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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 달기전에 천만번 물어야할 것은...


입력 2014.04.24 11:10 수정 2014.04.24 11:29        이상휘 선임기자

<칼럼>수백번 제도 고쳐도 4월 16일을 잊어버리면 소용 없는 짓

'세월호'에서 못빠져나온 승객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 인터넷 화면 캡처. '세월호'에서 못빠져나온 승객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 인터넷 화면 캡처.
리본은 기다림이다. 그리고 매듭이다. 하나씩 풀면서 기다리는 사랑이다. 지고지순한 시간의 의미다. 소녀의 머리에서도 아낙의 옷고름에서도 그렇다.

수 많은 아이들이 사라졌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비명도 없다. 그 잘난 어른들의 말 한마디에 대꾸없이 따랐을 뿐이다. 그 자리에 있으라 해서 그랬을 뿐이다. 단지 그 뿐이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 소리친다. 조아리고 꽁무니를 감춰도 시원찮은데 뭐가 그리 잘났다고 고개 쳐들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목놓아 울부짖는 울음만 들린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고작 잘잘못을 가리는 일만 남았다. 삿대질하며 멱살잡이를 하면서 고함을 칠 것이다. 분개하고 그래서는 안된다며 선구자나 된 듯이 몇몇은 나설 것이다. 그것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럴 것이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며 추억할 것이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말이다. 그래서 리본을 달았다. 돌아올 날을 기다리는 사랑으로 말이다. 누가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라진 아이들을 기다리는 만큼이나 무너진 이 사회를 절망하며 시작한 리본이다.

노랗게 하나 둘, 가슴으로 머리로 손으로 옮아간다. 부끄러운 이 나라와 정말 부끄러운 어른들의 가벼움을 뉘우친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마는, 이렇게라도 해야 덜 미안하지 않을까. 그 마음에서다. 그래도 혹여, 멀리서 맑은 웃음소리 들을 수 있을까. 기도하고 기도하면서 말이다.

세상은 어김없이 돌아간다. 아침과 낮과 밤이 그렇다. 도로의 자동차는 쉴새없이 오가고 거리의 상점은 표정없이 분주하다. 그렇기에 현실은 어제처럼 되돌아 가는 것 같다. 마치 예방주사를 맞은 것처럼 말이다.

달라져야 한다.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리본을 달았다. 아이들의 목소리와 손짓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이다.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될 일이다. 어느 누구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사라진 아이들이 더 이상 서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당한 권모술수로 현실을 모면해서는 안된다. 부담스러워 애써 덮어서는 더욱 안될 말이다.

국가를 개조하던, 관련자를 엄벌에 처하던, 비리를 캐내던, 어쩌면 그것은 표피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리본을 달아야 하는 그 마음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잊혀져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쉽게 털어 버릴 거라면 지금이라도 리본을 떼어야 한다. 기다림이 아니라, 사랑이 아니라, 현실을 빨리 벗어나고픈 기만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약삭빠른 이율배반인 것이다.

기억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내일이 수 천만번 흘러도, 어른들의 부끄러운 이 행동은 상기되어야 한다. 그래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리본을 달면서 그런 각오를 다져야만 일상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잘못의 조짐이 보인다면, 가차없이 오늘의 기억을 꺼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증거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수 백번의 제도를 고치고, 수 백개의 조직을 다시 만든다고 해도, 오늘이 잊혀지면 소용없는 짓이다. 우리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다.

노란 리본을 매달기 전에 먼저 물어보자. 잊지않고 반성하며 그리고 사랑하며 오늘을 기억할 것이냐고 말이다. 그리고 “Life goes on...." 결심이 섰다면 그렇게 하자.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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