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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보다 빠른 '성지글' 과연 정확할까


입력 2014.04.10 09:46 수정 2014.04.18 10:49        민교동 객원기자

증권가 정보지 홍수 속 네티즌 성지글 전성시대

매스컴 보다 빠른 정보지만 정확도 '미지수'

지난 몇 년 동안 연예계 루머 생산, 확대 재생산, 유포 등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소위 ‘찌라시’라 불리는 증권가 정보지들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선 정체불명의 연예가 루머들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확산되면서도 그 출처를 증권가 정보지라 밝힐 정도다.

허술한 루머일 지라도 ‘증권가 정보지에 나왔다’면 신뢰도가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커다란 변화의 기운이 엿보인다. 증권가 정보지, 소위 ‘찌라시’ 전성시대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는 동시에 새로운 연예계 루머의 중심으로 ‘성지글’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 몇몇 최근 사례만 놓고 본다면 성지글의 영향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물론 성지글이라 불리는 글들 역시 신뢰성이 검증된 것은 아니다.

소위 ‘찌라시’ 전성시대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는 동시에 새로운 연예계 루머의 중심으로 ‘성지글’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 데일리안DB 소위 ‘찌라시’ 전성시대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는 동시에 새로운 연예계 루머의 중심으로 ‘성지글’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 데일리안DB

증권가 정보지처럼 전문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이들의 손을 거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시점과 내용 등을 놓고 볼 때 신뢰성이 전혀 없는 루머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터라 네티즌들은 성지글의 신뢰도를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성지글은 불특정다수가 작성자다. 누군가는 분명 사건사고나 열애설 등 연예계 이슈의 주변인일 수 있으며 목격자일 것이며 그들 역시 인터넷을 활용하는 네티즌일 것이다.

성지글이란 바로 그 누군가가 온라인에 올린 글이다. 당사자나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들이 아닌 터라 정확상이나 표현력이 다소 떨어지고 핵심 정보에 대한 오해도 있을 수 있다. 이는 목격담과 체험담의 차이와 유사하다. 목격담 역시 상당한 신뢰도를 갖고 있는 내용이지만 여러 가지 오류가 내포돼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런 오류를 내포하고 있을 위험성이 높은 성지글이 온라인에선 매우 정확한 내용인양 잘못 인식되고 있다.

최근 성지글이 화제를 불러 모은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소녀시대의 열애설 관련 논란이다.

우선 소녀시대 멤버 효연의 폭행 사건과 열애설 사례를 살펴보면 그 시작은 효연이 지인과의 장난이 지나쳐 폭행으로 신고 당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당시 효연을 폭행으로 신고한 이가 2년가량 교제한 작가 김준형 씨로 알려졌으며 최근 결별한 사이다. 따라서 해당 폭행 사건 당시의 지나친 장난과 이로 인한 경찰 신고 소동이 결별의 직접적인 원인이거나 결별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직 효연을 신고한 남성이 지인으로만 알려져 있을 당시에 불거진 성지글이다. 당시만 해도 효연이 지인의 집에서 지인과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폭행으로 신고 당했다고 알려졌었다. 관련 내용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것은 4월 1일 오후 5시 경이다. 그런데 하루 전인 3월 31일 오후 5시 경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음과 같은 글이 떴다. 제목은 ‘대박사건!!’이다.

‘제 친구 언니 친구의 아빠가 경찰관이래는데 어제(3월 30일) 효연이 소녀시대 왕따여서 자살할려고 했는데 어떤 남자가 보고 말렸는데 효연이 그냥 자살한다고 그 남자 때려가지고 어제 경찰서 오고 난리났데요!!!’

이글 가운데 사실로 확인된 부분은 3월 30일 효연이 연관된 폭행사건이 있었고 이로 인해 효연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점이다. 또한 당시 효연의 장난 내용이 2층 베란다에서 뛰어 내리려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행동이 자살하려고 한 행위로 보였을 수도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 역시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갖는다.

당연히 효연이 소녀시대에서 왕따이거나 자살을 시도했다는 얘긴 확인이 안 된 사안이다. 그렇지만 매스컴이 관련 내용을 인지해서 보도하기 24시간 전에 올라온 글임을 감안할 때 분명 어느 정도는 신뢰도가 있다. 그러다 보니 네티즌들은 매스컴 보도보다 빠른 시점, 당시 사건과 효연의 경찰 조사 등은 사실임을 바탕으로 해당 ‘성지글’에 상당한 신뢰도를 보였다. 결국 어느 정도의 신뢰도가 왕따설과 자살시도설까지 믿게 만들고 말았다.

이후 효연 폭행 사건을 신고한 지인이 2년가량 교제한 김 씨임이 알려지면서 해당 성지글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 ‘성지글’에 따르면 자살을 시도하는 효연을 누군가 보고 말린 것인데, 실제로는 효연이 연인이던 김 씨의 집에서 심한 장난을 쳤고 그 과정에서 연인이던 남성과 신체 접촉이 벌어졌던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 지인을 통해 효연이 폭행사건이 휘말려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를 접한 뒤 해당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오해를 통해 자살설이 불거졌으며 이를 입증할 증거로 왕따설이 확대 재생산된 것으로 보인다.

효연과 김 씨의 열애 및 결별설이 알려진 것은 4월 4일이다. 당일 불거진 또 하나의 소녀시대 관련 뉴스는 단연 티파니와 2PM의 닉쿤 열애설이다. 이들의 열애설 보도는 이미 4월 3일 밤부터 온라인을 달궜다.

다음 날(4월 4일) 아침 '스포츠서울닷컴'에서 티파니와 닉쿤의 열애설이 보도될 것이라는 소문이 온라인과 SNS를 통해 확산됐던 것. 실제로 4월 4일 오전 10시에 '스포츠서울닷컴'은 티파니와 닉쿤의 열애설을 특종 보도했다.

티파니와 닉쿤의 열애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을 통해 제기돼 온 사안이다. 커플 팔찌, 커플 공책, 커플 목걸이, 휴대전화 액세서리 등을 증거라고 지목한 성지글들이 꽤 있다.

열애설이 보도된 이후 가장 눈길을 끈 성지글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2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닉쿤 티파니 진짜 사귀는 사이?’라는 글이다. 이 글은 소녀시대와 2PM의 앨범 각각의 ‘Thanks To’ 란에 실린 문구를 근거로 내세웠다. 2PM의 앨범에 실린 ‘the Silly little Young one’라는 문구의 'Young'은 티파니의 본명인 황미영의 ‘영’을 의미하며 소녀시대의 앨범에 실린 ‘the Silly bf’라는 문구의 ‘bf'는 ‘Boy Friend’의 약자라는 게 이 글 작성자의 주장이다. 여기서 Silly는 둘 사이의 암호 정도가 된다.

게다가 방송관계자에게 닉쿤과 티파니의 열애설을 들었다는 성지글도 있다. 이 글은 무려 5년 전인 2009년 12월에 작성된 들이다.

이번에 가장 화제가 된 성지글은 지난 2일 오전에 작성된 성지글이다. 열애설 보도 이틀 전에 작성된 이 글은 티파니와 닉쿤의 열애설이 보도되기 직전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결혼설이 될 수도 있다는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 다음은 해당 글 내용이다.

“아는 애기엄마가 소녀시대 멤버 친척이라 오전에 소녀시대 멤버 엄마랑 통화했는데 내일 닉쿤이랑 티파니랑 결혼설 나온다 하네요~ 결혼으로 할지 열애로 할지만 조율중이라고 하네요~ 소녀시대가 더 이상 소녀시대가 아닌가 봐요~~아침부터 쇼킹하네요~”

4일 오전 열애설이 보도되면서 티파니와 닉쿤의 소속사는 일제히 열애설을 인정했지만 교제를 시작한 지 4개월 정도됐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성지글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5년가량 만났으며 결혼까지 임박한 사이다. 물론 이번에도 성지글은 매스컴을 통한 열애설 보도보다 빠른 시점에 비교적 정확한 내용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다만 실제로 티파니와 닉쿤이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지 여부는 아직 확인이 불가능한 사안이다.

이처럼 성지글이 온라인에서 거듭 화제가 되면서 연예계에 각종 사건사고가 불거질 때마다 네티즌들은 이런 성지글을 찾아내 방문하는 성지순례를 계속하고 있다. 성지글이 또 다른 강력한 연예계 루머의 진원진로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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