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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D 끊은 김기태, 어떤 감독으로 기억될까


입력 2014.04.24 09:48 수정 2014.04.24 10:1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성적 부진 이유로 개막 17경기 만에 자진사퇴

김성근 감독도 SK에서 물러나자 비로소 '야신'

김기태 감독은 11년 만에 LG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 연합뉴스 김기태 감독은 11년 만에 LG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 연합뉴스

LG 트윈스의 김기태 감독(45)이 시즌 개막 17경기 만에 자진사퇴해 충격을 주고 있다.

LG 구단은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직후 “김기태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당분간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사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날 김 감독은 경기 시작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더그아웃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대신 조계현 수석코치가 팀을 지휘했다. 앞서 LG는 백순길 단장 등 구단 프런트가 김 감독과 만났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겉으로 드러난 사퇴 이유는 성적부진이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에 올랐던 LG는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특히 사퇴 전날까지 4승 1무 12패를 기록해 최하위에 머물고 있었다. 최근 10경기 성적 역시 1승 9패에 그쳤다.

김기태 감독은 6개월의 계약기간이 남아있었지만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물러났다. 그렇다면 김 감독의 지난 2년 6개월은 팬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프로야구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야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오기 마련이다.

앞서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은 SK 시절, 공공의 적으로 불렸다. 역전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한 계산에 의한 작전은 상대에게 공포감을 안겨줬고, 이로 인해 SK 왕조를 세울 수 있었다. SK는 김성근 감독이 지휘한 4년간, 3번의 우승과 한 차례 준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김 감독 입장에서도 SK에 몸담고 있을 때 비로소 ‘야신’이 될 수 있었다.

‘재미없는 야구’ ‘승부에만 목 매는 야구’ 등 타 팀 팬들에게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김성근 감독이 SK에서 물러나자 객관적 평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6위로 추락한 SK 성적과 맞물려 야신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사령탑이 바뀔 때마다 김성근이라는 이름이 늘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에서 물러난 김진욱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김진욱 감독은 두산을 맡았을 당시 과감하지 못한 작전 구사와 풍성한 야수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면에는 투수 출신 감독답게 마운드 재건에 힘썼고, 그 결과 노경은과 유희관이 뒤늦게 빛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부상 중이던 이용찬을 끝까지 보호해 성공적인 재활을 이끌기도 했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이광환을 시작으로 이순철, 양승호 대행, 김재박, 박종훈 등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 누구도 LG 팬들에게 유광점퍼를 입혀주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김기태 감독은 명실상부 11년간 이어지던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사슬을 끊은 감독이다.

‘형님 리더십’으로도 유명한 김기태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팀 분위기를 휘어잡는데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석연치 않게 물러났지만 그의 나이는 아직 40대 중반에 불과하다. LG에서 이룬 기적을 다른 팀에서도 꽃 피워낼지 향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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