이었던 점은 인정하지만 거대한 여객선을 구조하는데 100톤짜리 경비정 정도만 급파된 점도 문제”라며 “그만큼 해경의 자질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그 허술한 관리, 운영 시스템이 이 같은 대참사를 이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현재 해경에 대한 검경 합동조사의 실효성 여부도 또 다른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8일 전남 목포해경 상황실을 압수수색했다. 해경이 포함된 합수부가 해경을 상대로 수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합수부는 전날 오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사고 당시 신고를 받은 상황실 근무일지와 교신 녹취록 등을 압수하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근무를 소홀히 했는지, 신고 접수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조사를 받는 대상인 해경이 포함된 합수부의 수사가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8일 목포해경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이 앞서 27일 일부 언론에 의해 공개된 상황에서 굳이 같은 날에 강행한 것을 두고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자칫 합수부가 압수수색에 대비하도록 목포해경에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의혹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헌 변호사는 2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통상 이런 경우, 아무리 조사가 명확히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추후 특검(특별검사)까지 이어질 공산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또 “물론, 해경이라고 해도 조사하는 대상과 조사기관은 엄연히 분리된다”면서도 “사안의 민감성만큼이나 (조사대상이 조사기관에 포함됐다는 것을) 여론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대개 이런 사건은 조사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만큼 아직 특정인물이나 기관의 혐의를 단정짓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며 “수사의 투명성만큼이나 마녀사냥 식의 무분별한 책임추궁도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합수부 책임자인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는 “사고 이후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면서 국민께 밝혔던 것 처럼 사고원인부터 구조상의 문제까지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합수부는 최초 신고를 받은 전남도소방본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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