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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내 침투에 시신 인양까지…잠수사들도 '트라우마'


입력 2014.04.22 16:33 수정 2014.04.25 16:21        이슬기 기자

전문가 "책임의식에 물에 뛰어들지만 시간 지나면 정신적 충격 상상초월"

'세월호'가 침몰한지 72시간이 지난 19일 오전 전남 진도 관매도 앞바다 침몰 현장에서 구조작업중인 해난구조대원들이 잠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가 침몰한지 72시간이 지난 19일 오전 전남 진도 관매도 앞바다 침몰 현장에서 구조작업중인 해난구조대원들이 잠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7일째를 넘어선 가운데, 구조 작업 중인 잠수 요원들의 심적·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구조팀은 22일 민·관·군 잠수요원을 실종자 구조작업에 대거 투입한 상태다. 해양수산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잠수 작업에는 해경 289명, 해군 214명을 비롯해 소방당국 인원 및 민간 잠수부 500여명도 합류했다.

문제는 잠수요원들이 ‘선내 침투 작업’과 ‘시신 인양’을 병행한다는 것. 이 두 가지 작업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시신 인양의 경우, 전문 잠수사 중에서도 이 작업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특화된 영역이다. 현재 수백명의 잠수사가 구조 작업에 동원됐지만, 정작 선내 진입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요원의 수는 한정돼 있는 이유다.

따라서 최소한의 휴식만으로 선내 진입과 시신 인양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들로서는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감당하기가 상당히 버거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박병수 SU수중 대표는 21일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장 눈앞조차 안 보이는 상황인데 물속에서 시신을 더듬어 끌어올리는 것은 굉장히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신 인양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선내 침투와는 또 별개의 영역”이라며 “시신 인양에 대해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지, 그들이 무조건 물 속 작업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두 작업은 다른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사고해역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조류가 강한 맹골수도 해역. 유속이 약해진다는 정조시간이라 해도 수경이 벗겨질 만큼 조류가 사나운데다 시야 확보도 어려워 손을 더듬으며 위치를 가늠해야 한다.

여기에 침몰된 선체 내에는 잠수사가 아예 접근할 수 없는 곳도 있기 때문에 결국 선체가 인양된 후에야 시신을 제대로 수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종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 입장에서는 잠수요원들에게 ‘더 자주, 더 빨리 들어가 구조 해달라’는 채근을 할 수밖에 없어 이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구조 작업 이후에 예상되는 정신적 외상도 문제다.

박 대표는 “다이버들이 지금 당장은 책임의식으로 물에 뛰어들지만, 구조 작업이 끝나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정신적인 충격이 몰려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간 잠수부들 역시 좋은 마음으로 시신 인양에 동참하지만, 이후에 찾아올 심리적 압박이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며 전문적인 심리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기통 매고 오다가다…‘20분’ 구조하고 올라와야

아울러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20분 남짓한 수색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종자 수색이 진행되면서 가족들은 잠수요원들을 향해 “선실 내부에 들어가지도 않고 줄만 잡다 나왔느냐”, “고작 20분 들어갔다 나오는 게 무슨 구조활동이냐”며 또 한번 가슴을 쳤다.

1분 1초가 피마르는 답답한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도 이해 하지만 베이스캠프인 팽목항에서 공기통을 매고 사고 현장을 오가는 상황에서, 이들에게는 20분을 견디기도 결코 쉽지 않다. 잠수병이 생길 수 있어 베이스캠프로 돌아올 때는 속도를 낼 수가 없으며, 복귀 산소도 남겨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기통을 매는 것보다 표면공기주입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중 구조 작업을 위해 100%의 에너지를 충전해도 모자란 마당에 용량이 작고 무거운 산소통을 매고 현장까지 오가느라 에너지 소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현재 해경이 사용하는 스쿠버 탱크의 용량은 200BAR 정도에 불과한데, 팽목항에 설치된 베이스캠프에서 사고 현장까지 이동한 후 선체에 진입하려면 정작 구조 작업을 하는 데는 20분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표면공기주입시스템은 물 바깥에서 상시적으로 공기를 주입해주는 기법으로, 통신장비와 CCTV 등이 내장돼 있으며 비디오라이터 역시 무제한으로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해경과 달리 민간업체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구조에 동참해 좀 더 오랜 시간을 물 안에 머무를 수 있다.

한편 정부는 20일 오후부터 사고 해역에 대형 바지선 2척을 투입했다. 잠수 요원들의 잠수병 예방과 시간 단축을 위해 베이스캠프를 사고현장 부근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다.

바지선이 투입됨에 따라 잠수요원 수십명이 재정비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거점이 확보되고 이동 시간도 짧아지는 등 수색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는 "수색 작업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인양을 하게 되면 한 달 이상이 걸릴텐데, 정부 차원에서 잠수요원들에 대한 지원과 사후 관리에 적극 힘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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