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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불가 LG, 정당화될 수 없는 정찬헌 사구


입력 2014.04.21 10:02 수정 2014.04.21 10:0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LG 정찬헌, 정근우 향해 연속 사구 후 퇴장

빌미가 된 정근우 슬라이딩 큰 무리 없었다는 목소리

LG는 정근우의 슬라이딩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MBC 스포츠플러스 화면캡처) LG는 정근우의 슬라이딩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MBC 스포츠플러스 화면캡처)

격한 벤치클리어링을 벌인 한화와 LG의 신경전이 정근우의 2루 슬라이딩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20일 대전구장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의 홈경기서 치열한 난타전 끝에 9-8 신승했다. 특히 이날 8회에는 정근우가 두 번째 사구를 맞았고, 이로 인해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한데 뒤엉키고 말았다.

한화 입장에서는 6회 첫 번째 사구를 맞았을 당시 후배 투수인 정찬헌이 사과 등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자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어 사실상 고의성이 다분한 연속 사구에 정근우를 비롯한 한화 선수들은 화를 참을 이유가 없었다.

LG 역시 입장이 분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정근우가 첫 번째 사구를 맞았던 6회, 후속 타자 김태균을 유격수 앞 병살코스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치는 듯 보였지만 1루수 정성훈이 유격수 오지환의 송구를 잡지 못해 실점하고 말았다. 당시 1루 주자 정근우는 2루를 파고들며 깊숙이 슬라이딩했고, 이 과정에서 오지환의 발을 건드렸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LG 선수들은 점수가 더 벌어진데 이어 오지환의 양말이 찢어진 것을 보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닝이 끝난 뒤 LG 최고참 이병규는 정근우를 강하게 쏘아 붙이기도 했다.

벤치클리어링의 빌미가 된 정근우의 슬라이딩은 과연 문제가 있었을까.

대개 내야 땅볼 상황에서 1루 주자는 병살을 막기 위해 2루 커버에 들어간 수비수를 방해하는 게 일반적이다. 태클이 깊거나 발이 너무 높게 들어가는 등 부상 유발의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면 심판 재량에 의해 수비방해를 선언할 수 있다.

당사자인 정근우는 “정당한 슬라이딩이었다”라고 해명했다. 한화의 강석천 수비코치도 "정상적인 플레이다. 만약 반칙이라 판단됐다면 심판이 수비 방해를 선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2루 슬라이딩과 관련해 논란이 가장 크게 벌어진 경기는 지난 2009년 SK와 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다.

당시 KIA 김상현은 병살을 막기 위해 몸을 아예 옆으로 뻗었고, SK 유격수 나주환은 순간 중심을 잃어 공을 바닥에 패대기쳤다. 김성근 전 감독은 수비 방해라며 강하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선수단 철수 후 퇴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비 방해’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 바 있다. KBO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정상적인 슬라이딩이었다. 왼손이 베이스에 닿았고 왼쪽 다리도 정상적으로 베이스를 향해 들어갔다. 뻗은 오른쪽 다리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김상현은 바닥에 댄 채 미끄러져 들어가 수비방해로 볼 수 없다. 오히려 나주환이 슬라이딩을 피해서 송구를 했어야 맞다. 나주환의 수비 실수다”라고 말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정상적인 플레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유격수와 2루수는 수비훈련 때 슬라이딩을 피하면서 송구하는 연습을 수없이 한다. 김상현의 경우에도 왼발이 베이스에 닿았고, 오른발도 정상적으로 뻗으면서 들어갔다. 수비방해가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SK는 2011년 이병규의 과격한 태클에도 보복 투구를 하지 않았다.(KBS 화면캡처) SK는 2011년 이병규의 과격한 태클에도 보복 투구를 하지 않았다.(KBS 화면캡처)

물론 김상현과 정근우의 슬라이딩 모두 거친 플레이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사구 등으로 보복하는 것이 맞는 일일까.

지난 2011년 4월, SK와 LG의 경기가 열린 문학구장. 당시 1루 주자 이병규는 이대형의 내야땅볼 때 2루수 정근우를 향해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이에 정근우는 그라운드에 나동그라진 뒤 고통을 호소했고, 김성근 감독까지 나와 심판에 항의하기도 했다. 큰 부상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태클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병규는 다음 타석에서 보복을 당했을까. 5회초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는 3구째 배트를 휘둘러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공 3개가 오는 동안 이렇다 할 위협구는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동업자 정신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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