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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소 찾았다' 제2의 이용대 파문 예방은 '시스템'


입력 2014.04.17 10:11 수정 2014.04.18 09:56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이용대-김기정 구제, 어처구니 없는 실수 후 발빠른 대응 다행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규정과 태도 필요 '실천 시스템 구축'

김용대-김기정 도핑 파문에 대한 배드민턴 협회의 대응과 해결 과정은 다른 경기단체들도 하나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 연합뉴스 김용대-김기정 도핑 파문에 대한 배드민턴 협회의 대응과 해결 과정은 다른 경기단체들도 하나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 연합뉴스

이용대(26·삼성전기)가 BWF의 징계 철회 결정으로 선수로서의 모든 자격을 구제 받았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신계륜 회장은 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도핑청문위원단이 지난 14일 재심의를 열어 이용대와 김기정(24·삼성전기)에게 내린 징계 결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행정적 실수를 저지른 배드민턴협회에 대해서는 4만 달러의 벌금 징계를 내렸다.

이용대와 김기정은 지난해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불시 검사’ 일정에 3차례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BWF로부터 1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불시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일정을 WADA 측에 보고해야 하는데 배드민턴협회가 이를 소홀히 취급해 행정착오로 이어지면서 징계까지 받게된 것.

늦게나마 배드민턴협회가 국내 유명 로펌과 함께 이번 사건이 선수 개인의 잘못이 아닌 협회의 행성 착오로 빚어진 것임을 강조하면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장을 제출하며 BWF에 재심을 요구했고, 이를 BWF가 수용했다. 이로써 이용대와 김기정은 앞으로 아시안게임 출전 포함 정상적인 선수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자격을 되찾았다.

소도 잃고 외양간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한국 배드민턴이 다행스럽게도 영영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소를 되찾는 데까지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이용대와 김기정이 억울한 선수 자격 정지의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배드민턴협회가 한국 배드민턴을 대표하는 선수들에게 저지른 어이없는 실수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실수 과정을 되짚어보면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도 없어 보인다.

이번 사건은 연중 쉼 없는 훈련과 각종 국내외 대회 출전으로 바쁜 선수들을 대신해 이들의 선수활동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협회가 본분을 망각해 벌어진 일이다.

세계 스포츠계가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리지 않고 도핑 문제를 점점 더 엄격하게 다루는 추세에 있다는 것을 떠올릴 때, 배드민턴협회의 실수는 단순 실수가 아닌 대참사 수준이다. 도핑 문제와 관련해 국제기구가 정한 절차와 그에 따른 행정적 사무를 소홀하게 취급한 배드민턴협회의 행태는 한국 스포츠 외교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 김용대-김기정 도핑 파문이 일어난 이후 배드민턴협회가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 평가 받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에서 신아람의 메달을 앗아갔던 ‘멈춰선 1분 사건’에 대한 대한체육회와 펜싱협회가 보여준 미숙한 일처리와 분명 비교가 되는 사례다.

김용대-김기정 도핑 파문에 대한 배드민턴 협회의 대응과 해결 과정은 다른 경기단체들도 하나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참고자료들을 축적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든 경기단체들이 참고자료로 삼을 만한 스포츠 외교 매뉴얼이 탄생될 수도 있다.

소를 잃어버리는 과정은 실소를 자아내게 했지만 잃어버렸던 소를 되찾는 과정은 나름 훌륭했다. 이제 외양간을 잘 고치면 된다.

이번 이용대-김기정 도핑 파문의 과정을 통해 드러난 배드민턴협회의 문제는 배드민턴협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쩌면 국내 경기단체 상당수가 안고 있는 문제점 내지 잠재적 위험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위험요소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외교 문제에 있어 대한체육회를 필두로 산하 경기단체들이 스포츠 외교와 각 분야의 국제적 커뮤니케이션 문제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규정과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고, 그것을 실천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국제경기단체에서 일상적으로 발송되는 사소한 행정적 문서 하나도 소홀하게 처리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는 시스템이 확립되지 못한다면 제2의 김용대-김기정 도핑 파문은 반복될 수밖에 없고, 스포츠 외교력 저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경기 외적인 문제로 억울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련되고 분명한 국제 스포츠 행정처리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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