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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에...생존 교사도 '외상후 장애' 위험 수위


입력 2014.04.24 10:40 수정 2014.04.24 15:31        이슬기 기자

전문가들 "생존 교사에 상담받으라 하기 전, 곁에 가서 말 들어줘야"

세월호 침몰 7일째인 2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서 열린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 대국민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생존자 학부모들이 실종자들의 조속한 구조작업과 진실된 언론보도를 요구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 7일째인 2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교육지원청에서 열린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 대국민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에서 생존자 학부모들이 실종자들의 조속한 구조작업과 진실된 언론보도를 요구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교사니까 학생보다 충격이 덜하다니요. 이건 나이로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세월호 침몰 일주일째인 지난 22일, 김상철 트라우마 심리치료학회 연구원은 ‘데일리안’과의 만남에서 “나이나 지위로 경중을 가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18일, 세월호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강모 교감(52)이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진도 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제자들과 동료 교사를 남겨두고 나왔다는 고통에 시달리는 건 살아남은 교사 2명도 마찬가지다. 사고 당일 골반 골절 치료와 함께 심리치료를 받던 김모 교사는 학부모들과 마주치는 것이 고통스러워 지난 19일 새벽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이모 교사 역시 안산시를 벗어나 다른 지역 병원으로 떠나버렸다.

김 연구원은 이를 두고 ‘급성 외상 후 스트레스’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급성 외상 후 스트레스는 엄청난 재난을 갑작스럽게 당한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감당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오는 증상을 뜻한다. 이런 경우, 최소한 3개월간의 지속적인 상담과 치료를 요한다.

그는 “급성 외상 후 스트레스는 아이나 어른으로 경중을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교감 선생님 역시 주변에서 반드시 주시했어야 하는데 어른이자 관리자란 이유로 그런 것이 없었다. 자신에 대한 충격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번 세월호 침몰에서 살아남은 교사들의 경우, 남은 학생에 대한 죄책감으로 사회는 물론 스스로조차 자신을 치료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트라우마는 나이 및 성별을 기준으로 충격의 경중을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보다는 개인이 자란 환경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도와 극복 역량이 다르며, 교사들의 경우 책임감까지 더해져 오히려 우울증세에서 벗어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살아남은 교사들에 대한 1:1 상담을 강조한다.

김 연구원은 “그들(생존 교사)에게 상담센터로 오라가라 하면서 움직이게 할 게 아니다”라며 “전담 치료사가 곁에 있어서 말을 들어주고, 대소변도 받아줄 정신으로 한 사람씩 담당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생존 교사가 원할 경우에는 이직을 하도록 하고, 남고 싶으면 그대로 하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나미 서울대 정신의학과 박사는 “생존자로서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 자체가 치료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만약 휴직이나 이직을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생존 교사가 함께 살아남은 학생들의 아픔을 공감해주면서 서로를 치료하는 데 주도적 역할 맡기자는 의견도 있다.

채규만 한국심리건강센터장은 “생존 학생들이 겪었던 어려움은, 현장에 있던 생존 교사들이 가장 잘 안다”라며 “따라서 이 현실을 수용하고 함께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도 함께 있던 교사들”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그런 방법이 학생들은 물론 생존 교사에게도 효과적인 치료가 될 수 있다”면서 “단, 이 단계까지 오려면 그들이 가진 과잉 책임감과 죄책감을 놓을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생존자의 가족들 역시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서 치료와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 연구원은 생존 교사의 가족들에 대해 “그들은 결코 제3자가 아니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검증된 심리치료사 현황을 파악해서, 치료사 한 사람당 최소 한 가족을 맡아서 지속적으로 관리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문가가 아닌 이상, 주변인은 단순한 다독거림이나 위로를 해줄 수 있는 것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라며 “생존자의 가족들을 보살피지 않으면 그 후유증은 감당하지 못하게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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