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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배가 기우는데 나 죽을라나봐..."


입력 2014.04.17 19:44 수정 2014.04.24 13:30        안산 = 데일리안 백지현 기자

손녀 전화에 할머니 "애타게 기다린다. 살아서 돌아와라" 애타는 사연

전남 진도군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의 시신이 17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고대안산병원에 안치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남 진도군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의 시신이 17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고대안산병원에 안치되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강당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학생들 및 관계자들이 실시간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강당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학생들 및 관계자들이 실시간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2학년 교실 칠판에 실종학생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친구들의 글들이 적혀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해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2학년 교실 칠판에 실종학생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친구들의 글들이 적혀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할머니, 할머니! 배가 한쪽으로 기울고 있는데...할머니, 나 죽을라나봐.”
“지윤아 어디 있니. 할머니랑 엄마, 아빠가 애타게 기다린다. 살아서 돌아와라.”

16일 오전 9시 55분께 휴대전화로 걸려온 손녀의 음성은 공포에 짓눌려 떨리고 있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세월호’에 몸을 실었던 단원고 2학년 박지윤 학생은 ‘이상한 낌세’를 느끼자 급히 할머니에게 전화했다.

처음 박 양의 전화를 받은 김영옥 할머니는 손녀가 ‘장난을 치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났을려고’라고 생각될 정도로 기막힌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했던 일이 벌어졌다. 제주도로 향하던 6천톤급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바다에서 좌초됐다.

박 양은 할머니에게 눈에 넣어도 아플지 않을 손녀딸이었다. 맞벌이 부부인 박 양의 부모를 대신해 어릴 때부터 손수 박 양을 키워온 김 할머니에게 박 양은 손녀딸 이상이었다. 주변의 소소한 일들을 모두 털어놓을 정도로,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김 할머니는 “전화가 와선 ‘할머니, 할머니 배가 한쪽으로 기울었어. 깜깜한데, 난간을 붙잡고 있는데 나 죽을라나봐’라고 하길래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장난도 치고 하니까”라며 “근데, 그게 우리 손녀 전화가 아니더라. 손녀전화로 전화를 걸었을 때는 ‘할머니 끊어’라고 소리치더니 전화가 끊겼다.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할머니는 몇 일 전부터 배를 타기 싫다던 손녀딸을 어르고 달래서 수학여행 당일 날 배를 태워 보냈다며, 사고를 당한 게 마치 자신의 탓인 양 가슴을 쳤다.

그는 “몇 일 전부터 손녀딸이 ‘나 배타고 가기 싫다’고 하는 걸 ‘그럼 진작에 이야기를 해야지 그럼 안 갔잖아’고 하면서도 부모 마음에 ‘남들은 다 가는데 너만 안가면 그렇지 않느냐’고 달래서 아침에 챙겨 보냈다”며 “이게 도대체 무슨 날벼락이냐”며 저 ‘시커먼’ 바다 속에서 떨고 있을 손녀가 생각났는지 지금껏 담담하게 이야기 하던 김 할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거 봐. 핸드폰에 문자를 보내다가 말았어. ㄹ자 하나 오다가 말았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전 에 온 문자를 지우지 않는 건데. 지금 손녀한테 전화하면 전화가 간다“는 김 할머니는 문자를 다시 봤다. 할머니의 휴대폰 액정에는 10시 6분 박 양이 보낸 ‘ㄹ’자 하나만 달랑 남겨있었다.

김 할머니는 “내가 지윤이를 다 키웠어 똥오줌 다 가리면서. 엄마, 아빠는 진도에 내려갔고 답답하니까 어떤 일이 있는지 해서 왔다”며 “물은 없고, 공기는 꽉 찼다고 하던데 그게 살아있겠느냐. 죽었지. 그게 살아도 체온 때문에”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뜻밖의 사고를 당한 단원고등학교는 ‘비통함’에 젖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진주로 내려간 상태이지만, 남은 가족들이 학교를 지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족들은 4층에 마련된 대기실에 삼삼오오 모여 뉴스를 보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다고 판단, 오는 23일까지 임시휴교하기로 결정했다. 단원고 관계자는 17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먼저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학생의 생존과 구조에 온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신확인하자 오열 끝내 바닥에 주저앉아

9시 49분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정차웅·권오천·임경빈 학생의 시신이 도착했다. 119구급차가 장례식장 입구에 들어서자 유가족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구급차로 달려갔다.

학생들의 시신을 눈으로 확인한 유가족들은 참아왔던 눈물을 쏟았다. 시신을 뒤따르던 유가족이 큰 소리로 오열하기 시작하자 이를 지켜보던 병원관계자들과 인근에 있던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시신은 급히 영안실로 안치됐다. 이를 지켜보던 유가족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취재진의 과열된 취재열기에 화가 난 유가족은 영안실 안을 비추고 있는 카메라를 발견하자 “고소하겠다, 치워라”라고 소리쳤다. 유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대기실도 외부인의 출입입을 막았다.

병원 측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안정을 위해 환자와의 관계를 확인한 뒤 관계자가 아닌 외부인의 접촉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현재까지 학생 75명과 교사 3명 등 모두 87명의 구조인원에는 변함이 없으며, 사망자 가운데 학생 3명과 교사1명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에 안치돼 있다.

안산시와 경기도교육청, 단원고 등 관계기관은 숨진 학생들의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기 위한 위치 선정에 고심 중이지만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갑수 안산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현장에 부수를 만들어 고인의 거주지로 희망하는 대로 바로 대응해야 한다. 목포를 들렀다 오면 운구를 두 번 옮겨야 하는데, 진도에서 안산으로 사망자들의 소재지로 바로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안산시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와 교육청·도의 문제이고, 개인으로 따지면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며 “이런 사고에 대한 초동 대응능력이 탁월해야하는데 현재까지 탁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지현 기자 (bevanil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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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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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라 2021.07.30  11:32
    시신 건질정도면 대단한 실력이라는 건데. 서울이었으면 독립 관할 부서로 능력좋은 대령들이 실속있게 지시내려서 특대원들 무조건 가서 관파함 점령하고 다 구조하고도 남았다. 이제 저런 일 났으니 해양 안믿겠지 사람들이. 무조건 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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