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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에게 '선거개입' 강요하는 새정치연합


입력 2014.04.03 09:35 수정 2014.04.03 09:52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정치는 국회에서" 일관 박 대통령에 '무공천' 주장은 억지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박 대통령의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키라고 강변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은 자칫 대통령에게 선거에 개입하라는 주장이 될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가 2일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박 대통령의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키라고 강변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은 자칫 대통령에게 선거에 개입하라는 주장이 될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가 2일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기초선거 무공천을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세가 거세다. 지난달 30일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초선거 무공천 논의를 제안한 데 이어, 김한길 공동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각각 기자간담회와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안 대표는 2일 국회 임시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서도 “기득권 내려놓기의 상징이었던 기초공천 폐지 공약은 어떻게 되었느냐. 왜 대선 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가 대신 사과하느냐. 충정이냐, 월권이냐. 나는 비판을 위한 비판, 정쟁을 위한 비난을 하고 싶지 않다”면서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여기에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20명은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또 다시 거리로 뛰쳐나갔다.

물론 박 대통령의 답은 없다. 지난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태를 둘러싼 청와대의 대응을 봐온 새정치연합으로서도 이 같은 상황을 짐작했을 터다. 박 대통령의 입장은 한결 같다. 청와대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 정치는 여의도에서 하라는 것, 국회가 합의를 통해 결정한 사안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에서도 “정치의 중심은 국회다. 나는 국회 안에서 논의하지 못할 주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준다면 나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청와대는 지난해 여야 합의로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인하 등 부자증세안이 처리됐을 때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수차례 공식석상에서 증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던 박 대통령이었지만, 국회의 합의에는 발을 물렀다. 순전히 약속에 따라 국회의 뜻을 존중한 것이다.

사실 기초선거 무공천은 부자증세, 국정원 사태보다 문제가 복잡하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섣부른 입장 표명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후자의 경우, 자칫 선거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더욱이 정부가 규제개혁, 투자·경제 활성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시기에 모든 이슈가 기초선거 무공천에 매몰된다면, 향후 정부의 국정운영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장장 7시간에 걸친 규제개혁장관회의, 네덜란드·독일 순방에서 얻은 성과들이 추진 동력을 잃고 무용지물이 돼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은 야당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기초선거 무공천과 관련한 입장을 밝힐 수 없는 처지다. 오히려 여야 합의로 무공천이 결정된다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과 논의는 내팽개치고, 오로지 박 대통령의 치맛자락만 붙잡고 늘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보이는 행보의 저의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해놓고, 상대방의 무대응에 ‘불통’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심산인지, 자신들이 내건 슬로건처럼 정부 여당을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우려는 속셈인지 모르겠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사과하고, 공약을 철회한 마당에 무공천 요구가 받아들여질 거라 판단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박 대통령이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쳐도 문제는 남는다. 결과적으로 선거법 개정은 새누리당과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혹여 대통령이 기초선거 무공천을 결단했다고 해서 새누리당도 같은 결단을 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여당은 대통령의 거수기 노릇이나 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야당의 정치 파트너는 여당이다. 대통령을 ‘불통’이라 매도하면서도 여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얼마나 공감을 살지 모르겠다.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투쟁이 결과를 알고도 벌이는 ‘정치쇼’라면, 그런 막장드라마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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