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북의 무인기가 두려운게 아니라 국방부가 두렵다


입력 2014.04.10 11:18 수정 2014.04.10 17:35        이상휘 선임기자

<칼럼>국방을 책임진 당국이 우왕좌왕 급기야 전력 노출까지

브리핑을 준비 중인 국방부 기자실 모습.ⓒ연합뉴스 브리핑을 준비 중인 국방부 기자실 모습.ⓒ연합뉴스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말은 있다’ ‘핑계없는 무덤은 없다’

우리나라 속담이다. 두 속담에는 공통점이 있다. 잘못된 결과에 대한 것이다. 소위 ‘남의 탓 의식’인 셈이다. 내가 못살면 조상을 탓하고, 배가 아프면 사촌을 탓하고, 이혼하면 궁합을 탓하기도 한다.

신세타령도 가지가지다. 전래민요에는 이러한 것이 많다. “아버지 어머니, 길고 긴 날밤 일 없으면 맷돌이나 돌릴 것이지. 왜 엉뚱한 걸 돌려서 나를 만드셨나“ 자신의 운명조차 부모탓으로 돌린 것이다.

친한 사람이 잘되면 자신한테도 좋은데, 왜 배가 아픈걸까. 자신의 잘못된 것부터 성찰해야지, 왜 조상이며 운명을 탓으로 돌릴까. 역사적 배경이야 찾을 수는 없다. 다만, 현재까지도 이러한 의식은 이어져 오는 것 같다. 문제가 생기면 핑계와 변명부터 찾는 습관으로 말이다.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폐습들이고 인습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책임도 없다. 책임이라는 것이 인정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인생도 사회의 질서도 그렇다. 바보같은 삶일지는 몰라도, 남의 탓보다 내탓으로 돌리는 희생(?)적 삶이 성공하는 법이다. 핑계만 있는 삶은 결국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사회질서는 더욱 그렇다. 법과 제도는 핑계와 변명을 판단하는 유일한 도구다. 그것으로 사회는 유지되고 발전한다.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무인비행체 파문이 그칠줄 모른다.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고 있다. 청와대 하늘위로 북한의 비행체가 나타난 것이다. 백령도, 강원도도 나타났다. 정찰목적이건, 타격을 목적으로 했건, 상관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서울, 그것도 청와대 머리위에서다.

구식이건, 신식이건, 아니면 기술이 조악한 비행체이건, 상관없는 일이다. 30조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는 대한민국 국방이다. 어설픈 무기에 꼼짝없이 뚫린 것이다.

폭탄을 탑재할 수 있건, 그렇치 않건, 아니면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진 않건, 그런 건 핑계다. 북한의 기습적 도발에 당한 것이다. 실전이었다고 보면 패한 것이다.

예전 어느 육군장성이 국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북한과 일대일로 싸우면 패한다.” 난리가 났었다. 대한민국의 장군으로서 할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싸워보지도 않고 패배를 거론했으니 말이다. 군인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운 말이었다.

이번 사건도 그렇다. 적나라하게 국방현실을 드러냈다. 부끄러운 일이다. 북한의 전력이 어떤지, 이에 대한 대응체계는 어떤지, 향후 북한은 어떤 형태로 도발한 것인지, 이런 것들에 대한 부족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국방부는 이 사건의 책임자다. 당연히 국민은 국방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본다. 의지하고 기대한다. 그리고 안심한다.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의 대응은 실망 그 자체였다.

국민들에 대한 메시지 때문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었다. 언론을 통해서 나온 것들은 오히려 논란만 부추겼다. “국방비 30조를 사용하지만 그런 비행체는 발견하지 못한다“ ”조악한 비행체로 위협이 되지 못한다” “육안으로 식별하지 못한다” “폭탄 탑재능력이 없는 단순한 정찰기다” “사진은 북한으로 전송되지 못했다” 등등이다.

급기야 기자들을 모아놓고 군전력까지 공개했다. 송골매 등 군의 무인비행체의 존재를 과시한 것이다. 안보에 대한 국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실망스럽다. 원인과 발생, 그리고 책임과 대책 등에서 명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건내용의 혼선이 아니다. 변명이나 핑계로 일관한다는 느낌이라는 말이다.

“별거 아니다, 그럴 수도 있다. 이런 것도 가지고 있다...” 등등의 이유를 댄 것으로 보인다. 안보를 책임진 자세가 아니다. 그러니 의혹만 일고 매듭이 자꾸 꼬이는 것이다. 국방부가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국가의 안보보다는 장관의 문책을 피하려는 것으로 오해받는다는 말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정책의 잘못이나 사고가 아니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소나기를 피하면 된다’는 식의 대응은 곤란하다. 지금껏 국방부의 대응이 그렇다.

국방을 책임진 주무부처다. 먼저 위기사태에 대한 의연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의연함은 솔직함과 책임감이다. 그것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먼저다. 그래야 신뢰를 보낸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 골동품 수준의 무인비행체, 그것에 대한민국의 하늘이 유린당했다. 이에 대한 성찰과 책임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경계에 지고, 전쟁에도 지는 것이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가 변명과 핑계를 찾아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우리의 잘못된 ‘남의 탓’ 폐습이 거기까지 가서는 안될 일이다.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상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