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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김연아 씁쓸하게 하는 팬들의 ‘살벌한 신경전’


입력 2014.04.08 11:15 수정 2014.04.08 12:0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둘은 친한데 팬들끼리 과도한 비방전 눈살

선수도 팬들도 상처뿐인 싸움, 안타까운 현실

손연재와 김연아는 서로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지원군이지만, 팬들은 서로를 겨냥하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데일리안 DB 손연재와 김연아는 서로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지원군이지만, 팬들은 서로를 겨냥하며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데일리안 DB

자국 팬들의 질투와 시샘은 비수가 돼 폐부를 찌른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IB스포츠)와 ‘피겨퀸’ 김연아(24·올댓스포츠)는 서로에게 건투를 비는데 정작 팬들의 정서는 그렇지 않다.

손연재가 ‘2014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한국 최초로 4관왕에 올랐지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악다구니가 넘친다. 마르가리타 마문(19)과 쿠드랍체바(17) 등 세계적인 톱랭커가 불참한 가운데 이룬 성과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분야는 다르지만, 손연재는 김연아 급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연아 팬클럽 회원 중 상당수가 손연재에게 갖는 반감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서로 헐뜯을까. 전문가들은 소속사에 얽히고설킨 케케묵은 감정, 국민 여동생 타이틀 계승 등이 팬심을 자극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김연아가 전 소속사와 헤어지자, 팬들은 전 소속사를 일방적으로 매도했다. 급기야 손연재가 김연아 전 소속사로 들어오자 도매금으로 때렸다. 당사자들은 자매 같은 사이인데 팬들은 이를 뿌득뿌득 갈고 있는 셈이다.

팬클럽의 살벌한 신경전을 보면 일본 피겨스타 아사다 마오(24)와 안도 미키(27)가 떠오른다. 안도 미키 역시 팬클럽의 과잉 열정으로 인한 희생양이었다.

안도는 아사다가 등장하기 전까지 피겨판 신데렐라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안도의 성적 부진과 맞물려 아사다가 혜성처럼 나타나자 상황이 돌변했다.

피겨 팬들은 일본인이 유독 좋아하는 ‘남방계 얼굴상’을 지닌 아사다에게 애정을 쏟았다. 반면 안도는 날선 콧날과 부각된 광대뼈, 작고 예리한 눈, 각진 턱 등 전형적인 북방계 얼굴상이었다.

피겨 팬들은 안도를 향해 “주니어 시절엔 크게 못 느꼈는데 나이가 드니 ‘이질감’이 든다”며 노골적으로 아사다가 더 친숙한 얼굴이라고 입을 놀렸다.

아사다 팬클럽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들은 안도를 김연아보다 더 경계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안도의 미혼모 고백이 몰고온 ‘후폭풍’이 대표적 예다. 안도는 그해 여름 미혼모가 돼 나타나 “딸과 이별하고 싶지 않았다. 주위에서 반대했지만 열심히 설득한 끝에 아이가 생명을 얻었다. 피겨와 아이 모두 끌어안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안도의 폭탄 고백은 순식간에 일본 유력 일간지 1면을 장식했고,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동정여론’이 들끓었다. 안도를 통해 용기 얻은 미혼모도 많았다.

안도가 주목받자 아사다 팬들이 발끈했다. “연애는 좋다 이거야. 그런데 소치 올림픽을 앞뒀다면 피임은 기본 아니야?”라고 물으며 “사생활 관리도 못하면서 올림픽 욕심을 갖는 것은 모순이다. 안도 가슴에 일장기를 달아줘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일본 프로듀서 테리 이토가 일침을 놨다. 지난해 TBS ‘선데이 저팬’에 출연한 그는 “근거 없는 악성루머가 계속 생산된다면 안도는 더욱 힘들어할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김연아는 이런 아사다 팬클럽보다 더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승냥이 팬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김연아와 자신을 동일시하기까지 한다. 무엇이든지 ‘일부’가 문제다. 지금 손연재에겐 승냥이 부대만큼 막강한 지원군도 없다. 한국 최초 월드컵 4관왕 쾌거가 악플의 재료로 쓰이는 현실이 안타까운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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