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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브로커 사기주의보…돈만 주면 스타?


입력 2014.04.15 09:41 수정 2014.04.18 10:49        민교동 객원기자

"띄워 주겠다" 언론 홍보-검색어 띄우기 접근

사기, 조작 등 피해 문제 심각 '주의보' 발령

연예인 지망생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이들의 절박함을 활용하려는 브로커들도 급증하고 있다. ⓒ 데일리안DB 연예인 지망생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이들의 절박함을 활용하려는 브로커들도 급증하고 있다. ⓒ 데일리안DB

연예기획사의 꽃은 신인이다. 각종 제반 비용만 들어갈 뿐 수익과는 무관한 신인이지만 한 번 터지면 연예기획사 대표는 물론 직원들까지 인생을 바꿔버릴 수도 있는 무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스타덤에 오른 한 신인을 보유한 연예기획사 대표의 예가 적정해 보인다. 지난 해 해당 신인이 뜨기 전까지 그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대표의 차는 국산 SUV 차량이었다. 그렇지만 요즘 이 연예기획사 대표는 4억 원대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해당 신인이 요즘 행사를 많이 뛰고 있어 매일 현금이 쏟아져 들어와 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물론 연예기획사는 얼마나 스타급 연예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그 회사의 등급을 좌우한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스타급 연예인 영입 소식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스타급 연예인의 경우 소속사의 등급을 높여줄 뿐 폭발적인 수익을 보장하진 않는다.

이미 해당 스타에게 상당히 유리한 수익 분배를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뿐 아니라 제반 경비 역시 모두 소속사가 부담한다. 신인급에 비해 스타급 연예인은 제반 경비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물론 꾸준히 수익을 창출해준다는 점에선 분명 스타급 연예인이 소속 연예기획사의 운영에 큰 도움을 주긴 한다. 그렇지만 신인을 발굴해서 스타급으로 띄우는 데 성공했을 경우의 천문학적인 대박과는 거리가 멀다. 이로 인해 소속 스타급 연예인의 출연 작품에 소속 신인을 끼워 팔기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어떻게 스타로 만드느냐다. 물론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스타급 연예인이 여럿이라면 끼워 팔기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행여 끼워 팔기한 드라마가 대박이라도 나는 날에는 소속 신인도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스타급 연예인이 소속돼 있지 않은 영세한 연예기획사에겐 이마저도 그림에 떡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연예기획사 대표는 새로 준비 중인 걸 그룹을 어떻게 띄울 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본래 다른 업계 종사자이던 A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연예계와 관련된 일을 진행하게 됐고 이를 계기고 연예계에 어느 정도 인맥을 다졌다.

그렇게 알게 된 연예관계자들의 권유와 도움을 받아 연예기획사를 차린 A 대표는 현재 걸그룹을 데뷔시키기 위해 멤버들을 발탁해 한창 연습을 시키고 있다. A 대표는 필자에게 준비 중인 신인 걸 그룹 때문에 물어볼 게 있다고 했다.

필자가 연예부 기자인 터라 당연히 A 대표가 ‘어떻게 해야 신인 걸 그룹을 띄울 수 있느냐?’를 물어볼 거라 예상했다. 그렇지만 A 대표의 질문은 그게 아니었다. “신인 걸 그룹을 띄워주겠다고 찾아오는 이들 가운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들 가운데 과연 누가를 믿어야 하며 또 누가 사기꾼인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뭐냐?”가 바로 A 대표의 질문이었다.

A 대표에 따르면 사무실에 있으면 신인 걸그룹을 띄워주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하루 서너 팀에 이른다고 한다.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은 이들은 기본, 어떻게 알고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서 한 번 만나고 싶다며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브로커들이다.

“가장 흔한 경우가 언론 홍보를 맡아주겠다는 회사들이에요. 말이 회사지 혼자 일을 하거나 밑에 직원 한두 명을 둔 곳이 대부분이더군요. 과거에는 데뷔 전부터 데뷔 후 일정 시점까지 몇 백 개의 기사가 보도되도록 해주는 방식이 많았다는 데 돈만 받고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았다네요. 그래서 요즘은 계약금 정도만 미리 받고 보도되는 기사 개수에 따라서 개당 얼마씩 계산을 해서 나중에 결제하는 방식이 대세라더군요.”

신인 관련 기사를 보도되는 개수에 따라 돈을 받는 방식의 언론 홍보 시스템은 필자 역시 깜짝 놀란 사안이었다. 이에 평소 알고 지내는 언론 홍보 대행사에 문의하니 그 업체 담당자는 “요즘 연예부 기자들 이메일 주소만 수백 개를 확보한 뒤 그런 신생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뒤 무작정 보도 자료를 발송하고 그 가운데 몇 건이라도 기사화되면 돈을 받아 챙기는 업체들이 있다고 들었다”며 “제대로 된 언론 홍보는 해당 언론사 담당 기자와 접촉하며 신인 등 해당 연예인을 꾸준히 홍보하고 보도 자료를 발송하는 방식인데 요즘 워낙 매체가 많아지다 보니 그런 방식으로 보도 자료만 보내 놓은 뒤 운 졸아 기사화되면 높은 금액을 받아가는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요즘에는 보도 자료를 수없이 뿌리는 것보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이름이 오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온라인 매체들은 생산 기사 조회수가 중요한 만큼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이름이 오른 신인들의 경우 쓰지 말라고 해도 기사를 양산한다. 포털 사이트에 이름이 오르면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돼 관련 기사의 조회수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을 도와주는 브로커도 있다고 한다.

“얼마를 내면 3시간, 그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내면 6~9시간가량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신인 연예인의 이름이 오르도록 해줄 수 있다고 접근하는 이들도 있어요. 별도의 언론 홍보 없이도 한 번에 신인 걸 그룹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인데 과연 그런 얘길 믿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이번에도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관계자들에게 문의해 봤지만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수년 전에는 검색어 시스템에 미비한 구멍이 있어 실제로 그렇게 검색어 순위를 조작하는 게 가능했을 수도 있다”면서 “지금은 검색어 시스템에 그런 구멍이 거의 없으며 혹시 몰라 관련 방식도 자주 변경해 그런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다. 데뷔해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을 때 유튜브 조회수를 급등시켜주겠다는 이들부터 해당 신인 걸그룹의 SNS 관련 홍보를 담당해서 일정 기간 이내에 트위터 팔로워의 수를 어느 수준까지, 페이스북의 좋아요 건수를 일정 수준까지 책임져 주겠다며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다양한 브로커들과의 만남이 일상화 돼버린 A 대표는 한숨을 내쉬면 다음과 같이 하소연했다.

“그 사람들 얘길 듣다 보면 돈만 있으면 누구나 신인을 금방 스타로 만들 수 있겠구나 싶어요. 데뷔하자마자 언론 기사가 쏟아지고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이름이 오르고 유튜브 사이트 조회 수가 급등하고 SNS에서도 화제를 양산할 수 있죠. 그런데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요. 우리 같은 신생 연예기획사 입장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그래도 고생하는 애들(신인 걸그룹 데뷔를 준비 중인 멤버들)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서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와 한 번 올인해 볼까 싶기도 한데 누굴 믿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아는 연예관계자들은 사기꾼이 많으니 절대 그들에게 휘둘리면 안 된다는 데 그 사람들 얘길 듣고 있으면 또 금세 그 얘기에 빠져있어요.”

A 대표를 만난 브로커들이 말하는 방식은 물론 요즘 연예계에서 가장 확실하게 신인을 띄울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그렇지만 이를 대가로 돈을 받아가는 브로커들에게 실제로 그런 능력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물론 일정 부분의 그런 조작들이 가능할 수 있다. 그렇지만 브로커들이 장담하듯이 신인을 하루아침에 스타로 만들 만큼은 분명 아니다. 한 연예관계자는 “그런 능력 있으면 자기가 신인 키우지 왜 이 회사 저 회사 찾아다니며 일을 구걸하고 나이겠냐?고 반문한다.

나날이 연예인 지망생이 늘어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이들의 절박함을 활용하려는 브로커들도 급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요즘 연예계는 브로커 전성시대다. 그렇지만 그들의 행각 사기 등의 범죄 행위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요즘 연예계는 사기 브로커 주의보가 발령돼 있다고 보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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