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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사퇴]LG, 짧은 성공 뒤 엄습한 암흑의 그림자


입력 2014.04.24 09:32 수정 2014.04.24 09:34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LG트윈스 "김기태 감독 자진 사퇴" 발표

중흥기 꿈꾼 LG, 꼴찌에 빈볼에 수장 잃고 표류 우려

돌이켜보면 LG 사령탑으로서 김기태 감독의 행보는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 연합뉴스 돌이켜보면 LG 사령탑으로서 김기태 감독의 행보는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 연합뉴스

지난해 11년만의 플레이오프 진출로 중흥기를 맞이하는 듯했던 LG 트윈스가 뜻하지 않은 수렁에 빠졌다.

극심한 부진으로 인한 꼴찌 추락, 한화전 빈볼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2년차’ 사령탑 김기태 감독이 돌연 사퇴를 선언하며 야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LG트윈스는 23일 삼성과의 원정경기를 위해 대구에 내려온 구단 직원을 통해 경기 종료 후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부진이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4승1무13패로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즌이 개막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더구나 김기태 감독은 지난 시즌 LG를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으며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이끈 공로도 있다.

불과 18경기 만에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운운하기는 석연치 않다. 많은 이들은 김기태 감독이 정상적으로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할 만큼 모종의 압박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LG 사령탑으로서 김기태 감독의 행보는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첫 시즌부터 팀내 투수 2명이 초유의 승부조작 사태에 연루된 사실이 발각돼 잃었다. 포수 조인성 등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이적을 택하며 전력누수가 컸다. 용두사미로 끝난 2012시즌 4강 탈락에 이어 2013시즌 초반에도 부진이 계속되자 김기태 감독이 조기에 물러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야구계에 나돌았다.

다행히 중반부터 팀이 안정을 찾으며 탄탄한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11년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며 김기태 감독은 지도자로서 재조명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LG는 지난 시즌 예상보다 전력보강에 소극적이었다. 다른 구단들과 달리 FA와 새 외국인 선수 영입에 정성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에이스로 활약했던 에이스 레다메스 리즈의 부상 이탈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성과에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주축 선수들이 구단에 불만이 크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심지어 2군 감독 시절부터 김 감독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차명석 투수코치마저 팀을 떠났다. LG는 시즌 초반부터 지난해의 끈끈함을 보여주지 못했고, 시즌 준비에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혹평도 들었다.

지난 20일 벌어진 한화전에서의 빈볼 사건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찬헌이 한화 정근우에게 빈볼을 던지다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고, 정찬헌은 결국 출전정지와 벌금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경기도 패한 데다 매너까지 졌다는 비판을 받으며 LG를 보는 팬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김 감독 역시 사전에 빈볼을 지시했는가 아니면 선수들이 독단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것을 제어하지 못했는가 하는 의혹에 휩싸여 리더십에 상처를 남겼다. 부진한 성적으로 이미 스트레스가 쌓여있던 김 감독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현역 사령탑 중 가장 젊은 편에 속하지만 야구계에서 신중하면서도 단호하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가볍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김 감독이 만일 사퇴를 결심했다면 무언가 복합적인 이유가 있으며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LG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던 김기태 감독마저 물러날 경우, 팀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김 감독이 올 시즌을 대비해 짜놓은 구상은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최근 빈볼사건에 이어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를 둘러싸고 구단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과 갖가지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어 관계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한다. 짧은 성공 뒤 암흑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LG의 현주소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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