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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백지신탁 논란…세계 1위 현대중공업 운명은?


입력 2014.04.15 16:32 수정 2014.04.15 17:47        박영국 기자

백지신탁 무관? 공익재단 기부 뒤 지배권 유지? 전면 포기?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땀을 닦고 있다.(오른쪽 사진은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전경)ⓒ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후보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땀을 닦고 있다.(오른쪽 사진은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전경)ⓒ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계 1위 조선업체 현대중공업이 최근 정치권 이슈에 휘말려 ‘외환(外患)’을 겪고 있다. 오너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 정 의원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백지신탁 문제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1일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현대중공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몽준 의원은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순환출자 방식으로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보유한 지분 7.98%와 자신이 이사장 및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 및 아산나눔재단의 보유지분 2.53% 및 0.65%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포함해 총 21.31%의 지분율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는 가정 하에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보유주식은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공직자윤리법 주식백지신탁제도를 적용받을 경우 그룹의 순환출자구조가 깨지면서 직접 보유지분은 물론, 현대미포조선 보유지분까지 포함해 총 18.49%의 지분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 때 최대주주는 재무적 투자자인 국민연금(6.31%)이 된다. 외국계 기업이 공격적 M&A에 나설 경우 그리 어렵지 않게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방위산업체에 대한 외국계 기업의 지분인수 상한선 규제(지분율 10%)를 적용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백지신탁시 본인 및 특수관계인 지분 21.3% 중 18.49% 권한행사 못해

최근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된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정 의원의 현대중공업 보유 지분은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경쟁자인 김황식 경선 후보로부터 ‘백지신탁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정 의원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데다 당내 기반도 약한 김황식 경선 후보 진영에 있어 ‘백지신탁 공세’는 정 의원에게 중도 하차를 강요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김 후보 진영은 서울시장 자리와 현대중공업 계열사들간 직무 연관성을 주장하는 한편,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 지분을 백지신탁할 경우 지배구조가 흔들려 국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먼저, 직무 연관성과 관련해서는, 설령 현대중공업 자체는 서울시와 연관이 없다 치더라도 현대오일뱅크와 하이투자증권, 호텔현대 등 계열사들은 서울에 위치하고 있고, 특히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직영주유소의 설치, 영업이 해당 지자체의 허가사항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백지 신탁을 하면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외국 기업에 넘어가 산업 기술 유출은 물론, 군수 분야의 기술도 유출될 것이라는 위기론을 거론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현대중공업 인수 여력 삼성·현대차 밖에 없어

김황식 캠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현대중공업을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국내 기업은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 정도인데 이들은 여론상 힘들다”며, “(정 의원이 주식을 백지신탁 혹은 처분할 경우) 외국 기업이 경영권을 손에 쥘 가능성이 높은데, 중국 등 외국 기업의 공격적 M&A에 현대중공업이 넘어간다면 산업과 군수 분야에서 국익에 큰 손실이 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경우 이미 세계 2위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어 막대한 돈을 들여 현대중공업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사업적인 측면에서 조선업체를 인수할 필요성이 없는데다, 설령 현대중공업 지분 인수에 나서더라도 오너인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의원이 친형제라는 점에서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힘들다.

결국 김황식 캠프의 논리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면 현대중공업 지분을 백지신탁해야한다’는 것보다 ‘현대중공업 지분을 백지신탁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니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하라’는 쪽이지만, 서울시장 자리와 현대중공업 오너 자리를 동시에 차지할 수는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설령 정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해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더라도 야당을 통해 이같은 김황식 캠프의 ‘백지신탁 공세’가 그대로 ‘재활용’될 수밖에 없고, 새누리당이 당 차원에서 이를 방어할 명분도 희박(‘백지신탁 공세’의 ‘원작자’인 만큼)해진다.

정 의원이 서울시장으로 최종 당선된다 하더라도, 이전 수개월간 논란이 돼 왔던 사안인데다 상대 진영의 논리가 차곡차곡 쌓여왔던 만큼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에서 정 의원의 현대중공업 주식 보유를 허용해 주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만일 심사위에서 허용해주더라도 서울시장이 정치 인생의 종착역이 아닌 이상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 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것을 고집하는 것도 무리한 일이다.

정몽준 의중…선친이 물려준 '가업승계' VS 선친이 못다한 '대권도전'

그렇다면 현대중공업 지분 보유 여부에 대한 정몽준 의원의 의중은 무엇일까.

정 의원은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경영 일선에서는 오래 물러나 있었지만, 그에게 여전히 현대중공업은 상징성이 큰 존재다.

현대중공업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산으로, 정 의원이 이를 가업으로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회사의 지배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등장시키는 광고를 내보냄으로써 현대가의 정통성을 잇는다는 명분을 대중에게 과시한 전례가 있다. 당시 정 의원의 당권 도전과 맞물려 해당 광고에 정 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것, 즉 ‘대권 도전’을 가업을 잇는 것보다 우선시한다면 현대중공업 지분 포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중 하나다. 서울시장까지야 현대중공업 지분 백지신탁 논란을 안고 가더라도, 향후 대권 도전 과정에서 또 다시 이 문제가 정 의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차라리 전초전 격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부분을 해결하고 가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그룹 내 공익법인에 지분 양도가 현실적…여론 악화될 경우 처분 가능성도

그동안 김황식 캠프의 공세에 대응해온 정몽준 캠프의 논리를 보면, 정 의원은 ‘최선’에서 ‘최악’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의원 입장에서 최선은 지금 그대로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 의원이 지난 1월 말 방미 일정 이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과의 만남을 소개하며 “재산이 50조인 블룸버그 전 시장도 심사를 받았지만 직무 관련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언급한 게 정 의원의 의중을 대표적으로 나타내준다.

두 번째는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으며 백지신탁의 모양새를 갖추되, 현대중공업의 지배권도 유지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의 증여나 계열사 증여 등 여러 가지 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백지신탁 제도상의 직계존속 적용 문제와 50%에 이르는 막대한 증여세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정 의원이 이사장과 명예이사장으로 실질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으로 지분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분을 공익법인에 기부할 경우 증여세 폭탄을 피하고 현대중공업에 대한 정 의원의 지배권은 유지할 수 있으면서도 형식적으로는 지분을 백지신탁한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이 관계법인의 지분을 출연 받을 경우 5% 한도 내에서만 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성실공익법인은 그 한도가 10%에 달한다.

현재 아산나눔재단은 성실공익법인으로 분류돼 기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외에 9.35%의 지분을 추가로 비과세로 양도받을 수 있으며, 공익법인인 아산사회복지재단은 기존 보유지분 외에 2.47%를 비과세로 양도받을 수 있다. 두 법인의 잔여 비과세 양도 가능 지분 규모는 정 의원의 보유지분을 넘는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경우는 아예 정 의원이 현대중공업 지분을 포기하는 것이다. 정 의원은 제도적 측면이건 여론 측면이건 간에 현대중공업 지분 보유가 자신의 정치인생에 계속해서 걸림돌이 될 상황(특히 대선 준비 과정에서)이라면, 과감하게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몽준 캠프의 이수희 대변인이 정 의원의 현대중공업 지분 백지신탁시 기술유출 우려를 제기한 김황식 캠프 측에 “기업이 공기업도 아닌데 주식 매매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소리냐”고 반박한 것은 최악의 경우 정 의원이 지분 정리에 나설 가능성도 있음을 암시해준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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