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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 대한민국' 자책 그만해야하는 이유


입력 2014.04.22 10:00 수정 2014.04.22 10:02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김헌식의 문화 꼬기>리스크 매뉴얼 안지켜지는 이유를 따져봐야

침몰한 세월호의 선장과 조타수, 3등 항해사가 1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침몰한 세월호의 선장과 조타수, 3등 항해사가 1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흔히 매뉴얼이 없기 때문에 대형 참사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이번 진도의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었다. 위기 상황 속에서 매뉴얼의 필요성은 말할 것이 없다. 당연히 매뉴얼이나 기본적인 체크리스트가 완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매뉴얼이 있는데도 지키지 않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중요한 것은 매뉴얼이 있어도 그것을 당사자들이 지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을 지키지 않는 이들에 대한 질타는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초점은 질타가 아니라 그들이 매뉴얼이나 체크리스트를 왜 안 지키는가 하는 점이다. 인간성이나 도덕적 윤리적인 흠결이 있기 때문일까. 태만하고 무능하며 실력이 없기 때문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더구나 현장 책임자들은 숙련의 전문가들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기대감을 갖기 마련이다. 물론 높은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숙련의 전문가라도 사람은 컴퓨터 아니 기계가 아니라 유기체이다. 유기체는 주변 환경과 상황의 지배를 받는다. 무엇보다 언제나 합리적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지 않는다. 감성적이며 때론 감정적이다. 사람은 위기 상황 속에 행동 판단하는 것과 비위기 상황 속에서 판단 행동하는 양태가 전혀 다를 수 있다.

아무리 이성적 합리적인 사람일지라도 위기 상황, 불안과 공포의 상황 속에서는 제대로 된 판단과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체크 리스트나 매뉴얼에 따른 행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체크리스트나 매뉴얼은 이성적 합리적인 인간을 전제하고 마련된다. 그렇기 때문에 잘 준수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본성이나 비정상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위기 상황의 사람들이 위기 상황의 사람들이 취한 행동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로봇이나 컴퓨터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위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터널 시야 현상에 있고, 인지적 구두쇠 현상에 직면한다. 좁은 시야에 가용 또한 지식 활용의 최소화가 본능적으로 일어난다. 깊은 사고의 단계로 가지 못하고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판단과 행동을 추구한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이해 못할 상황들이 펼쳐진다. 더구나 사후에 그것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당연히 그 상황 속에 있지 않는 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평가자나 그 전문가도 그 상황 속에 처하면 같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더 연구해야 할 것은 위기 상황 속에서 인간의 판단 경향이다. 이를 바탕으로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자학적으로만 접근하는 것도 타당하지만은 않은 듯싶다. 물론 후진국형 참사라는 오명을 들을 수밖에 없지만, 한국만이 이런 참사가 발생하느냐고 비난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장래에 별로 유익하지 않다. 세계 어느 곳이라도 완벽하게 지켜지는 곳은 없다. 보편적인 오류의 패턴을 연구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그 인지적 오류를 최소화 하는 장치들을 잘 마련해야 한다. 요컨대, 매뉴얼이나 체크리스트는 불완전한 인간을 상정하고 만들어져야 한다. 공교롭게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직관적인 조치들이 매뉴얼이나 체크리스트에 포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는 것은 여러 피드백 루프들의 연결고리들이 사람의 행위로 특정 사건으로 격발 될 때이다. 매뉴얼이나 체크리스트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그 인간이 특정 상황 속에서 어떻게 판단 행동하는가를 먼저 전제해야 한다. 매뉴얼이 없거나 기본 수칙이 비준수가 아니라 행태 심리학과 인체공학적으로 맞는 것인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구축하는 정책적 조치들이 필요하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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