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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보-정규' 기준 없는 오락가락 편성 '눈살'


입력 2014.04.24 09:44 수정 2014.04.24 10:07        민교동 객원기자

뉴스특보 편성도 정규 프로그램도 우왕좌왕

기준 애매한 편성 지적…방송국 매뉴얼 절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불거진 뒤 한주가 지나면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편성을 두고 방송국들을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 KBS MBC SBS 세월호 침몰 사건이 불거진 뒤 한주가 지나면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편성을 두고 방송국들을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 KBS MBC SBS

세월호 침몰 사고로 대한민국 전체가 시름하고 있다. 국민들이 안전하다고 믿고 사용해온 대형 카페리호의 안전 실태가 그토록 참혹한 수준이었다는 부분이, 국가 재앙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의 행태가, 그리고 더디기만 한 생존자 구조 상황 등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슬프게 만들고 있다. 이토록 슬픔과 분노, 그리고 무기력함과 미안함이 전국민을 힘겹게 만들었던 일이 또 있었던가 싶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매뉴얼이라는 게 존재한다. 갑작스런 사고 상황에서 세월호 선원들은 매뉴얼대로 행동하지 않으며 인재를 키웠으며 정부 역시 국가 재난 재앙 상황에서 매뉴얼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은 분명 존재하지만 실제 위기 상황에선 정말 그런 매뉴얼이 존재하는 것이 맞는 지 의문이 갈 정도다. 그만큼 대한민국은 위기 상황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볼 땐 과연 방송국을 비롯한 매스컴 역시 이런 위기 상황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매뉴얼이 있으며 이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지 의문이 든다. 며칠 째 대부분의 방송국은 정규 편성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특집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국의 경우 사실상 24시간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을 정도다. 두 개의 공중파 채널을 갖춘 KBS는 사건 초기 두 개 채널을 모두 뉴스 프로그램에 할애하기도 했지만 이젠 KBS 1TV는 뉴스 중심으로 KBS 2TV는 일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가 전체적인 애도 분위기에 맞춰 예능 프로그램을 모두 올스톱 됐으며 드라마 역시 대부분 결방이다. 그 빈자리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 교양 프로그램이 대신하고 있다. MBC와 SBS 역시 대부분의 방송을 뉴스 특보 등 보도 프로그램으로 채워 놓았으며 다큐멘터리 등 교양 프로그램으로 빈틈을 채워나가는 방식의 긴급 편성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보도 기능이 없는 케이블 채널에서도 정규 편성 프로그램을 대부분 결방했다. 웃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을 내보는 것이 현재의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까지냐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불거진 뒤 한주가 지나면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편성을 두고 방송국들을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아예 뉴스 특보와 정규 편성 드라마를 이중 편성해 놓은 뒤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는 경우도 많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드라마가 이중 편성됐다가 결국 결방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자칫 해당 드라마를 방송했다가 엄청난 비난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요즘 분위기에선 시청자들의 시청 욕구 역시 드라마와 예능 보다는 보도 프로그램이다. 실시간 생존자 구조 활동 등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만큼 이를 생중계하는 보도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시청률로 나타나는 시청자의 니즈에 민감한 방송국 입장에선 정규 편성 보다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니즈가 더 집중된 보도 프로그램을 내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언제까지 정규 편성 프로그램을 중단한 채 특집 편성 보도 프로그램만을 내보내느냐다. 이로 인해 인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 여부가 주된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생존자 구조 소식 등 새로운 뉴스가 방송되는 등 상황 변화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뉴스는 생존자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희망을 얘기하고 있지만 현실은 사망자 시신만 인양되는 가슴 아픈 상황과 선원들 관련 수사내용과 정치인 관련 구설 등 짜증나는 뉴스만 이어질 뿐이다. 이젠 서서히 시청자들도 지쳐가는 상황이다.

게다가 24시간 동안 뉴스 프로그램만 방송하는 것도 방송국 입장에선 서서히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보도국은 물론이고 타 부서까지 지원하며 뉴스 특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지만 새로운 소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선 한계가 분명하다. 그러다 보니 똑같은 뉴스꼭지가 계속 반복돼서 방송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세월호 구조 상황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보도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은 일말의 희망까지 빼앗아가는 행태로 보일 수 있다. 이젠 그만 슬퍼하라며 웃음을 유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도 없다. 이것이 현재 방송국들의 처한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재난 상황에서 대체 편성할 적절한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부분 역시 방송국 입장에선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재난 상황으로 정상적인 방송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 재난 상황과 연관된 다큐멘터리 등의 콘텐츠를 미리 확보해 놓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 밤인 4월 20일에는 KBS 2TV와 상당수의 종편 방송사, 케이블 방송사 들이 영화를 특별 편성했다. 정규 편성된 예능 및 드라마는 결방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화로 편성을 대체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세월호 관련 뉴스들과 TV에서 방영되는 영화의 제목들이 혼재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재난 상황의 참사가 빚어져 정규 편성 프로그램의 정상 방영이 어려운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긴급 편성을 해야 하는 지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방송국들이 내세운 히든 카드가 바로 특집 영화였던 셈이다.

연예계 역시 올스톱이다. 특히 요즘은 봄 개편 시기로 각종 파일럿 프로그램이 연이어 방송을 타고 있던 시점이었다.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연이어 방송하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 정규 편성 여부를 가늠하던 중이었다는 것. 그렇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로 파일럿 프로그램들도 연이어 결방되면서 방송국의 봄 개편 역시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이런 상황에서의 방송사의 매뉴얼은 무엇일까. 우선 KBS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인 만큼 재난 상황이 마무리 될 때까지 지금과 같이 뉴스 특보 등 재난 관련 보도 프로그램을 위주로 편성하는 것이 매뉴얼이다. 그렇지만 KBS 2TV와 MBC, SBS 등은 한동안 시청자들의 눈치를 보는 듯한 편성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보도 기능을 갖춘 종편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가장 좋은 상황은 이제라도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연이은 생존자 구조 소식이 들여오는 것이다. 비록 이미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국민들을 짓누르는 깊은 슬픔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희망찬 뉴스가 어느 정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

생존자 구조 및 사망자 시신 인양 작업에서 세월호 인양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개월 동안 대한민국이 깊은 슬픔으로 시름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인데 이럴 경우 방송국들은 편성을 두고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과 같은 재난 상황에 활용할 매뉴얼을 갖추고 이를 충실이 따르는 등의 적절히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은 방송국도 마찬가지다. 물론 다시는 이와 같은 재난이라 표현되는 참사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늘 그런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방송사들 역시 이런 재난 상황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비가 절실해 보인다.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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