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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어 만나러 떠나는 ‘호주 바다 밑 세계’


입력 2014.04.10 14:22 수정 2014.04.14 08:41        여행데스크

[Wanna Be There]상어와 함께 다이빙 체험 ‘포트링컨’

ⓒ Get About 트래블웹진 ⓒ Get About 트래블웹진

아침 일찍 애들레이드 공항으로 향했다. 백상어 투어가 애들레이드 근처라고는 하지만, 땅덩이가 넓은 호주에서는 '근처'라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한 장소명은 포트링컨(Port Lincoln)으로, 호주에서 유일하게 백상어 철장 다이빙이 허락된 지역이다.

이곳은 애들레이드에서 버스로 약 10시간, 비행기로는 45분이 걸린다. 바로 옆이라고 했는데 둘 다 반도의 끝이라 한참을 돌아가야 해서, 육로는 무려 640km나 된다. 서울에서 부산 1.5배 거리. 비행기로 가는 직선거리도 서울에서 대전 가는 것보다 멀다. 그런데 근처라니.

오늘 우리가 탈 비행기는 경비행기라 해도 믿을만한 미니 비행기. 기내에 가지고 타는 짐 마저 실을 공간이 없어, 승무원들이 따로 걷어 비행기 뒷 쪽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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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반듯 정돈된 애들레이드를 뒤로하고 40분쯤 날았더니 역시 정돈 잘 된 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에어 반도(Eyre Peninsula)가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저곳에 오늘의 목적지인 포트링컨이 있다.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미니사이즈 공항에 도착했다. 시골 고속버스 터미널같이 생긴 공항에는 짐도 직원이 직접 수레에 실어 끌고 나온다.

웰컴 투 에어 반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포트링컨에 도착했다. 이곳은 '호주 해산물의 수도'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새우, 랍스터, 굴 등의 해산물이 유명하고, 세계 최초로 참치 농장에 성공한 곳이어서 매년 1월경 참치 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나는 벌써 입에 침이 줄줄 흐르는데, 해산물과 친하지 않은 알프스 출신 남편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공항에서 포트링컨까지가는 대중교통도 없을 뿐더러 택시도 없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는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도 애들레이드에서 미리 전화해서 예약을 해 두었다. 원래는 약 40달러쯤 나오는 거리인데, 택시를 예약해 놓지 않은 여자가 종종걸음을 치고 있기에 합승을 해서 20달러에 오는 횡재를 했다.

택시 운전사 아저씨는 여느 호주 사람들처럼 무척 쾌활하고 친절해서,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에도 택시 안은 파티 분위기가 났다. 또 가이드처럼 길목에 있는 포인트들도 열심히 설명해준다.


바다 위의 호텔(?) Princess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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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우리가 4일 밤을 자게 될 보금자리이다.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룸(다인실) 같은 모습을 예상했는데 럭셔리하게 2인실이 주어졌다. 배가 그리 커 보이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객실이 6개나 있는 것이 아닌가? 객실 안에는 작은 샤워실도 있고 수건, 물, 샴푸, 샤워젤 등이 주어진다. 배 안에 있는 객실치고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비가 갠 맑은 하늘이 활짝 웃어주길 기대하면서…. 그러나 기다리던 소풍날엔 비가 내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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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배가 흔들리는 소리에 잠이깼는데, 시계를 보니 7시 30분이다. 이상하네, 4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한 것 같은데….

선상으로 올라왔더니 굳이 묻지 않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창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배는 좌우로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제의 폭풍우가 그치지 않은 것이었다. 폭풍우 때문에 배가 너무 흔들려서 다이빙용 철장을 띄울 수 없는 관계로 다이빙은 무한 연기 됐다.

남편은 이럴 바엔 12시까지 자겠다고 선언. 잠이 별로 없는 나는 선상으로 올라와 사람들과 통성명에 들어갔다. 총 4명의 스탭과 우리를 포함한 12명의 승객이 3일간 함께 할 멤버였다. 승객으로는 미국인이 6명으로 우세했고, 호주인 4명 그리고 우리였다.


멀미엔 장사 없다! 내 인생 최악의 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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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터 씩 올라오는 파도 덕에 멀미가 나기 시작해 밖으로 나왔다.

위 사진 속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백상어와 다이빙 하는 동안 생명을 부지시켜 줄 철장. 이 철장 속에 들어가 바다로 다이빙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동물을 좋아한다지만 상대는 아무렴 사납기로 첫째가는 백상어 아닌가. 멕시코에서는 철장 없이 다이빙하는 곳도 있다던데, 우리에겐 살짝 무모해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파도가 잦아들기는커녕, 배가 뒤집힐 것 같다. 그러나 배 보다 내 속이 먼저 뒤집어졌다. 튼튼하게 생긴 미군 아저씨도 창백한 얼굴로 점심을 걸렀다. 태즈마니아에서 와서 추위따윈 별 거 아니라며 호탕하게 굴었던 대머리 변호사들도 뱃멀미는 예상하지 못했나보다.

테이블에 앉아 그저 스파게티 면발만 세고 있더라. 브리즈번에서 온 통통한 여자 두 명은 번갈아 가면서 화장실을 들락거린 후, 양치질을 다섯 번 쯤 한 것 같다. 나머지들은 침실에 뻗어 있는지 하루 종일 보지 못했다.

스태프들은 그 와중에도 호텔급의 훌륭한 점심메뉴를 준비해줬다. 나는 붙이는 멀미약도 모자라 복용 멀미약까지 먹었기에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몇 시간이 넘도록 45도 이상 흔들리는 배 위에서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창백한 얼굴도 부들부들 떨며 침실로 내려가 잠이라도 자려고 노력했지만, 어찌나 배가 흔들리는지 침대에 제대로 누워있을 수조차 없었다. 몸이 저절로 붕 떠올랐다 떨어지길 수 백, 아니 수 천 번. 공중부양이란 이런 것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뱃멀미로 가히 아수라장이 돼버린 배 안. 그러나 이런 바다에 익숙한 스태프들을 제외하고 안색 하나 변함없이 멀쩡한 사람이 또 한 명 있었으니 바로 내 남편 오이군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는 멀미를 전혀 하지 않는다. 평소에도 멀미하는 모습을 본 적 없긴 하지만 이렇게 요동치는 배 안에서도 말똥말똥 책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을 줄이야! 저런 것도 일종의 초능력 아닐까? 정말 부러운 체질이다.


이 고생을 하는데 상어가 있기는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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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대로 수면에서 상어 구경이라도 시켜 주겠다는 스태프의 말에, 나는 누렇게 뜬 얼굴로 반쯤 풀린 눈을 치켜뜨며 갑판으로 겨우 올라왔다.

상어를 유인할 먹이는 근처 참치 양식장에서 자연사한 참치들을 받아와 사용한다고 한다. 지금에야 사진을 보니 저 참치가 맛있어 보이는데, 저 당시에는 비린내가 멀미에 한 몫 거드는 바람에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 같았다. 커다란 참치를 상어는 한 입에 뚝딱 해치우기 때문에 한 토막씩 잘라서 던져준다고 한다.

정말 상어가 올까? 빨리 안 오면 멀미 때문에 바다 위로 떨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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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아래 보이는 커다란 검은 형체. 그리고 특유의 등지느러미가 수면 위로 스윽 올라왔다.

꺄악~ 상어다!

이렇게 순식간에 나타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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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가 힘들게 잘라 놓은 참치 조각을 낚아채는데 걸린 시간은 1초 남짓.

우와! 정말 상어가 있구나! 감탄하고 있는 나에게 스태프가 녀석을 소개시켜준다. 이름은 키위, 몸 크기 3.5미터의 암컷이라고 한다.


수면 철장 다이빙(Surface cage d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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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3일 투어를 오면 매일 두 번씩 다이빙을 하는데, 유례없던 파도로 이틀이나 철장을 띄울 수 없었기에 우린 그저 지루하고 멀미로 고통스러운 이틀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드디어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3일 째 아침이었다.

그 동안 시달렸던 멀미로 온몸의 힘이 빠져, 배에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조차 이어갈 수 없던 셋 째 날, 멍하니 갑판에 올랐는데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나를 사로잡았다. 바다로 이어지는 두 개의 무지개. 여전히 배는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지만,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던 백상어 다이빙을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틀을 꼬박 기다렸던 출동 명령이 드디어 떨어졌다. 어서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생각에 허겁지겁 잠수복을 입었다.

철장을 내리기 전, 일단 상어를 유인할 밑밥을 뿌린다. 참치의 내장과 각종 생선 조각이 그것이다. 드디어 철장에 들어가 입수.

백상어 다이빙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철장을 수면에 띄워 옆에 매달아 놓은 참치를 먹는 모습을 보는 것과 철장을 수심 20m 아래로 내려 상어들이 거주하는 공간을 보는 것이 있다. 나는 수심 20m 아래 상어들의 본거지로 들어가는 것이 조금 두려워서 수면에 띄운 철장만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제는 참치를 던진 지 1분도 되지 않아 나타났던 상어들이 오늘은 함흥차사인 게 아닌가. 더군다나 아직도 거센 파도에 철장이 앞 뒤 좌 우 위 아래로 심하게 요동치는 바람에 마치 빨래통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물에 들어가면 그칠 줄 알았던 멀미도 심해져 이건 뭐 호흡기를 문 채로 토할 지경. 게다가 평소보다 많은 추를 어깨에 차고 있어서 어깨뼈가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몸은 자꾸 떠오르려 해서 중심 잡기도 정말 힘들었다.

그렇다고 팔로 철장을 끌어안고 있기도 애매한 게, 상어가 나온다지 않는가. 정신 차렸을 때 팔 한쪽이 없어져 있을까봐 철장 가운데서 중심 잡기 묘기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결국 25분 만에 녹초가 돼 철장 밖으로 기어 나왔다.


수심 20m 다이빙(20m underwater d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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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수심 20m 아래의 다이빙을 선택한 남편의 차례. 그렇게 하고 싶어 안달하던 다이빙을 드디어 하게 되니, 등에 맨 공기통과 허리에 찬 14kg의 추도 깃털처럼 가벼운 듯 했다. 철장 다이빙은 일반 다이빙과 달리, 철장 바닥에 잘 가라앉게 하기 위해 추를 무겁게 맨다.

자기야, 살아 돌아와야 해! 이것은 마치 전쟁터에 남편을 보내는 마음.

I'll be back.

초조한 45분이 지나고 철장이 쑤욱 올라왔다. 돌아온 남편의 얼굴은 아주 환했다. 10년 만에 처음 피어난 난 꽃이라 해도 이렇게 환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행복함과 신기함으로 잔뜩 들뜬 표정. 한 번에 4명씩 들어가는데, 다들 입을 모아 하는 말이 20m 아래에는 조류도 없어서 철장 안에 있는 것이 힘들지 않았을 뿐더러 상어를 5마리나 봤다는 것이다. 전부 내게 물 밑으로 내려가라고 아우성이다.


백상어와의 조우, 신의 얼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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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멀미만 하다 돌아가는 것이 억울해진 나도 용기를 내어 물밑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푹 젖은 잠수복을 다시 입으려니 한기로 닭살이 돋았다. 그리하여 드디어 하강.

같이 철장에 있던 일행의 귀 압력 조절이 잘 안되서 하강 속도가 매우 느렸다. 전원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OK가 안되면 전원 기다리기 때문. 덕분에 나는 떨리는 마음을 달랠 여유를 얻었다.

철장 안에 싣고 있는 참치의 냄새를 먼저 맡고,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철장을 에워쌌다. 물고기 벽이 생겨 주변이 안보일 정도. 물 온도는 수면이나 저 아래나 13도 정도로 일정하다고 했는데, 믿을 수 없었다. 점점 오한이 들고 추위로 몸이 떨렸기 때문. 저 노란 지느러미의 참치들은 어떻게 이미 냉동참치가 아닐까. 너무나 추워서 감전된 듯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바로 그 때였다.

머리 위로 떠오른 거대한 형체.

마치 커다란 우주선이 머리 위로 떠오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변에 수많은 잡어들과는 비할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 시간이 정지한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몸의 떨림이 멎었다. 추위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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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포악하고 무서운 모습을 상상했는데, 수심 20m 아래 그들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상어의 행동은 우아하고 유연했으며 기품이 넘쳐흐른다. 철장 안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가 궁금한 듯 했지만, 절대 주변의 잡어들처럼 촐싹 맞게 달려들지 않았다. 곁눈질로 스윽 쳐다보며 철장 주변을 천천히 맴돈다. 그러다 다른 상어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재빠르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살짝 비켜난다.

아마도 그들만의 질서가 있는 듯 했다. 나는 백상어는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존재인줄 알았는데, 주변의 수많은 물고기들 사이를 우아하게 유영할 뿐이었다. 다른 물고기들도 상어를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포악하다고만 알려져 왔던 백상어는 사실 필요 없는 살생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위엄 있는 표정을 홀린 듯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신의 표정이 저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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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m 쯤 되는 상어들이 다가왔다 멀어지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바닥에 뭔가 낳는 느낌이 났다. 뭔가 싶어 바라보니 상어 한마리가 싱긋 웃으며 바로 내 발밑을 콧등으로 콩콩 찧고 있는 것이 아닌가!

흠칫… 날카로운 이빨이 20미터 아래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일행 중에 내 발이 제일 맛있게 생겼나보다.

사실 나는 이 투어 전에는 상어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상어란 막연히 무서운 존재였을 뿐. 그러나 이 백상어 다이빙을 통해, 세상에 그저 괴물같이 무섭기만한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어도 생태계의 균형을 위해서는 필요한 존재이니 무조건 살생하기 보다는 조심해가며 서로 공존해 나갔으면 좋겠다./글·사진-토종감자


INFORMATION

포트링컨 가는 법

1) 애들레이드에서 버스 이용
- 예약 : http://premierstateliner.com.au/
- 소요시간 10시간
- 요금 90달러 (2014년 기준 편도)

2) 애들레이드에서 비행기 이용
- 예약 : http://www.rex.com.au/ 또는 http://www.qantas.com.au/
- 소요시간 45분
- 요금 : 비수기인 겨울, 6-8월에는 버스요금과 비슷. 그 외에 시즌은 편도 120$-200$정도

3) 포트링컨 공항 택시
- TEL 131-008
- 요금 약 35-40달러

데일리안과 하나투어GetAbout(getabout.hanatour.com)의 제휴 글임을 밝힙니다.

하나투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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