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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일관' 선장, 반사회적 장애에다 자기애...


입력 2014.04.25 11:16 수정 2014.04.25 20:28        김수정 기자

전문가들 "극단적 사이코패스 경우 이타심 결여"

"진술과정서 잘못된 자기애 표출에 범죄 회피심리"

17일 오전 전남 진도 해안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이 목포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17일 오전 전남 진도 해안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이 목포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먼저 선박을 빠져나온 해당 선장과 선원들 진술의 ‘거짓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면서 이들의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의 질타도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은 대개 진심으로 반성의 기미를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자기방어’로 일관하면서 그 속내에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심리전문가 상당수는 해당 선장과 선원들의 태도와 관련, 반사회적 장애 및 잘못된 자기애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세월호 선장 이준석 씨(구속)는 “퇴선 명령을 내렸다”며 자신이 가장 먼저 탈출했다는 지적에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일부 생존자들의 증언 외에도 방송영상을 통해 이 씨가 일찌감치 배에서 빠져나오고, 그가 선장의 신분을 숨긴 채 응급진료소로 들어와 담요를 두르는 모습이 연이어 공개됐다.

또한, 이 씨의 언론 인터뷰 목소리를 분석한 결과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연구 자료도 나오기도 했다. 충북도립대학 생체신호분석연구실의 조동욱 교수는 지난 19일 검찰에 구속되기 전 언론과 인터뷰한 이 씨의 목소리를 분석한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당시 ‘퇴선 명령을 내렸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이 씨의 목소리를 분석한 결과 성대 진동수(피치)는 87.411∼97.725㎐로, 에너지 크기인 음성 강도는 68.949∼69.442㏈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성인 남성이 말할 때 피치 값은 120∼180㎐이고, 강도 값은 75㏈ 안팎이 정상인데, 이 씨의 음성이 여기에 벗어나 있는 건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다. 선원들의 진술도 상당 부분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선원들은 줄곧 “사고 당시 구명정을 도저히 펼 수 없었다”고 진술해왔다. 그러나 탑승객들이 바다에 빠져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구명정을 투하한 것은 구조되는 선원들 바로 옆에 있던 해경 구조대원이었다.

조타실에 모여 있던 선원들이 해경 경비정에 옮겨 타는 사이 옆에 있던 해경 구조대원이 구명정을 발로 차 투하했다. 구명정 2개가 바다에 성공적으로 떨어졌고 이 중 하나가 펼쳐졌다. 하지만 당시 화면을 보면 선원들은 구명정을 뻔히 보면서도 먼저 탈출하기 바빴던 모습이 포착돼 여론은 거세게 분노하고 있다.

회사원 박모씨(33·남)는 “물론 아직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해당 선장과 선원들이 진심으로 사죄하기보다 끝까지 자기변명에만 급급한 모습에 더 화가 난다”며 “사고 당시 조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수백명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이들이 승객들을 남겨두고 먼저 탈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극악한 죄를 저지른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박 씨는 또 “백번이고 천번이고 사죄를 해도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이 되레 끝까지 ‘나 살자’고 거짓 진술로 일관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애초에 이런 비상식·비도덕적 사람이 배의 키를 잡았다는 것부터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씨도(55)도 “사람의 탈을 쓰고 저렇게까지 거짓말을 할 수가 있는지 분통이 터진다”며 “조사 결과, 모든 것이 거짓말로 확정된다면 해당 선장은 물론 선원들 전원 가중처벌해야 한다. 절대로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이미 피해자 가족들은 사고만으로도 이룰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을 텐데 사고를 낸 당사자의 뻔뻔한 태도에 더 큰 상처를 받을 것”이라며 “아직도, 차디찬 바다 속에서 그 어린 아이들은 필사의 사투를 벌이고 있을 텐데... 그들을 사지로 내몬 자는 어쩜 저리 무책임할까...”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같은 비난은 이미 인터넷 공간을 도배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인터넷 여론 상당수는 해당 선원들의 거짓 증언을 질타하는 동시에 이들이 계속해서 왜 이 같은 태도로 일관하는 지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떻게 저렇게 까지”... 전문가들 “반사회적 장애 의심돼”

이에 대해 심리전문가들 상당수는 해당 선장과 선원들의 태도와 관련, 반사회적 장애 및 잘못된 자기애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채규만 한국심리건강센터장(전 성심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2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우선, 이번 사고에서 가장 큰 문제는 해당 선장 및 선원들이 이 같은 사고 발생 시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되지 않았던 점”이라고 꼬집었다.

채 센터장은 이어 “특히, 한국인 상당수가 사건이 터지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변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수백명의 목숨을 담보하는 선장이라면 사고에 보다 의연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애초에 구조조치 매뉴얼 숙지나 충분한 대응훈련이 선행되지 못해 그저 순간적인 감정에 매몰된 측면이 강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러나 해당 선장이 연이어 거짓 진술로 일관하는 정황들을 보면 개인적인 심리장애도 의심된다”며 “반사회적 장애에 따른 공감대 형성능력이 부족하거나 진술과정에서 잘못된 자기애가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채 센터장은 “인간의 사회성은 대개 상대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되는데 가령, 어린 아이들이라도 어려움에 놓인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다”며 “그런데 해당 선장은 그 긴박한 상황에서 기본적인 직업윤리도 져버린 채 기본적으로 위험에 놓인 사람을 구해주고 싶다는 마음조차 결여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반사회적 성향이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범죄심리전문가도 “극단적인 사이코패스에 경우, 상호간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타인의 아픔에도 무관심하다”며 “범죄자들 중 상당수 이 같은 반사회적 장애가 직간접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해당 선장이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진술 거짓의혹이 드러남에도 계속해서 이 같은 태도를 일관하는 점을 두고 ‘처벌에 대한 회피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채 센터장은 “대개 큰 범죄를 저지르면 그것에 대한 책임회피 심리가 발동하면서 극도로 ‘자기방어’를 취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사람에 따라 잘못된 자기애(愛)도 나타나는데 자기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기보다는 책임을 피하려는데 더 공을 들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범죄심리전문가도 “물론, 사고의 성격이나 범죄자의 성격, 성향에 따라 그 종류는 다양하게 갈린다”면서도 “하지만 대개 범죄자들의 경우, 진술과정에서 처벌에 대한 회피심리가 강하게 작용해 거짓진술로 일관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특히, 일부는 향후 법정에서 변호인들의 조력 여부, 구체적인 증거 성립 여부 등을 따져서 끝까지 죄를 은폐하기도 한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 아직까지 조사가 더 구체적으로 이뤄져야하지만 해당 선장의 태도도 이런 모든 과정들이 작용했을 소지가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승객을 두고 도망친 선원 15명 가운데 구속 또는 체포된 인원은 선장 이 씨를 포함해 11명으로 늘었다. 병원에 있던 나머지 4명의 선원도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수사본부는 선원 15명 모두를 구속할 예정이다. 수사본부는 선장 이 씨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관련자 대질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승객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을 객관적 물증으로 삼아 이 씨를 압박할 방침이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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