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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원흉, 선거·정치 갈등·과도한 의원입법"


입력 2014.04.24 16:30 수정 2014.04.24 16:35        김소정 기자

24일 한국선진화포럼 ‘경제를 살리는 정치, 죽이는 정치’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이승윤)이 24일 개최한 4월 월례토론회 ‘경제를 살리는 정치, 죽이는 정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정책의 남발은 공약이 남발되는 선거가 유독 잦은 데다 극심한 정치 갈등, 의원입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정치 풍토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선진화포럼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이승윤)이 24일 개최한 4월 월례토론회 ‘경제를 살리는 정치, 죽이는 정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정책의 남발은 공약이 남발되는 선거가 유독 잦은 데다 극심한 정치 갈등, 의원입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정치 풍토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선진화포럼

최근 우리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로 정치권에서 당장 눈앞의 표를 의식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하는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많다.

이렇게 종종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이유는 공약이 남발되는 선거가 유독 잦은 데다 극심한 정치 갈등, 의원입법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정치 풍토에서 기인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이승윤)이 24일 개최한 4월 월례토론회 ‘경제를 살리는 정치, 죽이는 정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거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제조업 경기실사지수에서 알 수 있다. 최근 10여년 간 지방선거나 총선, 대선이 있은 후에는 반드시 하향곡선을 그려왔다”면서 “설비투자지수 역시 마찬가지로 이는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정당 간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예산과 민생 관련 법안, 경기활성화 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서 민간기업들은 신년 사업계획을 구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박근혜정부 초기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분야에 대한 부처간 담당 영역을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여야 간 갈등으로 관련 기업들이 혼란을 겪은 일이 있다. 결국 이 정부에서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는 애초 ICT정책을 총괄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거대 부처 신설에 대한 견제 등 정치적 이유로 정책의 일부만 관할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ICT정책 관련 부처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안전행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로 총 5개가 되면서 관련 기업들은 보다 복잡한 정책환경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무분별한 규제가 증가하는 주된 원인으로 남발하는 의원 발의 입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19대 국회도 회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 국회의 의원입법 건수의 80%를 육박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발의 대비 의원발의 법안의 비율은 한국이 7.22배로 일본의 0.86배 독일의 0.80배보다 현저하게 높다는 분석자료가 이미 나와 있다. 또 의원발의 건수의 증가폭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무려 3배 이상 대폭 상승했으며, 비록 가결 법안 비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애초 발의 건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가결 법안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교수는 “의원입법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이유는 행정부가 규제를 만들 경우 반드시 거쳐야 하는 규제영향평가 등 경제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기 위한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런 탓에 정부입법보다 불합리한 규제가 탄생할 소지도 크고, 더 큰 문제는 정부부처가 의원입법이 느슨한 절차를 이용해 우회 입법하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2007년 주택법 개정 시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주도했으나 기업 고유의 가격결정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일자 의원입법으로 상정한 예가 있다”면서 “정치 부분에서도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회사무국 내에 전문적인 규제심사 및 평가를 위한 보조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 주제발표자인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는 역사적으로 경제를 살리거나 혹은 경제를 죽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우선 경제를 살린 정책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귀속재산 민영화 정책’과 박정희 대통령의 ‘개방정책’을 꼽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일본인이 남기고 간 귀속재산의 처리와 관련해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특혜도 있었지만 귀속재산의 민영화 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기업가가 등장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이들 정책은 당시 유권자들이나 지식인들에게 인기가 없었던 정책이지만 앞날을 내다볼 줄 아는 정치가 오늘날의 경제적 초석을 이루게 했다”면서 “반면, 27년간 유지되다 결국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의 경우 결국 보호받던 산업이 낙후되는 결과를 낳아 경제를 죽인 대표적 정책에 해당한다”고 평했다.

23개의 선업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보호하던 이 제도는 1979년 시작해서 2006년에 폐지되기까지 아무런 품질 개선도 이루지 못하고, 일자리도 늘리지 못한 채 높은 가격만 유지하다가 WTO 가입 등 국내시장의 개방 물결을 타고 결국 도태되고 말았다.

김 교수는 최근 경제 정책 중에서도 동반성장위원회가 주도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나 순환출자 금지 입법도 경제를 죽이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가령 30년 전 영세한 두부가게에서 출발한 기업이 혁신을 거듭해 5000억원을 달성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으나 정부가 나서 더 이상 매출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시작하는 바람에 상인들의 치열한 경쟁은 사라지고 두부산업의 발전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또 “순환출자 금지도 손해보는 사람만 있고, 이익보는 사람은 없는 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다행스럽게도 박근혜 정부 들어 규제혁파가 선언됐지만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와 상충되는 만큼 이행 정도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규제혁파를 외치면서도 반대자가 별로 없는 규제들만 폐지하는 것으로 만족하려한다면 경제를 살리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포퓰리즘 정책을 없애려면 정치인들 중에 진정한 리더가 나와야 한다. 지금 정치권에는 리더가 아니라 팔로워들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유권자들도 나라의 미래야 어떻게 됐든 표를 위해 국민에게 아부만 하는 자들이 아니라 나라의 장기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위해 국민을 설득하는 리더를 뽑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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