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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로 본 연예인 루머…이면에는?


입력 2014.04.17 10:25 수정 2014.04.21 14:50        민교동 객원기자

영화 '찌라시' 속 진정한 연예계 정보 흥미진진

사실 담은 정보성 보다 악성 루머 양산 '전락'

영화 ‘찌라시’에선 재계 고위층 인사와 가족들을 둘러싼 민감한 사안은 기본이고 정관계 고위층 인사의 비리와 약점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 영화 '찌라시' 포스터 영화 ‘찌라시’에선 재계 고위층 인사와 가족들을 둘러싼 민감한 사안은 기본이고 정관계 고위층 인사의 비리와 약점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 영화 '찌라시' 포스터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는 ‘정보화 시대’다. 그 어느 시대보다 정보가 중요한 세상이다. 물론 과거에도 정부는 매우 중요했다. 일본의 조선 침공 관련 정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임진왜란 당시 조선이 겪어야 했던 위기 상황부터 국제 정세 관련 정보가 취약해 일제 식민지 통치를 받아야 했던 과거 역사를 떠올려 보면 그 당시에도 정보는 매우 중요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정보의 중요성이 더욱 각광받는 이유는 대중 누구나가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극소수 권력자들이 정보를 독식하던 시대의 대중은 정보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기에 정보의 중요성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인터넷 등 정보통신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누구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요즘 정보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대기업 고위층의 비리나 사생활, 정관계 거물급 인사의 비리나 사생활 등의 고급 정보 역시 과거에는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일부가 정보를 독점했다. 일반 대중은 그런 정보에 범접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꽤 오래전 일이 아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인 20여 년 전에만 해도 그랬다. 반면 요즘엔 그런 정보가 유출되면 급속도로 확산된다. 이제 인터넷을 뛰어 넘는 모바일을 통해 관련 정보는 상상을 초월하는 짧은 시간에 확산된다.

그렇다면 그런 고급 정보들이 모든 대중에게 프리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일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쩌다 한두 개 고급 정보가 유출되기도 하고 일부러 누군가 그런 정보를 한두 개 흘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런 고급 정보는 우리 사회의 극히 일부가 독점하고 있다. 바로 그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사설 정보지, 내지는 증권가 정보지라 불리는 것이다. ‘찌라시’라고 더 잘 알려진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찌라시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중이 SNS 등을 통해 한두 번은 찌라시라는 것을 구경해봤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본 것은 진짜 찌라시가 아니다.

실제 찌라시라 불리는 것을 단 한 번이라도 본 이들은 전체 국민의 10%도 채 안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찌라시라는 것이 제작되는 까닭이 대한민국 국민의 1%도 안 되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찌라시에 실린 정보의 일부를 누군가에게 건네 들었거나, 엉뚱한 루머를 모아 놓고 찌라시라고 이름만 붙여 놓은 가짜를 봤을 뿐이다.

찌라시가 연예계 루머를 모아 놓은 것이라 여기는 이들이 상당수일 만큼 찌라시는 그 실체가 전혀 다르게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찌라시는 여전히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이들의 영역인 터라 일반 대중의 접근이 확실하게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 ‘찌라시 : 위험한 소문’(이하 찌라시)는 122만 명의 개봉 성적을 거둔 뒤 인터넷 다운로드와 TV VOD 서비스 등 부가판권 시장으로 이동했다. 상당히 재밌는 영화이고 매스컴 반응도 나쁘지 않았지만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거둔 까닭 역시 ‘찌라시’는 연예계 루머를 다룬 것이니 영화 역시 연예계 얘기이려니 생각하는 관객들의 편견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이 영화는 찌라시에 실린 악성 루머로 자살한 한 여자 연예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해당 연예인의 매니저가 찌라시의 세계에 정면 도전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여자 연예인의 자살은 주된 소재일 뿐 주제는 아니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진정한 정보는 여자 연예인의 자살이 아닌 그를 자살로 몰아넣은 정보의 세계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다루는 진짜 중요한 정보는 연예인의 자살 등 연예계 이야기가 아닌 정보를 독점하고 정보의 흐름을 좌우하는 정재계의 이야기다.

대기업과 청와대의 비정상적인 거래와 정보 독점 및 허위 정보 유포 등이 이 영화의 진짜 핵심이다. 이는 영화 제목이기도 한 ‘찌라시’의 진짜 실체다.

찌라시가 다루는 진짜 정보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이다. 기본적으로는 기업 관련 정보와 정치 정보 등이 많은데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정보가 중요하다. 증권가 정보지라 불리는 까닭 역시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정보라면 비싼 비용도 지불하고 구독할 만한 증권가 관계자들을 소비층으로 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찌라시가 바로 이런 증권가 정보지를 의미한다. 기업 실적이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만한 기업 정보,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정치권 정보 등이 증권가 정보지의 주된 내용이다.

그렇지만 영화 ‘찌라시’에 등장하는 찌라시는 일반적인 증권가 정보지가 아니다. 굳이 구분해서 부르자면 사설 정보지는 더욱 제한된 이들을 대상으로 해서 제작된다. 소비층을 제한한 만큼 비용은 더욱 올라간다. 이는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제작되는 찌라시로 정재계 인사들이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위해 구독한다. 일반인들에게 철저히 제한된 정보들로 신뢰도 역시 충분히 검증된 고급 정보만 실려 있는 찌라시로 연 구독료가 수천만 원대에 이를 정도다.

영화 ‘찌라시’에선 재계 고위층 인사와 가족들을 둘러싼 민감한 사안은 기본이고 정관계 고위층 인사의 비리와 약점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증권가 정보지 수준은 기자들도 접근이 가능하지만 이런 최고급 정보가 담긴 사설 정보지는 기자들 역시 접근이 불가능한 정보들이 오고간다.

영화 ‘찌라시’에선 이런 찌라시의 제작 과정까지 고스란히 공개된다. 소위 말하는 정보맨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이 자리에서 거론된 정보들이 정보지에 실리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과 정부 기관에서 정보를 다루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 영화 ‘찌라시’를 연출한 김광식 감독은 충분한 사전 취재를 바탕으로 영화를 연출했다고 밝혔는데 실제 찌라시 관련 업계에 있는 관계자들도 사실성이 높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물론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야기의 규모를 너무 키우고 서로 복잡하게 꼬여 있는 상황을 만든 부분에 영화의 재미를 더하지만 완성도는 다소 떨어트린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듣기는 많이 들어 봤지만 그 실체를 잘 모르던 찌라시에 대해 정면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분명한 의미가 있다.

또한 연예계 루머가 찌라시를 통해 어떻게 조작되고 악용되고 있는 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는 부분에서도 분명한 의미를 갖는 영화다. 연예계 정보는 정치, 경제, 사회 등을 다루는 정보에 비해 훨씬 대중들의 관심도가 높은 영역이다.

그렇지만 정보를 다루는 이들 입장에서 연예인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정재계 고위 인사들과 관련된 정보의 소위 힘 있는 사람들을 다룬 내용인 터라 함부로 다룰 수가 없다. 그들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통해 정보의 게이트 키핑도 확실하게 이뤄진다.

영화 속 대기업 오앤씨의 홍보실장 오본석(박원상 분)과 오앤씨의 궂은일을 담당하는 해결사 차성주(박성웅 분) 등이 바로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이다. 반면 연예인은 사실상 무방비다. 물론 연예인들도 소속사에 매니저와 언론 담당자 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힘을 대기업이나 정부기관 관계자들의 힘과 비교할 수는 없다.

영화 ‘찌라시’에선 자살한 여자 연예인의 매니저인 우곤(김강우 분)이 끝까지 그들과 싸우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해 악성 루머에 휘말린 연예인은 그냥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다 보니 그토록 정확하다는, 그래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하는 최고급 찌라시에도 연예인 정보는 신뢰성은 떨어지지만 재미있는, 그래서 해당 연예인을 더욱 괴롭게 만드는 악성 루머가 거듭 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처럼 때론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그런 연예인 관련 정보가 악용당하기도 한다.

그러니 SNS 등을 통해 ‘찌라시에 실린 내용’이라며 전파되는 연예인 관련 루머를 접할 때마다 그냥 믿기보단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누가 왜 이런 얘기를 만들어서 이렇게 유포하고 있는 것인지, 행여 내가 이 얘기를 보며 관심을 갖고 흥미로워하는 것이 누군가의 의도대로 이용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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