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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못당하는 인도인들 '뻥' 세계를 장악하다


입력 2014.03.08 10:05 수정 2014.03.08 10:51        데스크 (desk@dailian.co.kr)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한국, 공부보다 뻥을 가르쳐야

수학적 두뇌 다양한 언어만이 아니라 천부적 '사기' 감각

땅덩이가 크면 뻥도 커지는가. 흔히 '삼국지'에서처럼 중국인들은 뻥이 심하다고 한다. 현실에서도 대체로 중국인들은 2배 정도로 부풀리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인도인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인의 개인적인 평균지식총량을 100이라고 한다면 인도인들은 30 정도밖에 안 된다. 한데 대개의 한국인들은 그 지식을 절반도 드러내 보이지 못한다. 토론문화 없는 주입식 교육이 그 주된 원인이겠다. 반면 인도인들은 그 30을 4배 정도로 부풀린다. 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인들보다 더 뛰어난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뻥은 적극적인 소통이다

세계적인 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인도인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세 번째 CEO에 인도계 사티아 나델라가 임명되었다. 비단 이 뿐 아니라 이미 미국 일류기업의 인도인 CEO는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펩시콜라 회장인 인드라 누이도 인도인. 시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전 CEO, 맥킨지 컨설팅 전 대표 라자트 굽타 등 IT와 금융, 식품, 항공 분야를 넘나들며 백인 주류사회 최정상에 속속 올라서고 있다.

IT 기업 경영자만도 무려 3천명.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는 기업의 30% 이상이 인도인 창업이라고 한다. 미국 IT 업계의 대표적인 인도인 CEO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공동 창업자인 비노드 코슬라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시스템즈 CEO와 산제이 메로트라 샌디스크 공동 창업자, 핫메일 공동 창업자 사비르 바티아, 모토로라 전 CEO 산제이 자 등등, IT업계에서 인도인의 파워는 막강하다.

또한, 미 관계에서는 2008년 10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물경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기금을 풀 때 그 책임자로 35살의 인도계 닐 캐시캐리가 집행책임자로 발탁되었다. 그는 한때 미 항공우주국(NASA)을 위해 우주망원경을 개발했던 엔지니어 출신으로 그만큼 변신하는 능력 또한 인도인 DNA 보유자답게 탁월하다.

이유가 뭘까? 어디서 그런 저력이 나올까? 공부를 잘해서? 흔히 인도인들은 구구단 대신 19단을 외울 만큼 수학적 두뇌가 뛰어나서 IT업종과 금융공학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들 한다. 물론 일리는 있지만 반드시 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동안 노벨상을 유대인이 아닌 인도인들이 휩쓸었어야 하지 않은가?

품격 있는 사기는 미덕(美德)

야성과 지성, 귀(貴)와 천(賤), 신과 인간, 삶과 죽음이 현실에서 공존하는 나라 인도. 인구가 많다보니 똑똑한 사람도 그만큼 많을 뿐더러 영국의 식민지로 오랜 세월을 보내 영어가 공용어처럼 되다 보니 세계화 시대에 한 발 앞서가게 되었고, 어떻게 해서든 실력으로 신분제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집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상류층들은 자신들의 누천년을 이어온 전통적인 매너에다 영국식 고품격 글로벌 매너까지 갖추고 있다.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가정에서 영국식 영어와 문화를 배워 반 영국인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영어권 국가에서 유학을 마친 인도인들이 그 나라 상류층에 편입되어 성장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겠다.

그리고 인도인들은 굳이 유학을 가지 않아도 영어는 기본, 힌디어, 뱅갈어, 타밀어, 구자라트어 등 너덧 개의 생활권 언어들을 동시에 구사한다. 신분계급은 언어보다 더 복잡하고 철저하다. 하여 자연스레 세계 어느 민족보다 많은 레프런스 프레임을 가진다. 게다가 자신의 지식을 4배로 뻥튀기는 재주까지! 그만큼 소통능력이 뛰어나고 적극적이란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에 4일(현지시각)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우측)와 그의 전임자 스티브 발머(좌측).ⓒ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에 4일(현지시각)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우측)와 그의 전임자 스티브 발머(좌측).ⓒ연합뉴스

인도의 밑천은 ‘뻥’

중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인도인들에게도 사기(詐欺)란 말이 없다. 뻥과 사기는 그들의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에 누구도 부도덕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나마 중국인들은 대의명분 앞에서는 사기를 부끄럽게 여기지만 인도인들은 그런 개념조차 없다. 오히려 훌륭한 일로 여겨 상대방 면전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넘겨 친다. 악한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민족이다. 인도인에게 ‘tricky(교활한, 사기성 있는)’하다는 말은 칭찬이다. 그들에게 사기는 곧 미덕이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고대 신화가 풍성한 민족일수록 뻥을 잘 친다. 뻥을 치는데 신화만큼 좋은 소재가 또 있으랴.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증명할 필요도 없는 뻥의 무한대가 바로 신화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유명하다지만 기실 인도 신화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지나지 않는다. '라마야나' '바하바라타' '푸라나' 등등 말 그대로 무량대수다. 그리고 대체로 상업이 발달한 민족들이 뻥이 요란하다. '아라비안나이트'도 순전히 뻥모음집이다.

반대로 단순한 신화를 가진 민족일수록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성향을 지닌다. 이는 작은 반도에서 소규모 소작농으로 안빈낙도의 삶을 영위해 온 한민족의 최대의 약점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한국인들은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지면 뻥 대신 눈앞의 적(?)을 붙들고 시시콜콜한 것들로 입씨름하는 재미에 빠져든다. 하여 역사, 과거사 티끌 논쟁으로 허구한 날 멱살잡이다.

묵은 감정과 한풀이, 자기모순에 대한 변명의 근거로 삼기 위해 과거사에 강박증적인 집착을 보인다. 덕분에 미래지향적이질 못하고 과거지향적이며 근시안적 세계관을 지닐 수밖에 없다. 나라가 작고 신화다운 신화가 없다보니 뻥거리가 부족한 탓이다. 해서 고작 족보논쟁이나 하는 게다. 이념논쟁이니 역사논쟁이니 하며 핏대 세우고 입에 거품을 물지만 기실 그도 본색은 당파놀이다.

모든 문화는 뻥이다

맛있는 공부? 이 나라에선 신문을 펼치자마자 공부! 공부! 공부! 꼭두새벽부터 다연발 장사포를 퍼부어대듯 공부를 강요해대지만 기실 공부의 최고 경지는 뻥이다. 닳아서 구멍 난 벼루가 태산을 이루도록 공자(孔子)와 그 수억만의 제자들이 누천년 동안 먹을 갈아댔어도 노자(老子)의 한 뻥을 못 이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신화가 뻥을 만나면 시공을 초월한다. 눈썹 한 번 깜박이면 수억만 년 전의 이야기가 수억만 년 후로 넘어간다. 신화가 곧 판타지가 된 것이다. 그 판타지가 지금, 그리고 미래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지 않은가? 어디 그뿐인가? 신화학이나 미래학이나 다 뻥학이다. 정치, 종교, 철학, 문학, 예술 등 모든 인문학이 따지고 보면 다 뻥이다. 그걸 고상한 말로 ‘상상력’이라 하는가? 역사나 과학도 뻥에는 못 당한다.

뻥 중에는 입만 열면 당장 새시대를 열겠다, 새정치를 하겠다, 잘 살게 해주겠다는 정치인들의 공갈뻥이 가장 찌질하다. 실은 다 저 잘살자고, 저 잘나보이고자 하는 짓들이다. 근자엔 왕초보정치를 새정치라고 박박 우기던 안뻥이 조금 그럴듯했는데 민주당에 당명 변경을 약속받고 제 눈만 가리고 아옹하며 입당(?)하는 바람에 바람 다 빠져버렸다.

쑥과 마늘 대신 여의봉을!

왜 '홍길동'이나 '전설의 고향'은 '드래곤 볼' '스타워즈' '해리포터'처럼 돈이 되지 못하는가? 호랑이에게 물려간 그 많은 반도의 아이들은 왜 타잔으로 돌아와 다시 아톰이나 슈퍼맨으로 변신하지 못하는가? 한류뻥은 왜 후진국에서만 통하는가? 뻥이 너무 작아서겠다. 한국문화에서 가장 부족한 게 바로 이 뻥[虛學]이다.

간장이나 된장 만드는 기술은 발달했지만 차나 술 문화가 부실한 것처럼 삭히는 효소만 잔뜩 있고 부풀리는 효소는 별로 없다는 말이다. 해서 무역 1조달러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소득 고작 2만 불 언저리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것이다. 뼈 빠지게 일만 할 줄 알았지 부가가치(마진)를 높일 줄 모른다는 뜻이다.

전쟁은 반드시 칼로만 해야 한다는 법이 있던가? 실학(實學)만 학문이 아니다. 된장독 장원급제 DNA로는 절대 글로벌 상류사회에 못 들어간다. 당장 한국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부는 국영수가 아니라 뻥이다. 졸업장, 학위, 자격증 따러 그만 쫓아다니고 소통능력부터 키우고 볼 일이다.

아무렴 젊은이들은 손오공이 되어야 하고 늙은이들은 부처님 손바닥이 되어야 한다. 어릴 적부터 마음껏 재주를 부릴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고 여의봉도 하나씩 쥐어줘야 한다. 적게 배운 걸로도 크게 써 먹을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하지 아니한가? 제발이지 노벨상 받아오라 금메달 따오라고 강요하지 말고 뻥치는 재주, 즉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지혜부터 가르쳤으면 한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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